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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법집행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전제조건이 형평성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상식입니다. 서울 사는 김 회장님과 궁벽한 산골에 사는 가난한 갑돌이도 법 앞에서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피터지게 싸워왔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겠죠.

이번 <오마이뉴스>의 '取중眞담' 코너는 이렇게 중요한 법집행의 형평성이 훼손되고 있는 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다음 박스 두개를 먼저 읽어보시지요.

장면 1. 한총련
8월 9일 오전 9시20분, 경기도 의정부 경찰서 정문

▲ 미군 사격장에 진입했다 연행당한 학생들을 태운 호송차량을 한총련 학생들이 막고 있다.

명지대 3학년생인 장아무개군 등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학생 79명과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부의장 이규재씨 등 80명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찰서 정문을 나서려는 경찰 호송버스를 막아섰다.

호송버스 안에는 이틀 전인 8월 7일 경기도 포천군의 미군 종합사격장(영평사격장)에 진입해 미군 장갑차를 점거하고, 성조기를 불태우며 시위를 벌인 대학생 13명 중 6명이 타고 있었다.

의정부 경찰서 정문에서 호송버스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한총련 학생들은 버스가 정문 앞으로 나오자 그 자리에 드러누워 "연행학생 석방", "영평사격장 진입 투쟁은 정당하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버스의 이동을 막았다.

뒤이어 이들 80명은 경찰에 의해 모두 연행됐고, 전원 형사처벌됐다.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집시법 위반혐의로 대학생 5명과 이규재씨 등 6명은 구속됐고, 나머지 74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장면 2. 금란교회 일부 교인
8월 14일 저녁 7시10분, 서울지검 동부지청 본관청사 앞

▲ 김홍도 목사를 태운 승용차가 검찰청사를 빠져나가려하자 갑자기 한 신도가 승용차위에 올라타서 구치소행을 저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태우고 성동구치소로 향하는 동부지청 소속 승용차를 30대 이상의 장년 40여명이 가로막았다. 교회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구치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감정이 북받친 교인들과 마찰이 있을 것을 우려한 경찰은 5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김 목사가 탄 승용차를 완전히 에워쌌다.

그러나 김 목사가 승용차에 타려는 순간 몇 명의 교인이 김 목사를 제지했다. 삭발한 한 중년 남자는 차 보닛 위로 뛰어올랐다. 또 한 사람의 삭발남자는 차 밑에 드러누웠다. 주변에 있던 교인들은 차를 둘러싼 경찰을 압박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끌어냈으나, 이 승용차가 본관에서 동부지청 정문을 빠져나가 도로로 진입하는 동안 교인들은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고 방패를 밀어붙이면서 계속 차량의 이동을 방해했다.

경찰이 교인들을 한쪽으로 밀어낸 뒤에 호송차는 출발했다.

미군사격장에 진입한 것도, 그 때문에 처벌하려는 것을 막아선 것도 그 명분과는 별개로, 검찰과 경찰이'현행법 위반'으로 사법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공평해야 합니다.

의정부 경찰서 앞에서 호송차량을 막은 사람들은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위반으로 처벌됐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하고,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범죄'입니다.

"이제 끝났으니 그만 돌아가시라"?

의정부 경찰서 앞에서 호송버스를 막아선 한총련 학생들과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호송승용차를 막아선 금란교회 교인들의 행위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드러난 그 행위는 같은 것이었습니다.

똑같이 공무집행을 방해했는데, 이땅의 공권력은 교인들에게는 절절매면서 "이제 끝났으나 돌아가시라"고 '애원'하고, 한총련 학생들은 '엄정'하게 전원연행해 사법처리합니다.

젊은 학생들의 수(80명)가 장년인 교인들의 수(40명)보다 많아서였을까요? 아니면 학생들은 큰 호송버스를 막았기 때문에 처벌한 것이고, 교인들은 아담한 승용차를 막아섰기 때문일까요?

사회분위기와 피의자의 영향력에 따라 법집행이 달리 적용된다면, 아무리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되고 청와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한다고 해도, 진정한 검찰개혁은 요원합니다.

당시 동부지청 청사 안에는 퇴근하는 검찰직원들도 있었고, 검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 믿는 교인들이 아닌 것 같다"며 혀를 찰 뿐이었습니다. 그냥 '엄정'하게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김홍도 목사의 구치소행을 가로막으려는 신도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검찰청사내는 난장판이 되었다. 일부 신도들은 기자들의 취재를 폭력으로 가로막기도 했다.
김홍도 목사의 구치소행을 가로막으려는 신도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검찰청사내는 난장판이 되었다. 일부 신도들은 기자들의 취재를 폭력으로 가로막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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