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내 모 여행사에서 관광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조병섭(31·서울 역삼동)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민간기상예보업체에서 제공하는 '날씨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조씨가 날씨메일을 제공받은 것은 지난 해부터다. 조씨는 몇년 전 일본 관광객을 위해 준비했던 야외행사를 갑자기 쏟아진 소낙비로 망치는 바람에 적지않은 손해를 입은 아픈 기억이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중소건설업체를 경영하는 김성호(49)씨도 지난 봄부터 '웨더뉴스'에서 제공하는 날씨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는 '건축과 토목 기상정보'는 비와 눈, 바람, 습도, 기온 등 5가지 기상요소가 철골이나 콘크리트, 미장공사 등 각각의 세부공사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 매일매일의 날씨예보와 함께 '해야 할 공사'와 '해서는 안될 공사'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김씨는 "건축이라는 분야가 워낙 날씨에 민감하기 때문에 공사의 진척 여부가 거의 날씨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민간업체를 통해 날씨서비스를 제공받은 뒤로는 운영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밝혔다.

민간 기상예보업체 뜬다

최근 기상예보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업체들이 눈에 띄고 있다. 기상예보사업은 민간업체들이 기상청의 위성자료와 관측자료 등 각종 기상자료를 가공한 뒤 이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새로운 서비스.

우리나라에 민간예보사업제도가 본격 도입된 것은 지난 1997년부터다. 기상청은 당시 "국민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다양해진 기상수요 욕구와 정보시장 개방에 대비한 민간기상부문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민간업체의 기상사업진출을 허용했다.

현재 국내에서 기상예보를 제공하고 있는 민간업체는 한국기상정보, 웨더뉴스, 진양웨더원, 타이로스 기상정보, 케이웨더, (주)첨성대, 웨더피아 등 7~8개 업체. 이들 기상예보업체들은 현재 수백여 개에 달하는 기상정보를 소비자들과 계약을 맺고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 이용료는 대략 30만원 안팎으로 대개 기업체 등이 이들과 계약을 맺고 날씨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서비스의 범위는 다양하다. 계절상품을 파는 제조업이나 유통업은 물론, 관광 등 레저산업, 건설업, 교통운수업 등 날씨와 관계 있는 모든 분야에 기상정보가 제공된다. 특히 빙과류나 에어컨, 선풍기 등 가전제품과 의류산업 등 날씨에 따라 매출액이 민감하게 작용하는 업체들은 이들의 주고객대상이다.

민간기상업체들은 기업 이외에 개인을 대상으로도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각 개인의 메일을 통하여 오늘의 날씨나 일주일간의 날씨, 각종 생활지수 등을 전달하는 '날씨메일 서비스'가 그것이다.

현재 케이웨더, 웨더뉴스, 첨성대 등 3~4개 업체가 회원제로 날씨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들로부터 날씨메일을 받고 있는 이용자들도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상청이라는 단일창구가 있음에도 이들 민간기상업체에 이용자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민간기상업체의 강점은 무엇보다 좁은 지역의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이 서울이나 대전, 부산, 춘천 등 주로 넓은 지역의 날씨를 다루는데 비해 민간업체들은 서울 성북구 또는 북한산, 영종도 등 산이나 항구, 스포츠 경기장(주로 야외구장)을 비롯한 특정 지역의 정확한 기상변화를 예보할 수 있다.

건설이나 유통, 패션, 이벤트, 해운, 농·림·수산업, 레저 등 사회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선호도가 그만큼 높은 셈이다.

여기에 기상청 예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의 자료 대부분이 기상청의 정보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강수원 웨더피아 대표는 "현대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기상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앞으로 민간기상업체의 전망은 밝다"고 전망했다.

강 대표는 그러나 "이에 걸맞는 민간업체들의 노력도 절실하다"며 "앞으로 기상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기상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상청 역시 "현재 기상예보 정확도는 85%안팎"이라며 "이들 민간기상사업자들은 돈을 받고 정보를 제공하는만큼 정확한 정보전달이 무엇보다 중요시된다"고 전제한 뒤 "이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국의 사례

기상예보사업이 가장 발달한 곳은 역시 기상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이다. 예보회사만 400여개에 이르는 미국은 각 주마다 민간기상예보업체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펜실베니아의 애큐웨더, 메사추세츠의 웨더서비스, 켄자스시티의 웨더데이터 등은 연방정부 산하 기상청의 자료에다 자신들이 자체 관측한 기상정보를 더해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날씨를 알려주고 있다.

이들은 하루종일 날씨만 보도하는 라디오와 케이블 TV에도 정보를 제공하는데 특히 애큐웨더사는 700여 개의 신문, 방송과 TV채널이 고객일 정도로 서비스 범위가 넓다.

일본 역시 40여개의 예보사업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특히 태풍이 잦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서비스가 집중 제공되고 있다.

몇 년 전 일본의 한 전력회사는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태풍에서 접근하는 비구름에서 쏟아질 강우량을 예측하여 화학발전량은 줄이고 수력발전량은 높여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크게 절감시켜 연간 16억 원, 전국적으로는 9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바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