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용두동 철거민 차세순 씨(65세 여)가 지난 19일 오후 3시경에 시내버스 안에서 구토를 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에 빠졌다. 충남대학교 병원에서 3시간 가량 수술을 받았지만 뇌혈관 출혈을 완전히 막지는 못해 의식을 잃은 상태다.
용두동 철거민들은 지난 해 7월 18일 강제철거를 당한 후, 하루도 빠짐없이 중구청 앞에서 노숙을 해왔으며, 차세순 씨가 쓰러지던 날은 노숙 395일째 되던 날이었다. 갑작스런 사태로 용두동 주민들과 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회원들은 큰 충격과 슬픔을 휩싸여 있다.
현재 시위를 풀지 않은 주민들은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고령이라 지병을 앓고 있으며, 3년 동안 시위를 하느라 몸을 돌보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거나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더구나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약에 의존하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 모든 주민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염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대전시장의 중재로 협상이 진전되어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해보기도 했지만, 주택공사와의 입장 차이가 커서 또 다시 결렬되고 말았다.
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는 "주거환경개선사업제도 자체의 모순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주택공사와 중구청은 법적, 절차상 하자가 없어 그 어떤 해결방책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버티기로 일관해 철거민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갔다"며 행정당국의 복지부동을 비난했다.
용두동 철거민 사태는 지난 2001년 3월에 갈등이 시작되었고, 2002년 두 차례에 걸친 강제철거의 폭력적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7월 18일 2차 강제철거 때 용두동의 모든 가옥이 철거되자, 주민들은 거리로 내쫓긴 신세가 되어 400일 가까이 중구청 앞에서 항의노숙을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