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임금님이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만드신 지 557돌이 되는 한글날이 벌써 보름여를 앞두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이 있는 글자, 그리고 가장 과학적이며, 지식정보화(IT)에 가장 걸맞는 글자로 언어학자들이 인정하고 격찬하는 한글을 기념하는 날이 아직도 국경일로 제정되니 못하고 있는 이 때 “한글날 국경일 촉진 국민대회”가 열렸다.
지난 9월 20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공원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한글단체와 학생, 시민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글날 국경일 촉진 국민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 날 이진우 한글날국경일제정범국민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지난 2000년 10월에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국경일제정법안’을 심의하던 행정자치부가 재계 등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청회를 다시 열고 심의하겠다고 한 뒤 지금까지 말이 없다. 또한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도 적극 활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국회에 섭섭함을 나타내고, 우리말을 살리고 자주 문화가 꽃피기 위해 한글날을 꼭 국경일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각계 대표 및 시민, 학생들의 ‘국경일 촉구’ 발언들이었다. 특히 초등학생, 고등학생들의 발언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경기도 안양시 호성초등학교 3학년 이다솜 어린이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빼앗겼을 때 한국 사람들은 우리의 말과 문화를 목숨을 걸고 지켜냈습니다. 그러나 요즘 일제 식민지 시대도 아닌데 대한민국에서는 국어보다 영어나 중국어를 우선시하고, 토익과 토플을 어떤 시험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며 어른들을 나무랐다.
또 경기도 의왕초등학교 2학년 최준혁군도 “위대한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한글! 즉 위대하고 큰글을 500년도 못 지켜 이상한 언어의 남용과 맞춤법의 파괴현상이 자꾸 일어난다면 하늘나라에 계신 세종대왕께서 많이 슬퍼하실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중랑구 송곡여자고등학교 1학년 이소영양은 “한글이 세계 최고의 글자라는데 제대로 그 우수성에 대해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제발 어떤 점이 우수한 것이지 올바로 교육이 되어 우리가 한글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한다.
이어서 인터넷 정보통신 전문가인 진용옥 경희대 전 정보통신대학원장과 김구룡 어문과학연구소장은 “한글이 아니었으면 우리나라는 인터넷 정보통신 강국이 될 수 없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한글을 잘 이용해 정보통신 선진국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그 걸림돌인 한자 타령을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계속해서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민생문제나 한글과 우리말을 살리기 위한 시급한 일은 거들떠보지 않고, 권력 싸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외쳤다.
이 외에도 한상운 전 경기도의원, 방송인 정재환씨, 방송인 이동우씨, 넷피아(인터넷 주소 한글화 사업업체) 유영호씨 등 15명의 열변이 이어졌다.
이 행사에선 특별히 한글단체들이 인터넷통신과 거리에서 8만7000여명으로부터 받은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 용지와 <국회의장께 드리는 호소문> <한글날 국경일 제정 촉구 결의문>을 국회의장을 대신해 신기남 의원에게 전달했다.
앞으로 한글단체는 국회의원들에게 한글날 국경일 제정 찬반 확인을 한 다음 반대자들을 상대로 설득하고, 이번 16대 국회에 꼭 통과시키기 위한 집회와 시위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세종대왕님 동상 앞에서 다짐하고 약속하면서 ‘대한민국 만세, 한글 만세, 세종대왕만세’를 외치면서 행사를 마쳤다.
2시간여 동안 뙤약볕 아래에서 연로하신 어른들부터 나이어린 학생들까지 꼼짝하지 않고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 많지 않은 사람들의 외침이 과연 온 나라에 메아리치고, “한글날 국경일로 승격”이라는 염원이 이루어질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박원홍(한나라당 서초갑) 의원 외 84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한자교육진흥법안' 때문에 뒤숭숭한 판이다. 엄청난 태풍 피해에 많은 이재민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또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를 놓고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제발 국회가 제 역할을 올바로 하여 온 국민이 고통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참석자들은 호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