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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배추김치
통배추김치 ⓒ 질시루
여러분은 혹시 매화김치, 오색김치, 상추불뚝김치, 연꽃동치미를 아시나요? 이 정감있는 아름다운 이름의 김치들이 있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그것은 최근에 전통음식연구소장 윤숙자 교수가 도서출판 질시루에서 펴낸 책 <굿모닝 김치>에 나와 있답니다. 무슨 책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점점 줄어드는 ‘김치 담그기’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이제 우리 가정의 김치 담그기 풍속은 점점 사라져갈 모양입니다. 국내 상품김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커졌다고 볼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 그만큼 담지 않고 사먹는 비율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울의 성인남녀를 대상로 한 한국갤럽 설문조사에 보면 요즘 집에서 먹는 김치가 ‘직접 담근 것’이란 가구는 76%였고, ‘주위에서 얻은 것’(16%), ‘구입한 것’(8%) 등 집에서 김치를 담그지 않는 가구가 24%나 되었습니다. 또 50대 이상은 김치 담그기에 자신이 있다가 91%나 되는 반면 30대는 자신있다는 대답이 51%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앞으로 이 추세는 점점 더 빨라지지 않나 걱정이 됩니다.

지난 19일 농협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된 김치는 모두 1만2349t(미화 494만달러)으로 작년 동기(45t, 4만6천달러)에 비해 수입액은 107배, 양은 274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이젠 우리 겨레의 전통음식 김치마저도 수입에 의존하게 되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닌지 답답합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생산, 판매하는 김치는 그야말로 상품일 뿐입니다. 식구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김치를 꼭 기업의 손에 맡겨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일인 것입니다. 매번 김치를 담가먹으라는 강요가 아닙니다. 올해는 한번만이라도 정성이 담긴 독특한 김치를 스스로 담가보면 어떨까요?

김치 담그기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굿모닝 김치>

<굿모닝 김치> 책의 표지
<굿모닝 김치> 책의 표지 ⓒ 질시루
그런데 어렵다구요?
여기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책이 나왔습니다. 책 이름은 <굿모닝 김치>입니다. 왜 ‘굿모닝’이냐구요? 그건 이 책을 한국인만이 아닌 세계화를 위한 책이기에 영문판 작업을 같이 하면서 외국인들이 반가움을 느낄 수 있는 낱말을 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윤숙자 교수는 ‘한국의 시절음식’, ‘떡이 있는 풍경’, ‘쪽빛마을 한과’, ‘규합총서’ 등 우리의 전통음식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굳이 ‘김치’에 관한 책까지 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윤 교수는 말합니다.

“늘 김치 자료를 끌어안고 책으로 펴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이제야 그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111가지의 김치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김치로 기회와 여건이 주어질 때마다 김치를 담그고, 촬영하고, 기록한 결과물들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우리 김치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의 식탁을 좀 더 풍요롭고, 맛깔스럽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을 펴봅니다.

맨 먼저 “프롤로그-김치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이 나옵니다. 아름다운 김치에 대한 단상들이지요. 40대 이상만 된다면 이런 아련한 추억들은 모두 다 있을 것입니다.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날 김칫광에서 갓 꺼내와 먹던 김치의 아삭함, 손으로 길게 찢어 밥에 얹어 먹으면 딴 반찬이 필요 없던 그 맛,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시원함, 그리고 청량함… 김치에 관한 추억을 끄집어내고자 하니 아련한 그 무언가가 밀려온다.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했던가? 넉넉지 못했던 시절의 기억들도 왠지 모를 그리움으로 떠오른다.”

각종 김치의 재료들(왼쪽부터 채소류, 양념류, 젓갈류)
각종 김치의 재료들(왼쪽부터 채소류, 양념류, 젓갈류) ⓒ 질시루
다음은 첫째 편 “윤숙자 교수가 풀어내는 우리 김치 이야기”로 ‘김치 그 역사 속으로/김치의 분류 및 종류’입니다. 먼저 ‘김치’란 말은 <침채(沈菜)→팀채→짐채→김채→김치>로 변하였다고 하지요. 그리고 ‘삼국사기(三國史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 ‘규합총서(閨閤叢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 옛 문헌에 나오는 김치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어서 김치의 분류와 종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김치는 우선 김치류, 깍두기류, 동치미류, 절임류, 짠지류, 식해류 등으로 구분하는데 이것을 세분하면 100여종이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또 주재료로 구분하면 배추김치류 11종, 무김치류 21종, 나물김치 20종, 섞박지 5종, 파김치 5종, 어패류 및 육류김치 10종, 해조류 김치 4종, 물김치류 19종, 기타 김치류 12종 등 107종이나 된다고 하네요.

여기에선 또 지역에 따른 김치의 종류도 보여주고, 계절별 김치도 소개합니다. 분류에 따른 종류도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고요. 어쨌든 우리나라 김치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니 이것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둘째 편은 “재료 고르기부터 담그기까지 김치 맛내는 법”, “맛있게 저장, 숙성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재료 하나하나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으며, 배추 절이는 방법과 버무리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그리곤 가정에서의 김치 보관 요령을 세세하게 일러주고 있으며, 항아리 등 저장용기와 칼 등 도구들 그리고 ‘김치광’까지 사진을 찍어 상세히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대표김치 111가지 종류 담그기

연꽃동치미와 연근물김치
연꽃동치미와 연근물김치 ⓒ 질시루
이제야 본격적으로 본론에 들어갑니다.

대한민국 대표김치 111종을 선정하여 사진이미지와 함께 재료와 담그는 법을 보여줍니다. 한 장 한 장 쪽을 넘길 때마다 군침이 돕니다. 정말 맛깔스럽게 담고, 아름답게 사진을 찍어 표현했습니다. 윤 교수는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재료준비부터 정성을 쏟아 완전한 과정을 담고, 충분한 시간동안 익힌 다음 한 장 한 장 찍었다고 합니다.

배추김치류는 대표적인 ‘통배추 김치’와 ‘사연지’ 등 10종, 무김치는 ‘총각김치’를 비롯하여 ‘연꽃 동치미’ 등 20종, 물김치류는 ‘나박김치’ 포함 ‘귤물김치’ 등 13종, 채소김치류는 ‘열무김치’와 함께 ‘상추불뚝김치’ 등 27종, 육류,해산물 김치류는 ‘꿩김치’ 등 16종, 소박이,식해류는 ‘오이소박이’, ‘가자미식해’ 등 7종, 별미김치류는 ‘고수김치’, ‘오색김치’ 등 18종이 소개됩니다.

여기 김치를 소개하는 꼭지는 김치의 전면 사진을 먼저 보여주어 먹음직스럽도록 하고, 지루하지 않게 설명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꼭 끝에는 김치의 특징이나 담그는 비법을 귀띔해주고 있어 친절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김치를 담은 그릇을 도자기를 썼다는 점 그리고 그릇을 멍석, 광주리, 문짝, 마루바닥 등에 놓고 찍어서 토속적인 맛을 준 점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치를 세계화하기 위해 필요한 “김치와 과학”, “김치의 규격화”를 말합니다. 먼저 “김치와 과학”은 ‘발효숙성과 성분변화’부터 ‘부재료의 영향’, ‘김치의 산패 및 연부현상’, ‘김치의 일반 성분 및 영양’을 서술하며, 이어서 ‘김치의 맛, 향, 색까지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합니다.

외국인들의 김치담그기 체험행사
외국인들의 김치담그기 체험행사 ⓒ 질시루

그리고 “김치의 규격화”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Alimentarius Commission)에서 채택된 Codex(국제규격)이 왜 중요한지와 규격안 특징 등을 소개하고, 김치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합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알찬 내용에 깔끔한 편집, 그리고 화사한 사진이 어울려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줍니다. 다만 옥의 티라면 지은이의 사진이 곳곳에 과한 듯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은이의 각고의 노력이 소중한 것이기는 하나 지은이의 얼굴을 여러 쪽에서 보는 것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문화 김치 지켜 나가기

한국전쟁 이후 미군들은 같이 근무하는 카투사(Katusa: 미육군에 파견 근무하는 한국군)들에게 김치냄새의 역겨움을 이야기하며, 같이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 땅 속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다며 야만인 취급을 했었습니다.

매화김치와 오색김치
매화김치와 오색김치 ⓒ 질시루
그런데 이젠 김치는 세계인의 식품이 되어 갑니다. 얼마 전 사스에 효과가 있다며 중국 등에선 큰 인기를 끌었고, 일본인들이 김치가 아닌 자기들의 ‘기무치’로 규격화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은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곧 우리는 김장을 해야 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가기에 김장을 하는 집은 줄어갑니다. 그리고 주문만 하면 입맛에 맞는 김치를 문앞에 까지 대령하는 상품으로서의 ‘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머지않아 우리말 사전에 ‘김장’이란 낱말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치는 우리의 고유문화입니다. 어쩌면 이 고유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일지도 모릅니다. 남들은 이제 우리의 김치에 관심을 가지고 덤비는데 우리가 그것을 내버려둔다면 바보가 아닐까요? 또 항암효과가 분명한 김치는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신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제껏 늘 우리의 옆에 있어주어서 소중한지를 몰랐던 김치가 있습니다. 그 소중한 김치를 남에게 빼앗기는 불상사를 막아야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김치를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동아김치
동아김치 ⓒ 질시루

그런 의미에서 <굿모닝 김치>는 제때에 나와 준 책일 것입니다. 곧 해야 할 올해의 우리집 김장은 모든 식구가 다같이 손을 내밀어 ‘연꽃동치미’를 담아 먹으면 어떨까요? 그리고 먼 옛날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날 김칫광에서 갓 꺼내와 먹던 김치의 아삭함을 상상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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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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