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언제나 좋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 가 봐도 좋고, 등산을 하면 좋지만 그냥 계곡에만 가도 좋고 그도 못하면 드라이브를 해도 좋습니다. 사는 일이 바쁘다 보니 품이 많이 드는 등산은 자주 못하고 가볍게 갈 수 있는 코스를 택할 때가 많습니다.
그날도(8월 8일) 가볍게 드라이브만 하려고 집에서 늦게 출발했습니다. 육모정을 거쳐서 정령치를 지나 달궁과 뱀사골을 지나 실상사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 뱀사골과 달궁을 거쳐 성삼재를 넘어 내려올 계획이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드라이브만 해도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육모정을 거쳐 오면 경치도 좋을 뿐만 아니라 입장료도 싸서 이 코스를 자주 이용합니다. 지리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령치는 주차비가 비싸 머무르지 않고 지나치기만 했는데 주차비가 내려 한번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정령치 주차장에 차를 두고 언덕에 오르자마자 꽃밭이 펼쳐졌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자 온통 꽃밭입니다. 안되겠다 싶어 다시 휴게소로 내려와 국수로 배를 채우고 나서 본격적인 들꽃 탐사작업에 나섰습니다.
다양한 들꽃들이 풍성하게 널려있어 어느 것을 찍어야 할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원추리는 여전히 지리산을 화려하게 꾸며주고 있고, 곳곳에 오이풀이 우뚝 솟아 고추잠자리를 부르고 있었으며, 처음 보는 자주꽃방망이, 앙증맞은 흰이질풀, 수줍은 가는등갈퀴, 이제 끝물인 흰여로가 사이좋게 어울려 피어 있었습니다.
고추나물로 잘못 알고 찍은 좁쌀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긴산꼬리풀, 방긋 웃는 동자꽃, 오직 한 송이만 보이는 송이풀이 자태를 뽐내고 있고, 가파른 언덕 풀 사이에 뻐꾹나리가 자신의 모습을 비밀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꽃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산에 오르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세상이 혼란스러운 것 같아도 좋아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