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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모리 공항
ⓒ 박도
08: 00, 일본 정식으로 아침을 들었다. 간밤처럼 종업원들이 부엌 출입문에서 무릎을 꿇고 시중을 기다렸다. 식사 후 시간이 다소 있어서 여관 안팎을 카메라에 담았다.

▲ 아오모리현 문화관광과 주사 곤 씨와 함께
ⓒ 박도
아오모리현 곤씨가 나를 따라 다니면서 친절히 설명해 줬다. 그는 수첩을 꼭 들고 다니면서 의사 소통이 안 될 때는 영어 단어나 한자를 써서 필담했다. 츠가루 지방에는 일곱 가지의 눈이 내린다고 한다. 가루눈, 알맹이눈, 싸라기눈, 물눈, 딱딱한 눈, 얼음눈이라고 했다.

09: 40, 아오모리 공항으로 가기 위해 긴수이 여관을 떠났다. 안내인 아이코씨가 마이크를 잡고 아침 인사와 함께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눈은 이별의 아쉬움을 말하는 눈이다. 한국에 가지 말고 그만 여기서 살아라”고 했다. 그러자 김광회씨가 “당신이 책임질 수 있느냐?”고 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책임진다. 이 버스 청소 일하면 된다”고 즉석에서 받아넘겨서 함께 웃었다. 아오모리는 사과의 고장답게 들판에는 사과밭이 많았다.

11: 00, 아오모리 시가지는 자세히 구경하지 못하고 차창으로 눈요기만 한 채 아오모리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 먼저 부친 후, 공항 구내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12: 40, 아오모리 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와 대한항공 서울행 KE 768 기에 탑승했다. 일주일 만에 승무원이 주는 한국 신문을 펼쳤다.

“한국 신용 전망 2단계 하향”
“야, 현대 北에 총 2兆 제공”
“전두환씨 은닉 재산 찾아 달라 검찰, 법원에 재산 명시 신청”
“교사가 시험문제 유출 서울 ㅇㅇ 고 …교장 등 5명 무더기 징계”

그 새 조금도 바뀌지 않은 짜증나는 국내 뉴스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 아오모리는 사과 산지로 유명하다. 차창 밖은 온통 사과밭이었다.
ⓒ 박도
13: 10, 대한항공 서울행 KE 768 편 아오모리 공항 이륙.

14: 30, 서울행 여객기는 쾌청한 동해 상공을 날고 있다.

15: 20, 기장은 지금 경상북도 안동 상공을 날고 있다고 했다. 지상을 굽어보자 안동댐이 보이고, 답사한 바 있었던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이 빤히 내려다 보였다. 얼른 웃깃을 가다듬고 지난 일주일을 반성해 보았다.

태백산맥 줄기에는 눈이 거의 없었다.

15: 45, 인천 공항 안착.

16: 30, 공항 터미널에서 간단한 해단식을 가진 후 귀가했다. 이로써 눈의 나라, 일본의 기타도호쿠(북동북 지방) 아키타 이와테 아오모리 세 개 현 초청 탐방 전 여정은 모두 끝났다.

안녕, 눈의 나라 기타도호쿠여!


연재를 마치며

내가 일본 기행에서 돌아오자 독자 한 분이 다음의 글을 메일로 보내주셨다.

잘 다녀 왔어요.
많이 보았어요?
아래 글 즉흥으로 쓴 글입니다.
고처읽어줘요. 큰 안부드립니다.

일본이라는 나라

일본, 일본, 일본
가야의 귀신들도 살고
고구려의 귀신들도 살고
발해의 귀신들도 살고
백제의 귀신들도 살고 있는 나라
고려의 귀신들도 살고
귀신들이 제일 많은 나라
…………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나라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나라
용서하려야 용서할 수 없는 나라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 없는 나라
매우 밉지만 어쩔 수 없이
용서할 수밖에 없는 나라
…………
강자에 당당히 강하지 못하고
강자에 약한 나라
약자에 강한 비열한 나라
…………
톡톡히 우리가 받아야 할 빚이 많은 나라
이자까지 받아야할 나라
복수는 지혜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복수하고 싶은 나라
…………
우리 민족이 통일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가 잘 살 때
우리나라가 철학이 있을 때
그것이 멋진 복수
…………

9222년(2003년) 02월 16일, 스웨덴에서 림 원 섭 씀.


나는 이 분의 글 중에서 “우리 민족이 통일이 되었을 때 / 우리나라가 잘 살 때 / 우리나라가 철학이 있을 때 / 그것이 멋진 복수”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터득한 것은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날의 일제 침략이나 만행을 잊지는 말되, 증오로 복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일본보다 잘 살 때, 우리나라가 철학이 있을 때, 우리가 그들보다 더 도덕적일 때, 그것이 가장 멋진 선의의 복수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지 않고 살 수 없다. 앞으로는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이웃 사촌'의 나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나의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으로 쓴 글들에서 일본을 이해하거나, 우리가 배우거나 참고해야 할 점을 독자 여러분께서 한두 가지라도 찾아냈다면 글쓴이로 큰 보람이겠다.

<눈의 나라, 기타도호쿠> 기행을 마치면서 성원을 보내주시고, 댓글을 달아준 독자 여러분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다른 주제의 글로 여러분들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드리며….

2003. 9. 6. 박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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