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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 대구경북지역 시국선언' 기자회견
'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 대구경북지역 시국선언' 기자회견 ⓒ 허미옥

이라크 전투병 파병과 관련된 찬반 논란이 팽팽한 가운데 대구에서도 '이라크 전투병 파병 반대 대구경북지역 시국 선언'이 있었다.

9월 24일 대구여성회 4층 강당에서 있었던 이날 시국 선언 발표에는 대구경북지역 교사, 노동, 민중, 농민, 시민 단체, 학생, 문화 예술 단체 등 각계 인사 1천30여명이 참석했다. 선언 동참자들은 이날 발표된 시국 선언문에서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침략 전쟁"이고 "이라크전은 석유 이권 장악과 군사 패권 강화를 위해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며 이라크 전쟁의 성격을 규정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파병 요청은 이라크에 대한 선제 공격 전략 실패의 고백이자 부도덕한 전쟁의 책임과 부담을 국제 사회에 전가하려는 또 다른 일방주의의 표현이며, 천문학적인 군비를 국제사회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의 전투병 파병 반대 근거로는 "이미 검증되지 않는 실리를 앞세워 비전투병 파병을 결정한 것만으로도 이라크와 국민들을 향한 명분 없는 전쟁 폭력에 동참한 원죄를 씯을 수 없다"며 "미국의 부당한 점령이 계속되는 한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 활동은 설사 그것이 UN의 이름으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을 당론이라는 그늘 뒤에 숨긴 채, 전투병의 파병에 동조한다면 전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밝히고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자 회견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라크 전투병 파병 반대 대구경북대책위(가)'를 구성, 대구 경북 지역 국회의원이 '파병 반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그리고 9월 27일(토) 국제반전평화 행동의 날에 대구백화점 앞에서 '전투병 파병 반대'에 대한 대구시민의 의지를 보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전투병 파병'은 '생명 존중'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 위배
인터뷰 - 대구경북통일연대 신영철 상임대표 의장

▲ 대구경북통일연대 신영철 상임대표 의장
다음은 대구경북통일연대 신영철 상임대표의장과 일문일답

- 언론에 보도된 내용 이외에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대한 또다른 이유를 이야기한다면?

"첫번째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는 생명을 중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질을 우선시하는 현재 경향에 이 가치가 밀려나는 것 같다. 생명을 상품화하고 이를 위해 폭력도 서슴치 않는 미국식 가치관에 우리도 따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두번째, 미국이 강조하는 평화는 오직 자기들만의 평화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평화가 아니라, 자기 말을 잘 듣고 그 품 속으로 들어오는 대상에게만 평화를 누리게 해주는, 즉 로마식 평화일 뿐이다“

세번째는 미국식 패권주의 발상에 우리가 동조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부시는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기독교인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미국식인 정복주의적인 기독교,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독교. 미국식 기독교가 전세계 기독교의 90%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어서 기독교 본연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혼란이 오고 있다. 파병에 찬성한다는 것은, 미국식 ‘정복주의적인 기독교‘방식에 우리가 동조하게 된다는 점이다.

'파병'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국익이나, 북핵 문제를 이야기한다. 북핵 문제는 좀 더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북핵은 '방어적 핵'의 형태이고 이는 성서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즉 성서에서는 '억압적 폭력'은 금지하고 있지만, 자기의 관리와 보호를 위한 '저항적 폭력'은 인정하고 여기에 하느님도 함께 하신다고 기록되어 있다. 결국 '이라크 전투병 파병'은 인간 생명 존중과 평화 유지라는 가치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 우익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 이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을 텐데

"대구가 변하면 우리 나라가 변한다는 말이 있다. 적정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태풍 매미가 지나간 곳은 대부분 한나라당 지역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한국 사회 전반이 우익 경향으로 흐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 것 같고, 그 핵심에 대구가 있다는 점이 더욱 크게 걱정된다.

대구에서 '파병 반대'여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접근이 가장 중요하다. 이라크의 평화와 치안은 이라크민 스스로가 결정하게 해야 하고, 우리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물질을 지원하고 국제 정치 역학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즉 협력자로서 역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
대구에서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파병 반대'에 동의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을 강제하는 작업을 조만간 시작하게 될 것이고, 보다 세밀한 계획은 '대책위'구성을 통해 실현시킬 것이다“

- 정치권 문제와 더불어 이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나?

"조중동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은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인 것 같다. 신문을 보고 있으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서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다. 요즘은 TV가 신문보다는 언론으로서 역할에 더욱 충실한 것 같다. 언론 자유에는 책임을 동반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우리 언론은 '혐의'만을 대서특필하고, 그 '혐의'가 오보인지에 대한 확인 등은 등한시한다. 즉 뒷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병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모두 게재해 주는 언론은 그나마 괜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중동 등은 자신들이 앞장서서 파병 찬성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다. 광고주, 사주, 그리고 우익 경향쪽에만 치우치는 그 언론들에 대해서는 개선이 아닌 '폐간'운동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 주요 이슈에 대해 국민들은 상이한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국론 분열'이 아니라 '건강한 토론 문화'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최근 들어 이 문제를 두고 각 방송사에서 토론을 진행하곤 했었다. 그리고 KBS 라디오에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 문제와 관련된 청취자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이 제시하는 의견이 그냥 '의견'만으로 머문다는 점이다. 즉 "너 생각은 그렇냐? 난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차이만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토론의 전제가 되는 가치를 제시해서 이 토론이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이 논의의 핵심 '생명을 존중하는 인간 보편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전제 속에서 논의를 진전시키고, 중간 중간에 학자나 전문가들이 이런 측면으로 양 당사자간의 주장을 정리, 평가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상이한 의견이 '국론 분열'로 폄하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인정되게 되는 것이다. / 허미옥

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 대구경북 지역 각계인사 시국선언문
각계 인사 1030여명 서명

미국은 지난 9월 3일-4일 서울에서 열렸던 ‘미래 한미동맹’ 4차 회의에서 한국정부에 이라크에 전투병 파병을 요청했다. 우리는 미국의 전투병 파병요청에 대한 문제가 앞으로의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하에 다음과 같은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미국은 전투병 파병요청을 철회하고 이라크에서 철수하라.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아무런 명분도 없는 침략전쟁이다. 이라크 전쟁은 [석유이권장악]과 [군사패권강화]를 위해 미국이 일으킨 전쟁인 것은 모두다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증거조작 의혹까지 대두되어 전쟁주도세력들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들 나라 국민들은 지금 "대량살상무기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알 카에다와 후세인은 무슨 연관이 있는가?" 되묻고 있다. 대량살상무기는 없고 이라크 민중들은 미국과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소위 `동맹국`에 추가파병을 요청하고 나섰다. 미국의 다국적군 파병 요청은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전략 실패의 고백이자 부도덕한 전쟁의 책임과 부담을 국제사회에 전가하려는 또 다른 일방주의의 표현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오판과 오만으로 발생한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추가적인 군비를 국제사회에 떠넘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더러운 침략전쟁에 전투병을 보내달라니, 자기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히고 그것도 모자라 함께 침략전쟁에 나서 달라고 하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미국의 오만불손하고 부당한 전투병 파병요청을 엄중히 규탄한다. 이라크 민중 스스로가 자기 민족 자기 나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라크에서 모든 점령 활동을 중단하고 철수하기 바란다.


한국정부의 전투병 파병을 반대한다.

이미 정부는 검증되지도 않은 실리를 앞세워 비전투병 파병을 결정한 것만으로도 이라크와 국민들을 향한 명분 없는 전쟁폭력에 동참한 원죄를 씻을 수 없다
주한미군 재배치, 한반도 [핵문제] 해결, 통상문제 등에서 미국이 이라크 파병을 대가로 무엇을 제공하였단 말인가? 우리가 파병을 통해 유일하게 확인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철두철미한 자국이기주의와 일방주의에 다름 아니었다. 주권국의 정당한 정책적 판단에 보복행위가 얘기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거니와 설사 그러한 부당한 압력이 현존한다면 그 실체부터 낱낱이 공개함이 순서이다. 미국의 부당한 점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군 중심의 다국적군 활동은 설사 그것이 유엔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라크 국민들의 저항을 잠재울 수 없으며 평화를 가져올 수도 없다. 이 점에서 전쟁원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 없는 이라크에 대한 전투병 파병을 마치 동티모르의 평화유지 활동과 같은 것으로 등치시키면서 파병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명백한 여론호도 행위이다. 평화롭던 이라크에 경제봉쇄로 수백만명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침략전쟁을 일으켜 수만명을 죽인 미국의 주도하에 어떻게 평화를 유지한단 말인가?

정부가 미국의 부당한 요청에 굴복하여 파병을 시도한다면 전면적인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양심과 소신을 당론이라는 그늘 뒤에 숨긴 채, 전투병의 파병에 동조한다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해 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반드시 막을 것이다.

2003년 9월 24일 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 대구경북 지역 각계인사 시국선언 참가자일동 / 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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