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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쌈 / 김홍도
길쌈 / 김홍도
망원월(望圓月) / 최영년 원

待月東望眼忽忽(대월동망안홀홀)
須臾天上光輝發(수유천상광휘발)
一時擧首月中看(일시거수월중간)
四海풍盈今歲月(사해풍영금세월)

달 기다려 동산을 보니 눈앞이 어둡더라.
순식간에 하늘 위로 밝은 빛이 솟아나네.
바로 머리를 들어 둥근달을 바라보니,
올해에도 온 세상에 풍년이 들겠구나.

올해도 서민들은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한가위는 어김없이 다가온다. 이 한가위를 돌려보낼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우리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이 시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밝은 빛의 보름달로 온 세상에 풍년이 들고, 환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이 다가오는 한가위를 어떻게 지낼까? 오는 명절을 좀더 현명하게 맞이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저 식구들끼리 모여앉아 화투장만 쳐대지 말고, 한가위의 세시풍속을 즐겨볼 수 있는 겨레문화의 잔치들을 찾아보기로 하자.

우선 문화재청(042-0461-4850, http://www.ocp.go.kr/index.jsp)이 마련하는 행사를 보면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를 맞아 고향을 찾는 사람, 고향을 지키는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잊혀져가는 고향의 전통문화 체험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와 함께 뜻깊은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공연을 펼친다.

널뛰기 / 이애련
널뛰기 / 이애련 ⓒ 이애련
이 행사는 고향을 찾는 귀향객들이 많이 모이는 역 광장이나 지역문화센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며, 명절이 더욱 외로운 양로원, 고아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소외계층을 찾아 공연을 갖는 등 전국에서 모두 27개 종목이 34회 공연을 준비했다.

특히 금년 여름은 이상기온으로 농작물 피해가 커 농어민들의 시름이 깊은데 농촌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중요무형문화재 공연은 농어민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북돋우어 희망과 화합의 미래를 기원하는 대동의 장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서울에서 한가위를 맞게 되는 시민들이 전통문화와 더불어 한가위를 보낼 수 있도록 경복궁과 창경궁, 덕수궁에서 중요무형문화재 공연을 실시할 계획이다. 추석 연휴기간 중 고궁, 능원 및 현충사 등 유적지를 평일과 같이 개방하여 추석 당일(9.11)은 전 국민에 무료 공개하고, 우리 한복의 멋과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한복을 입은 관람객에 대해서는 연휴기간 3일간 무료입장의 편의를 제공키로 했다.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 민속놀이의 보급을 위하여 종묘를 제외한 고궁, 능·원 및 유적관리소 등에 널뛰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 투호 등 전통민속놀이 마당을 마련하여 관람객이 자유로이 즐기도록 할 계획이다. 그밖에 경복궁에서는 궁성문 개폐 및 수문장 교대의식을 비롯하여 택견 공연이 있으며, 덕수궁에서는 강령탈춤, 봉산탈춤 공연, 창경궁에서는 양주별산대놀이, 송파산대놀이 등의 전통문화행사가 펼쳐지게 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도 '2003 한가위 축제'를 한다. 유치원 아이들과 내외국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송편빚기, 다식만들기 체험 및 시식(9. 8 10:00 ~ 12:00)', 차례상차림 전시, 만화로 보는 한가위 이야기 패널 전시, 추석 풍속 닥종이 인형 전시 등의 '한가위풍속 전시(9. 8 ~ 10. 20)', '엄마와 함께 차려보는 차례상(9. 8 ~ 9. 22)' 등의 행사가 있게 된다.

동시에 국립민속박물관(☎(02)734-1346, http://www.nfm.go.kr/folk/main.jsp)에서는 9. 10(수)부터 14(일)까지 '2003 한가위 맞이 특별공연'도 한다. 추석 연휴에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우리의 전통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북청사자놀음, 한국전통무예시연, 창작판소리, 서울본산대놀이 등의 공연이 있게 된다.

인형극 "제비가 미워한 놀부" / 삐에로인형극회 / 국립중앙박물관
인형극 "제비가 미워한 놀부" / 삐에로인형극회 / 국립중앙박물관 ⓒ 국립극장
국립중앙박물관(http://www.museum.go.kr/kor/mai/mai_con.htm)도 9월 11일 추석맞이 가족인형극 및 목판인쇄체험 행사를 연다. 인형극은 삐에로인형극회에 의해 '제비가 미워한 놀부' 작품이 선보이는데 오후2시와 오후3시 30분, 총 2회에 걸쳐 공연된다. 이 인형극은 모든 어린이에게 잘 알려진 흥부와 놀부 전래동화를 부분적으로 현대에 맞게 각색한 것이다.

또 '목판인쇄 및 12지신상 문양스템프찍기' 전통문화체험 행사가 오전11에서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목판인쇄는 김홍도작 풍속화 '서당'과 신윤복작 풍속화 '전모를 쓴 여인' 등 2종의 목판에 먹물을 붓고 한지를 놓아 인쇄하는 것이고, 12지신상 문양스템프찍기는 쥐[子] 등 열두 동물의 문양스템프를 찍어가는 것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2003 한가위, 그 풍요로움을 위한 향연 / 남산골 한옥마을
2003 한가위, 그 풍요로움을 위한 향연 / 남산골 한옥마을 ⓒ 남산골 한옥마을
남산골 한옥마을(☎(02)2266-6937, http://www.fpcp.or.kr/)에서도 '2003 한가위, 그 풍요로움을 위한 향연'이란 제목으로 9월 10일(수), 11일(목) 양일간 다채로운 한가위 행사가 열린다.

먼저 외국인 및 어린이 대상으로 '예쁜 송편 만들기'가 있다. 전통가옥 마당의 평상위에서 송편을 빚어보고, 가마솥에 넣어 자신이 만든 송편을 시식하는 행사이다. 또 '전통주 제작 시연'도 있는데 서울시 무형문화재 권희자씨가 '삼해약주'를, 한국전통주 연구소 황금심씨가 '진도홍주'를 지도하게 된다.

그리고 문배주, 안동소주, 한주, 추성주, 홍주, 백일주, 소곡주, 금산 인삼주 등의 팔도 민속주 판매 및 시음행사도 있게 되며, 향토음식 전문가 이인숙씨의 지도로 전통 한과 만들기 시연 및 시식행사도 있다. 동시에 '떡뫼 치기 체험' 행사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성균관 집례위원장 이승관씨의 '한가위 차례상 진설법 및 전통예법 강연'이 있으며, 여성유도회 강사의 '한복 입는 법, 절하는 방법 강연'도 있게 된다.

그뿐 아니라 널뛰기, 제기차기, 윳놀이, 투호 등 전통민속놀이 체험장이 열리며, 두부만들기, 새끼꼬기, 맷돌 돌리기, 떡메찧기, 다듬이질하기 등의 생활문화 체험행사도 있다. 또 떡, 한과, 부침개, 엿 등의 전통음식 장터도 열리며, 판소리, 강령탈춤, 동춘서커스, 경기민요, 한가위 특별야간공연 '달맞이 가세', 두드락, 서도소리, 타악 뮤지컬 야단법석, 마당놀이 '애랑야곡', 소리극 '장대장타령', 타악포퍼먼스 '신명', 가야금 병창, 검예도 등의 공연 및 시범이 있다.

한가위 맞이 큰잔치 / 한국민속촌
한가위 맞이 큰잔치 / 한국민속촌 ⓒ 한국민속촌
또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031-286-2111, http://www.koreanfolk.co.kr)도 '한가위 맞이 큰잔치'를 한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한민족의 하나됨을 기원해보는 '굿 한마당'을 비롯하여, 경기지방의 대표적인 추석놀이인 '거북놀이'가 특별 공연된다. 또한 풍류와 해학이 가득한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청단놀음' 등 탈춤 공연을 비롯한 '송포호미걸이'가 공연되며, 관람객이 함께 우리의 신명과 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대동 길놀이와 뒷풀이 행사가 함께 펼쳐진다.

더불어 한가위 명절의 의미를 가족이 함께 느낄 수 있는 체험행사로 송편을 직접 만들어 보는 행사, '한가위 세시풍속 한마당', 선조들이 즐겼던 새총과 죽비, 뙈기 등을 직접 즐기는 '새쫓기 민속체험', 그리고 팔씨름 천하장사를 겨뤄보는 '팔씨름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열린다.

2003 절기공연-한가위(秋夕), ‘달 부르기’ / 국립국악원
2003 절기공연-한가위(秋夕), ‘달 부르기’ / 국립국악원 ⓒ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02)580-3042, http://www.ncktpa.go.kr/index_kor.html)에서도 '2003 절기공연-한가위(秋夕), '달 부르기'가 있다. 우리 고유의 절기문화를 꾸준히 일구어온 국립국악원이 달 민족 최대의 축제, 한가위를 맞이하여 야외극장 별맞이터에서 온 가족을 위한 춤과 노래, 연극으로 정감 있고 익살맞은 달의 표정을 그려본다.

그 1부는 '달은 이야기꾼'이다. 가장 가까이서 온 누리를 비추기에 친근하고, 소망을 비는 대상이기에 수많은 사연들을 간직해 온 한가위 둥근 달을 부르고자 위풍당당한 행진음악 <대취타>로 힘차게 시작한다.

이어서 우리 민가의 가을 풍속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농가월령가 중에서 <팔월령>에 곡을 붙여 흥겨운 노래로 불러본다. 또 한가윗날 흥보네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판소리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을 각각의 배역을 나누어 맡은 창자 여러 명이 부르되 여기에 일반적인 북 반주가 아닌 음악 부분을 강화하여 보다 입체적인 소리판을 시도한다.

여기에 여유 넘치는 화평함을 느린 사위에 담아 아박(牙拍:우리나라 타악기의 하나. 상아나 고래 뼈, 소뼈, 사슴 뼈 따위로 만든 작은 박으로 고려 시대부터 쓰였다)과 향발(響鈸:국악 타악기의 하나. 제금과 비슷하나 모양이 작으며, 가운데 구멍에 사슴 가죽 끈을 꿰고, 오색 명주실로 만든 술을 달았다) 그리고 북을 가지고 추는 춤 <화평지무(和平之舞)>가 삼현육각(三絃六角:피리가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이 각각 하나씩 편성되는 풍류) 반주에 맞추어 아름답게 펼쳐진다.

2부 '한가위 웃는 달'에는 교육극단 달팽이의 가면극 <달 축제>로 달빛 아래의 탈놀이를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신명 넘치는 한가위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사물놀이의 <풍년굿>과 사뿐사뿐 활기찬 강강술래를 무대에서 펼쳐 보이고, 마지막으로 관객과 연희자가 함께 광장으로 옮겨가서 달의 춤 <강강술래>를 계속한다.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민속단은 이 <강강술래>의 노래에 맞추어 원을 변형시키며 고사리 꺾기, 덕석몰이, 청어 엮기, 문열기, 기와밟기, 가마둥둥, 닭살이, 남생이 놀이 등 재미있는 춤 놀이를 광장에서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이 행사 중에는 한가위 표정이 있는 '이벤트'가 있다. 한가위 차례상에서 빠질 수 없던 햅쌀로 빚은 한가위 술, 신도주(新稻酒)로 풍성한 잔치를 벌이는데 이로써 국립국악원 한가위 공연은 달빛 아래 들썩이며 달을 노래하는 한가위 축제가 된다.

가을빛 은빛 신나라 / 국립극장
가을빛 은빛 신나라 / 국립극장 ⓒ 국립극장
서울 장충단 공원 옆에 있는 국립극장에서도 한가위 잔치 '가을빛 은빛 신나라'를 계획했다. 한가위 당일 오후 2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70년 전통의 동춘서커스, 젊은 풍물꾼들의 모임인 풍물굿패 살판의 호남우도 풍물판굿, 국립창극단의 마당 창극 '흥보전', 국립무용단의 무용 타악극 '천고' 등 전통 공연과 국립무용단 단원, 남사당패와 관객들이 함께 하는 강강수월래, 남사당놀이 등 신명나는 한마당이 펼쳐진다.

이밖에도 팔씨름, 윷놀이, 투호던지기, 제기차기, 줄다리기, 널뛰기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마련되어 있어, 국립극장 가을축제를 찾은 가족 관객들은 현대에는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전통 공연도 즐기며,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를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

한민족 소씨름 대축제 / 한민족소씨름대축제 조직위원회
한민족 소씨름 대축제 / 한민족소씨름대축제 조직위원회 ⓒ 한민족소씨름대축제
올 한가위에는 이야기 속에서만 듣던 소싸움도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 경인방송(iTV)이 한가위 명절을 맞아 '한민족 소씨름 대축제'를 5~14일 경기 부천 영상테마단지에서 개최한다. 소씨름대축제에는 전국의 씨름소 100여 마리가 출전, 스페인 투우를 능가하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벌이게 된다. 하루 10차례씩 펼치는 소씨름판과 함께 그네뛰기 널뛰기 사물놀이 전통무용 등의 흥겨운 명절놀이와 볼거리도 마련한다. 문의 '한민족소씨름대축제 조직위원회(http://www.sossirum.net, 032) 328-0058)'.

달이 뜬다. 둥그런 대보름달이 뜬다. 세상이 환한 그리고 따뜻한 나라가 된다. 이제 그 달빛을 받아 달빛 소나타는 연주되며, 그 소리의 훈훈함으로 헐벗고, 가난한 사람도 덩실덩실 춤을 춘다. 강강술래를, 월월이청청(동해안 특히 영덕군과 영일군 일대에서 전승되었던 노래춤, 강강술래와 같이 정월 보름날이나 팔월 한가위 달밤에 부녀자들이 집단으로 모여 춤을 추는 놀이)을 하면서 우리는 하나가 된다. 북한, 해외 동포들과 함께 하나가 된다.

제발 올해 한가위는 이런 나의 소망이 현실로 나타나기를 빌어본다. 한가위를 맞아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덕담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젠 한반도에서 평화가 정착되는 정말 환한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올해 한가위는 온 식구가 서로 꼬옥 껴안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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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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