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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억이 형제가 오늘 아침에도 우리 집에 와서 놀다가 갔는데 죽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장강(長江)에 썰매를 타러 나갔다 변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덕송분교 앞 강물은 물이 갑자기 휘어지는 여울목이라 다른 데는 얼음이 두껍게 얼었어도 거기는 물살 때문에 얼음 두께가 얇습니다.
남형이가 거기서 썰매를 지치다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게 되었고, 형 남억이가 동생을 구하러 들어갔다, 그만 둘 다 변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이 둘 형제는 수영을 잘 하는데 강가 쪽으로 얼음이 얼어 있기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 광경을 강 건너 산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보았는데 그 상황에서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그 때 젖먹이 아이를 두고 있었고, 또 몸에는 우리 집 둘째를 갖고 있을 때였습니다. 나는 아내가 그 충격에 실신할 것 같아 보여 집으로 보내 놓고 두 아이의 죽음을 내가 나서서 수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집에서는 그 두 아이가 ‘별’과 같은 희망의 존재였습니다. 경찰관이 와서 사인(死因)에 대해 대충 조사를 하고 이장이 매장 허가를 받아 왔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 나는 동네 아저씨 한분과 함께 지게에 두 아이를 나누어지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남억이는 5학년이고 남형이는 3학년이었는데 무게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양지 바른 곳에 합장을 했습니다. 아이가 죽어서 묻으며 봉분을 안 한다는데 굳이 내가 우겨 봉분을 하고 미리 준비해간 나무 십자가 묘비를 세웠습니다.
그 두 아이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놀러 와서 우리 집 두 살짜리 아딧줄을 봐주고 심부름도 하곤 했습니다. 얼굴도 잘 생기고, 마음도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아내가 그 두 아이를 아들처럼 사랑했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 남형이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찾아왔습니다.
“전도사님, 우리 남형이 있는데 데려다 주시오.”
“남형 아버지, 거기가면 더 마음만 아플텐데 그만 둡시다.”
남형이 아버지는 막무가내로 꼭 한번만 가보겠다고, 남형이 책이랑 옷가지를 거기 가서 태우고 자식들과 작별하겠다고 애원하였습니다. 남형 아버지가 남형이 형제가 쓰던 책이랑 학용품 옷가지를 지게에 싣고 남형이 형제가 묻혀있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잠자코 계시던 남형이 아버지는 책과 옷에 불을 붙이더니 산소 주변에 과일을 놓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얼마나 서럽게 우시는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리고 아픕니다. 한 달 내내 슬픔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해 4월 어느 날, 우리 가족은 그곳을 떠나 남양으로 이사 왔고 남형이네도 거기서 살 수가 없어 그 이듬해 춘천으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나와 아내는 한동안 깊은 슬픔에 잠겨 말없이 지냈습니다.
사랑은 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인가
가는 사람 붙잡지 못하고
가게 만든 아픔을 견디며
사랑이 죽을 만큼 강하다면
사랑은 파멸을 넘어서는 것
헤어져 가는 발길에
어두운 하늘이 내리고
단지 징그러운 몸뚱이만이
흐느적거리며 춤추는 것
……
사랑은 조용히 사라져야지
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일까
(박철의 詩. 사랑은 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