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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 청와대 대변인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는 7일은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업무를 맡은 지 넉 달이 되는 날이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KBS 아나운서 경력의 송경희씨가 '대통령의 입'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데다 잦은 실수로 결국 도중에 낙마했다.

송씨에 이어 노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 비서관으로 있던 윤태영씨가 후임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윤 대변인에 대해 주변에서는 "발음이 불명확하다", "젊은 나이에 너무 큰 감투"라는 우려와 질시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또 대변인이 된 후 실수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체로 그의 업무스타일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4일 '청와대 5자회담' 직후 윤 대변인의 브리핑은 부실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제(4일) 회담장(백악실)에 들어간 출입기자들은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회담 관련 내용을 보고하며 본격적으로 회담이 진행되자 회담장을 나왔다.

이날 대통령과 여야 3당대표들, 국회의장 사이에서 오간 대화 내용에 전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취재기자들이 회담장을 나온 이후여서 '취재'는 청와대와 여야 정당 관계자들의 몫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와의 관계설정이 다소 미묘해진 민주당의 문석호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자세히 브리핑할 것이니 별도 브리핑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윤 대변인의 짤막하면서도 '핵심'을 비껴간 5자회담 브리핑은 기자들에게 혼란감을 되레 안겨줬다. 일례로 '김두관 해임건의안'과 관련, 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물어볼까요?"라고 말했는데, 윤 대변인은 여기에 '농담조로 하신 말씀'이라고 토를 달았다.

청와대는 지금 '해임건의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대다수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론을 등에 업고 한나라당 요구를 뿌리치자"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그럴 경우 한나라당을 달랠 묘수가 없기에 대통령도 최종적 입장 표명을 못하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헌재 문의' 발언은 결코 가볍게 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윤 대변인은 회담장에 있지도 않았다고 한다. 회담장에 배석했던 문희상 비서실장이 전해준 얘기만을 토대로 급히 브리핑을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얘기인데 이런 중요한 사안을 그렇게 브리핑한 것은 경솔한 처사였다고 본다.

또 꼬인 정국을 풀어보자고 모처럼 여야 대표 등 정치권 최고책임자들이 다 모인, 그야말로 중요한 회담 자리에 청와대 대변인을 배석시키지 않은 것은 청와대측의 큰 실수라고 보여진다.

청와대측이 한나라당과의 갈등이 부각되는 것을 되도록 줄여보고자 하는 심정이야 이해가 간다고 해도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회담장에 배석한 비서실장의 얘기만 듣고 브리핑을 한 것은 윤 대변인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즉 윤대변인도 '보충취재'를 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김문수 의원과 신문사들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도 윤 대변인은 "논의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대통령 말을 짤막하게 전했다. 그러나 대화 분위기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최 대표가 두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언급하며 "나라의 어른이 참아야 하지 않냐?"고 하자 노 대통령은 바로 "언제 어른 대접을 해줬냐?"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노사관계에서도 최 대표가 장시간에 걸쳐 강도 높게 노동부를 비난하고 노 대통령은 "왜 자꾸 논쟁적인 문제를 제기하냐?"고 불쾌감을 표출했는데, 청와대 브리핑으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비쳐졌다.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던 시각 최 대표는 여의도에서 자당 의원들을 만나 회담 내용을 '최병렬 버전'으로 장황하게 풀어나가고 있었다. 최 대표 특유의 '쇼맨십'이 가미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전혀 판이한 분위기의 브리핑들을 비교하며 기자들의 입에서는 "청와대 것만으로는 기사 못쓰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 참고로 <오마이뉴스> 역시 처음에는 윤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만을 올렸다가 최 대표의 발언을 접한 후 기사의 뼈대를 상당부분 고쳐야 했다)

회담 분위기를 알 리 없는 윤 대변인은 문 실장 말만 듣고 "분위기가 대체로 화기애애하고 진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포도주가 몇 순배 도는 등 참석자들이 많은 얘기를 풀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회담 초반부터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여야간에 별다른 합의사항이 없는 등 '청와대 5자회담'은 역대 영수회담과 마찬가지로 '만남'에 큰 의미를 둔 이벤트로 전락하고 말았다.

청와대 입장에서야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북핵 문제와 경제민생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으로 회담이 흘러가지 못한 게 아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가 사안마다 팽팽히 의견대립을 보인 회담 내용을 청와대가 제대로 전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느끼는 기자들이 많다.

최근 갈수록 늘어나는 업무량 때문에 윤 대변인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한나라당에서 어차피 공개할 회담 내용을 청와대쪽에서도 충실하게 준비해서 브리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서동 출입이 금지되고 통합형 브리핑룸이 설치되는 등 청와대의 달라진 취재환경에서 출입기자들은 더욱 '대변인의 취재'에 목을 메는 형국이다.

그런 면에서, 어제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대변인 브리핑만을 곧이곧대로 믿고 보강취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도 열심히 하는 대변인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것은 청와대에 대해 더욱 풍성하고 알찬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의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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