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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영혼이...>의 표지
ⓒ 아름드리미디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도서관에 6권이나 비치되어 있었다(평소에 대여가 많은 책들은 여러 권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일수록 책에 대한 감상을 객관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책을 빌렸다.

가끔씩 가슴에 따뜻함이 필요할 때마다 펼쳐 보고픈 이 책은 인디언 꼬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저자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씌어져 더욱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디언 이름이 그렇듯 '작은 나무'(원제는 The Education of Little Tree)라 불리는 6살의 꼬마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다.

인디언을 생각하다

산 속 오두막집 생활을 통해 작은 나무는 자연의 비밀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재미있는 동화를 보듯 그려낸다. 단락마다 부제에 따르는 이야기들은 독립된 단편과도 같다.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지고 반복되며 곳곳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교훈적 메시지가 놓칠 수 없는 영화 대사 같이 멋들어진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고 하셨다...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 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 따위를 마련하는 때는 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짝 짓기 하고 아이를 가지려 할 때도 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일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이익 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들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고 하셨다."(본문 중에서)


요즘 이라크 파병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이러저러한 의견들이 무성하지만, 사실 나는 어떠한 찬반의 토론에도 동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파병반대로 심지를 굳히게 되었다.

한국은 또 하나의 침략자?

인디언에게 그러했듯이 이라크에게 있어 '침략자'인 미국, 그리고 그 침략자를 돕는 또 다른 침략자인 우리 대한민국. 생각이 자연스레 여기에 이른다. 우리 세대까지 언제나 미국은 친구였고 멋진 팝송의 나라, 근사한 영화의 나라였다.

가끔 인디언을 다룬 영화는 갑자기 거대한 문명 앞에 어찌해야 할 줄 모르는 원시인의 전형이었다. 아직도 생생히 그려지는데 인디언이 변기를 들여다보고 세수를 하던 장면, 텔레비전 앞에 창을 겨누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한 인디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조작이었음이 드러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학살'이란 잔인함과 추악함을 은폐시키기 위해 그간 미국이 쏟은 노력은 이제 끝에 다달았다. 그러한 증거의 한 예가 바로 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인디언의 역사에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 인디언의 생활, 지극히 평범한 인디언의 일상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에 의해 주도된 역사의 실체를 담아내고 있다. 인디언들은 모두 생활 철학자였음을 알려 준다.

하찮게 여겨지는 돌멩이 하나와도 영혼을 통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그들의 삶은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인 '자연친화'의 본질을 보여준다. 깊은 명상에서 걷어올린 영적인 그들의 문화 양식은 이렇게 자연과 동떨어져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지개와 같다. 어릴 적 서울에서 한두 번 보았던 무지개, 이 책은 그 경이로운 느낌을 다시 맛볼 수 있게 하는 감격의 빛이 되어준다.

이런 점에서 원제보다는 번안 제목이 더 와 닿는다. 자연과 인간의 오묘한 조화를 실감할 수 있는,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문학적으로 그려낸, 제목 그대로 '내 영혼에 따뜻한 생기를 불어넣어 준' 책이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아름드리미디어(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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