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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배중인 대책위 활동가들. 왼쪽부터 김진원 부안군 농민회장, 고영조 의원, 김종성 의원
ⓒ 최인화
지난 7월 25일부터 부안 군민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시작된 핵폐기장 유치 철회와 핵에너지 정책 전환을 염원하는 촛불문화제가 어느덧 15일째를 맞았다.

대학생들의 작은 촛불캠페인으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는 이제 부안 수협 앞 밤 거리를 가족들이 함께 손잡고 나와 든 촛불로 가득 채워져, 제각기 자유로운 발언을 품어내는 자치와 해방의 광장이 됐다.

9일. 15일째 촛불행사는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노란 색종이를 두른 종이컵 양초를 준비하는 주민들로 분주했다.

[영상] 15번째 부안군민 촛불문화제(6분 11초)/ 최인화 기자


촛불로 가득 메운 수협 앞 '해방광장'

울산에 살다가 2년 전에 이사 와 이제 어느덧 부안 주민이 됐다는 한 곰소 주민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어요. 부안 군민이 하나가 돼 이렇게 싸우면 반드시 핵폐기장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 왼쪽부터 반핵양초를 준비하는 주민들. 대책위 재정내역 등 활동보고가 담긴 게시판. 군수소환서명운동 용지를 펼쳐보이는 한 고등학생
ⓒ 최인화
▲ 왼쪽부터 몸이 불편한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문화제에 나오고 있는 한 주민. 촛불을 든 부안 군민들
ⓒ 최인화
길 거리 곳곳에는 반핵의 상징이 된 노란 티셔츠와 손수건을 판매하는 주민들이 보이고, 선전게시판에는 핵폐기장 투쟁동향을 담은 유인물과 핵 대책위의 재정사용내역을 공개한 대자보 등이 부착되어 있다.

또 눈에 띄는 한 고등학생. 7일부터 시작된 '김종규 부안군수 소환운동'에 서명을 받는데 나선 이 학생은 "부안군민을 우롱한 군수를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하는데, 어른·청소년 따로 없지요. 오히려 서명해 주시는 어른들은 '힘내라', '꼭 성공하자'는 응원의 말도 해준다니까요"라고 말한다.

▲ 반핵의 촛불을 치켜 든 2만명의 부안군민들
ⓒ 최인화
▲ 부안 수협 네거리를 가득메운 2만명의 인파
ⓒ 최인화
촛불문화제가 시작되는 저녁 8시경이 되자, 듬성듬성하던 자리가 가득 채워지고 길가에 빼곡이 서있는 주민들. 급기야는 네 거리를 채워 교통마저 가로막을 정도의 인파가 됐다. 부안 핵 대책위 관계자는 오늘 약 2만명의 군민들이 모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부안군민들의 투쟁을 담은 영상상영으로 행사가 시작되고, 촛불문화제에 매일 참석해 군민들에게 핵에너지 정책과 핵폐기장 부지 선정의 문제점을 교육해온 반핵국민행동 대표인 김성근 원불교 교무의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규탄사가 이어졌다.

또 엄마아빠 손을 잡고 문화제에 참석한 아이들을 위해 강원도에서 온 동요 부르는 어른모임 '철부지'의 동요노래공연이 이어지자, 군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물결을 만들기도 했다.

"구속자와 수배자를 가족의 품으로"

이날 촛불문화제의 가장 큰 주제는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수배해제'.

구속자 대책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응주 원불교 교무는 "지난 달 21일부터 현재까지 부안 핵폐기장 투쟁과 관련해 구속된 사람은 총 40여명이고, 지금도 구속된 사람은 여섯명이다. 그리고 수배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도 여럿이 된다"고 밝혔다.

구속자들은 의원 폭행과 22일 군청 앞 경찰과잉진압 사건 등에서 연행되었는데, 대부분 어려운 생계와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는 상태여서 더욱 선처가 요구된다고 유 교무는 말했다.

구속자와 수배자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것은 가족. 수배중인 김진원 부안핵대책위 조직위원장의 딸 김슬아양은 "정부와 군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는 것인데, 아빠를 잡아가려고 하는 것은 너무 한다. 요즘 아빠 얼굴을 볼 수도 없어서 너무 슬프지만, 나도 어리지만 끝까지 핵폐기장 백지화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또 지난 달 21일 구속된 계화면 농민회 김대식 회장의 아들 김종민군도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함께 대책위에서 투쟁하다가 남편을 감옥으로 보내야 했고, 그 역시 수배를 받고 있는 조미옥 대책위 총무는 남편 김대광씨가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를 낭독해, 군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수배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영조 의원은 "원래 부안 군민의 날은 5월 1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모인 부안군민들의 의지를 보니, 이제 군민의 날은 핵폐기장 완전 백지화되는 그날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군민들의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 왼쪽) 순천에서 달려와 노래공연을 한 수녀들. 오른쪽) 부안 군의원들의 투쟁결의. 7명의 의원들이 무대에 올라 군수불신임과 핵폐기장 반대활동의 의지를 밝혔다.
ⓒ 최인화
"핵폐기장 백지화되는 날이 바로 부안 군민의 날!"

늦은 밤 긴 행사에도 부안군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어지는 발언을 듣고 구호를 함께 따라 외치며, 계속적인 핵폐기장 백지화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문화제가 끝난 후 2만명의 인파는 촛불을 들고 부안 읍내를 행진했다.

한편, 부안핵대책위는 10일(일요일)부터 본격적인 군수소환운동 서명작업을 벌이며, 11일에는 격포에서 인근주민과 관광객들과 함께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11일에는 전주 덕진공원에서도 전북대책위와 종교인들의 주최로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종교인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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