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다큐영화 <성서공단노조 아세아시멘트 현장위 사람들>
다큐영화 <성서공단노조 아세아시멘트 현장위 사람들> ⓒ 정선미
숱한 노조의 싸움이 ‘다윗 대 골리앗’의 싸움처럼 전개되기 십상이지만, 다큐멘터리 속 3인의 노조원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투쟁은 여느 투쟁보다 힘겨워 보였다.

10월 10일부터 12일, 사흘간 열렸던 ‘차별·편견!! 2003대구인권영화제’ 중 11일 상영작 <성서공단 노조 아세아시멘트 현장위 사람들>(덕보, 교육·영상기획 노동자의 눈 제작, 2003, 20분, 다큐, 한국)를 제작한 이현정(교육·영상기획 '노동자의 눈')씨, ‘아세아시멘트’ 노조원 남상윤씨 그리고 최문기(가명)씨를 함께 만났다.

- 영화 제목 중 '현장위'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최문기(이하 '최') : "현장위라는 것은 노조 분류방식이다. 기업 노조 방식이 아니라 성서공단에 있는 소규모 사업장 별로 조직된 노조를 ‘성서공단 노조 아세아 시멘트 현장위’ 이런 식으로 부른다."

-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의 문제를 전면에 걸고 투쟁하고 있는데.
최 : "우리의 경우에는 두 가지 문제에 모두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은 파견이 불가능하지만 ‘대구산업’이라는 유령업체를 세워 정규직을 모두 비정규직화하고 파견형태로 근무하게끔 했다. 하지만 이것은 도급도 아니었고 파견도 아니었다."

- 아세아시멘트 투쟁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최 : "지난 4월 17일 대구산업이 폐업신고를 한 후 지금까지 6개월여에 걸쳐 투쟁하고 있다. 폐업 신고 이전에 우리는 회사측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현재는 지방노동위원회의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폐업신고 이전에 문제될 만한 관련 자료를 모두 없앴고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 관련 자료를 미리 확보해두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노동위원회 측에서는 정황증거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완벽한 서류를 구비했어야 하는데 미숙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발표 후 결과물이 도착하면 10일 이내로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낼 수 있는데 그것도 고려 중이다."

- 그동안 투쟁을 거치면서 힘들었던 점은.
최 : "일정이 팍팍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보이지 않는 빛을 찾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의해 짓눌린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거웠다. 회사측에서는 아주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지금은 3명이 남았다. 원래 직원이 적긴 했지만 시작은 9명이었다. 지금 함께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한다. 비조합원을 오늘도 만났는데 회사측에서 고용보장을 빌미로 원하는 내용이 담긴 서류를 작성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 투쟁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최 : "언론에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했지만 이 문제가 전체 비정규직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

아세아시멘트 노조원 남상윤씨
아세아시멘트 노조원 남상윤씨 ⓒ 정선미
남상윤(이하 '남') :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찍으려고 하니까 이상했다. 우리가 투쟁을 잘 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 없다."

- <성서공단 노조 아세아 시멘트 현장위 사람들>의 제작과정은.
이현정(이하 '이') : "교육·영상을 고민하는 주체들이 작년부터 준비해 ‘교육·영상기획 노동자의 눈’이 지난 4월 만들어졌다. 아세아시멘트뿐만 아니라 작은 노조들의 투쟁이 비일비재하다. 왜 아세아시멘트를 선택했는지를 묻는다면 단지 ‘내 눈으로 보아왔던 투쟁’이었고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3년동안 일한 직장에서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이제는 비정규직에서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의 참았던 것이 이제야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내에 이런 싸움이 있고 개떡같은 불법파업근로가 있다는 것을 알려내고 싶었다. 제작비는 거의 들지 않았다. 발품 팔아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다.

언론은 노조를 왜곡시켰지만 노조가 큰 경우에는 그나마 간혹 가다가도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마저도 아세아시멘트의 투쟁에는 없었다."

- 이현정 감독이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 : "어릴 때는 현장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영상 이전에는 사진을 찍었고 이번이 비디오 영상 첫 성과물이다. 사진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이현정 감독
이현정 감독 ⓒ 정선미
- 이현정 감독의 앞으로의 계획은.
이 : "아세아시멘트 투쟁을 한 세 동지들 손에는 유인물이 있었고 내 손에는 단지 카메라 있었던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세아시멘트 투쟁을 계속 따라갈 것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작고 비일비재한 싸움을 기록할 것이다. 모든 싸움에 함께 할 수는 없으니 이런 일을 할 영상패, 같은 것을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여 방송을 하기도 한다. 노조뉴스 같은 것을 하기도 한다. 영상물 생산 시스템이 몇몇으로 독점돼 있어 그것을 뺏어오는 것이 시급하다. 그래서 지역에 미디어센터가 생겨야한다고 본다."

- 다큐를 제작한 사람으로서 싶은 말이 있다면.
이 : "노조원은 3명이지만 내 손에 쥐어진 카메라 한 대가 있으므로 4명이 되는 것이고 함께 하는 성서공단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하므로 결코 적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희망을 찾는다."

끝으로 ‘차별·편견!! 2003대구인권영화제’ 자료집에 이현정 감독이 <성서공단노조 아세아시멘트 현장위사람들>에 대해 쓴 글을 옮긴다.

연간 45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시멘트회사가 IMF를 빌미로 지난 1998년 20년, 30년 근무해오던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 시켰다. 그리고는 불법도급업체를 만들어 34명이 근무하던 공장을 14명이 재가동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IMF라는 상황은 이들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조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이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빼앗긴 채 살아왔다. 그리고 투쟁을 하면서부터 자신의 사회적 이름이 노동자였다는 사실과 자신이 빼앗긴 정규직노동자란 이름은 투쟁하지 않고는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최문기, 최명섭, 남상윤 동지와 함께 내 카메라는 오늘도 그들과 함께 투쟁 현장에서 연대한다.


노조 "위장도급, 불법파견"...사측 "합법적인 도급"

▲ 서울 아세아시멘트 본사 앞 집회

현행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①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에 따르면 '파견'의 형태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대상업무에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가 제외돼 있다.

이번 아세아시멘트의 경우는 대구산업이라는 위장도급 사에 의해 이뤄진 불법파견에 대항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그러나 아세아시멘트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세아시멘트에서 이뤄진 도급은 합법적인 것이었으며 그것이 불법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도급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노조측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노조가 주장하는 것을 반박할 만한 모든 자료와 증인이 있다. 노조측의 주장이 너무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달라서 일일이 대답하기 힘들 정도"라고 일축하며 "곧 지방노동위원회의 판결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객관적인 판결을 지켜봐달라"고 했다.

이에 노동정책연구소 박석운 소장은 "우선 사용자측의 무분별한 파견 노동자 사용을 규제하기 위하여 '파견, 용역, 장내하도급 노동자 사용시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단협에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단체협약 등으로 노동조합이나 파견노동자 당사자가 위 파견계약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중간착취 방지나 파견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유용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민주노총' 발표 자료 참고)

지난 9월 말 "파견근로자가 고용사업주와 실질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었다면 사업주가 직접고용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불법파견으로 인한 위장도급계약을 이행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지만 이 판결이 실제 비정규직으로 파견돼 일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정선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