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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얼굴 표정이 다양합니다. 웃을 때, 울 때, 화가 났을 때, 답답할 때 등등…. 얼굴표정이 그 때마다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사람 나이 40을 ‘불혹’(不惑)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부질없이 망설이거나, 공연히 허탄한데 뜻을 두지 않고, 무엇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불혹에 접어들면 옛날에는 중년이라 하여 어른 대접을 받았습니다. 또 불혹에 접어들면 자기 얼굴에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때라고 했습니다.
늘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얼굴 표정도 밝습니다. 그러나 늘 신경질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은 못 마땅한 표정이어서 그런지 대하기가 거북합니다.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몸도 건강합니다. 스트레스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울하게 신경질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몸도 건강하지 않습니다. 매사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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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은 일을 해도 즐겁게 하지 않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마지못해 합니다. 사람 얼굴에 그 사람의 생각과 심리상태가 그대로 반영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말은 사람의 생김새 혹은 외모가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사람 자체에서 풍기는 느낌이나 풍모(風貌)가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입니다.
여자들은 자신의 외모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좋은 옷을 입고 얼굴에 화장을 합니다. 화장기법이나 화장품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화장품으로 화장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느낌은 그대로 입니다. 오히려 화장을 안 한 얼굴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습니다. 속이 빈 듯한 사람은 겉모습(外皮)을 더 화려하게 꾸미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의 삶이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닐까요? 자기 맡은 일을 천직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신(神)과 인간과 자연 앞에 겸손합니다. 책임감 있게 자기 맡은 일을 소신껏 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농촌에서 살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일하는 사람의 얼굴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 세상에 농사만큼 귀한 일은 없습니다. 사람이 욕심 부리지 않고 살면 병도 안 생기고 병이 없으면 병원에 안가도 됩니다. 병원에 가는 사람이 없으면 의사가 없어도 됩니다.
사람이 정직하게 살고, 투명하게 살면 법이 필요 없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에 법(法)이라는 것이 생겼고 그걸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법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법 없이도 바르게 살면 법관이 없어도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사꾼만은 예외입니다. 농사꾼이 요즘은 천대를 받지만,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면 모든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농(農)이, 농사짓는 사람이 가장 큰 본(으뜸)이라 했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름답습니다. 열심히 땅과 함께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일하는 농부의 옷은 남루합니다. 여름 뙤약볕에 얼굴이 새까맣습니다.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집니다.
가끔 교동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얼굴 표정을 담기 위해 논이나 밭을 찾습니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양손을 가로 젓고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지금 작업복 입고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후줄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돌아설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교동선교 백년사> 역사책에 실릴 사진을 찍는다고 교회마당으로 모이라고 했더니,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약속시간에 다 왔습니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여자들은 화장까지 하고…. 그러나 나는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간의 나이 40을 불혹이라 했으면, 50부터는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여, 이 때부터는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고 합니다.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하는 불혹에서, 이제 하늘의 뜻을 살펴야할 지천명을 앞두고, 과연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내 모습이 추하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을로 가는 길목, 들에 나가면 모든 생명있는 것들이 하느님의 생명의 기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나무도, 풀도, 곤충도, 돌멩이도 다 나름대로의 빛깔이 있고, 얼굴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욕심이 없습니다. 모든 자연세계가 한데 어우러져 일정한 리듬과 화음을 이루고 있습니다. 조용한 혁명(革命)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져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