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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축제가 2003년을 원년으로 3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여성해방공간 해심터 회원중 민초 화가와 미술과는 무관한 회원들이 2주동안 정성들여 직접 그란 70여장의 화투는 일반 화투와는 다른 아주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일반 화투에는 없는 한쌍의 사슴을 위시하여 새와 동물 모두가 암수 두마리씩 등장하고 비광에는 여자와 남자를 함께 그려 넣어 '양성평등 세상'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낸 것이 그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또는 유치원과 학교에 간 잠깐의 여가를 이용하여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면서 그들은 이미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고 양성평등의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로 변모되어 가고 있었다.
일일히 손으로 그린 그림을 두장씩 마주 붙이고 그 위에 여성들의 희망, 아니 함께 사는 행복한 세상에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글자들을 오려 붙이며 얼마나 가슴이 설레었던가.
세상은 남성만의 것도 여성만의 것도 아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한 나라의 국민으로 의무를 다하는 일 또한 남성만의 몫도 여성만의 몫도 아니다. 수많은 세월 여성은 함께 사는 세상 속에서 소외된 삶을 살도록 강요받았으며 그렇게 교육되고 또한 길러졌다.
그러나 하늘과 땅 사이에 살도록 허락된 人間은 서로 기대어 나란히 손잡고 가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미완의 존재들이 아니던가.
오랜 세월동안 여성들을 억압하고 소외시킨 제도속에 호주제가 있고 이제 그 비인간적인 제도를 고쳐야할 시점에 이르렀고 여성들의 힘찬 함성과 외침이 푸른 가을하늘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여성 모두의 바람을 담은 화투색션을 시작으로 문을 연 대한민국 여성축제는 포크레인에 올라타고 힘차게 새 개천절 향가를 낭독하는 유관순의 후예, 고은광순님의 등장으로 감동의 파도를 이루었다.
그 감동적인 가사는 아래와 같다.
고추낳아 대잇자고 이제그만 무식떨라
남자들만 씨있다고 헛소리좀 작작해라
한줄혈통 한줄가문 거짓말좀 그만해라
족보속의 며느리는 아들낳는 수단이냐
여자남자 노인소아 모두우주 생명의꽃
여남모두 반쪽씨앗 엄마닮고 아빠닮네
엄마혈통 아빠혈통 이내몸에 다들었고
수만명의 내조상들 이내몸에 다있노라
딸자식은 출가외인 夫가입적 부부차별
자식낳아 夫가입적 엄마소외 부모차별
직계비속 남자에게 호주승계 남녀차별
부성강제 本따르기 모계부정 조상부정
남자들은 앞서가고 여자들은 좇아갔네
여자들이 앞서갈까 좌불안석 불안하냐
여자남자 옆에서서 손잡으면 더욱좋지
나하고너 눈높이를 마주하면 더욱좋지
독신자도 동거자도 행복위해 내가선택
편모편부 이혼재혼 가족형태 아울러서
편견허울 겅어치고 우야든동 행복하라
부부평등 부모평등 여남평등 양성평등
죽은자는 고이가고 산자들아 행복하라
이승에서 행복해야 저승에서 극락천당
이땅에서 해방되야 저땅에서 무릉도원
제삿밥을 못먹을까 걱정일랑 전혀말고
이승에서 나눠먹고 눈물서로 닦아주세
노인복지 육아뮨제 사회전체 관심갖고
'아들은 노후보험' 그런소리 그만하고
며느리는 시집귀신 효부타령 그만하라
며느리는 아들아내 조상하녀 아니라네
사위는 딸의남편 백년손님 아니라네
호주폐지 가족해체 거짓말을 그만하게
개인등록 콩가루라 호들갑을 그만떨게
호주폐지 개인등록 나도존중 너도존중
신랑가족 신부가족 우리모두 가족이라
세계유일 부부차별 유엔지적 국제망신
호주폐지 반대하는 국회의원 거동보소
선거잿밥 눈독들여 핑계타령 무성하다
병국아찌 민족에는 여성들은 포함안돼
규철아찌 전통에는 여성한숨 모르는척
아리송해 유보의원 의견수렴중 묵은수법
회의불참 직부유기 국민혈세 토해내라
다가오는 사월총선 여성의힘 보여주자
무소신에 무원칙에 기회주의 찍지말고
양성평등 모르는놈 절대로 찍지말고
여성들을 무시한놈 두번다시 찍지말자
남자민족 여자민족 다합해서 우리민족
서쪽하늘 동쪽하늘 서로만나 우리하늘
남쪽땅끝 북쪽땅끝 다합해서 우리네땅
행복하게 잘살다가 후손에게 넘겨주세
남자대장 이제그만 양성평등 평화세상
시월삼일 개천절에 새하늘을 열어보자
열두시에 만나보자 새땅역사 열어보자
그랬다. 이렇게 새하늘이 열리고 새땅에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제의 감동적인 물결이 빨강, 노랑, 핑크, 파랑, 초록의 물결이 되어 뜨겁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며 월드컴 이후 또 한번의 하나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치부 어린이부터 팔십 고령의 여성분까지 1분발언을 통해서 그들이 바라는 평등세상 함께하는 세상, 차별없는 세상을 얼마나 바라고 바라던가. 여성들은 결단코 튕겨 내거나 포기하며 내버리는 일이 없다. 그러한 여성들의 부드러운 혁명이 세상을 바꾸고 편견을 깨트리고 소외된 자 버려진 자 뒤쳐져서 힘겹게 따라오던 자 모두를 보듬어 함께 힘차게 전진하는 멋진 신세계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을 확신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절대 불가능해 보였던 달걀로 바위를 깨트리는 놀라운 역사가 여성들의 고무장갑 낀 바로 그 손, 늘 물마를 새 없이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무보수로 평생을 살아낸 그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오늘의 행사에 딱 맞는 귀절이 있으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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