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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9시뉴스 앵커 출신의 박성범 한나라당 전 의원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선정하는 '부역언론인' 2호로 지목됐다.
KBS 9시뉴스 앵커 출신의 박성범 한나라당 전 의원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선정하는 '부역언론인' 2호로 지목됐다. ⓒ 신미희
KBS 9시뉴스 앵커 출신의 박성범 한나라당 전 의원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김영삼)가 선정하는 '부역언론인' 2호로 지목됐다. 이로써 제1호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에 이어 80·90년대 KBS를 대표한 앵커 출신들이 잇따라 부역언론인 명단에 올랐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노보 5일자를 통해 "박 전 의원은 전두환, 노태우 독재정권을 향한 맹목적 미화보도에 앞장섰다"면서 "'땡전 뉴스에 버금가는 땡노뉴스'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군사정권의 치부를 밝히는 프로그램 방영을 온몸으로 막은 공로로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각종 비리 의혹마다 거론됐다"고 지적했다.

박 전 의원은 <조선일보> 10월 6일자 '정연주 사장, 스스로 사퇴를' 제하 기고에서 "프로그램의 상업화·편향성 시비, 송두율 교수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 등 KBS가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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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범씨, 당신이 그런 말할 자격 있소?"

"노태우 후보 선출, 헌정 40년만에 보는 극적인 장면"

KBS 9시뉴스를 진행하던 당시의 박 전 의원과 신은경 전 아나운서.
KBS 9시뉴스를 진행하던 당시의 박 전 의원과 신은경 전 아나운서. ⓒ 신미희
KBS노보가 박 전 의원의 부역 이력으로 적시한 사례는 단연 '땡노뉴스'에서 출발한다. 지난 87년 6월 10일 집권 여당인 민정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노태우씨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당시 KBS는 "평화적 정부 이양이라는 우리 헌정사의 첫 걸음"이라며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현실화되는 우리나라 정치발전의 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또 노태우 후보 개인에 대해 "가난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꼈으며 특히 홀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고 다양한 경력과 다방면에 걸친 경험 축적을 토대로 확실한 정치지도자로 부각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KBS는 더 나아가 "내 귀는 매우 커서 모든 이의 말을 듣는데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는 노태우 후보, 조화정치 순리정치 신의정치를 주창함으로써 온건한 합리주의자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노태우씨를 미화했다.

이날의 앵커는 KBS 보도본부 부본장인 박성범씨. 그는 9시뉴스 전체 48분 중 노태우씨 보도에 절반 이상이 할애된 당일 "헌정 40년만에 처음 보는 극적인 장면"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 시기 '6.10항쟁'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야권에서 주도하는 집회가 사회불안과 치안질서를 문란시킬 우려가 있다"고 검·경찰 논리를 그대로 반복했다.

'광주를 말한다' 방영 저지 시도

그는 89년 민주화 열기 속에 제작된 5.18 관련 프로그램 '광주를 말한다'와 이철규 열사 변사 사건 특집, 국회증언 생중계 등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노보는 "그는 '광주를 말한다'가 방영될 경우 한국사회는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것이며 군을 자극시켜 또다른 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주장한 뒤 "본부장에서 물러나기 전에는 광주 프로를 방영할 수 없다며 사표를 제출했으나 다음날 반려됐다"고 밝혔다.

이후 9시뉴스 앵커로 복귀한 그는 방송총본부장 시절 노태우 대통령 의 임기 1년을 남기고 6공화국 치적을 홍보하는 50분짜리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정계 진출과 연이은 금품 스캔들

노태우 대통령과의 특별대담 장면.
노태우 대통령과의 특별대담 장면. ⓒ 신미희
95년 민자당 서울 중구 지구당위원장으로 발탁된 그는 96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계로 진출했다. KBS노보는 이와 관련, "'텔레비전 뉴스 앵커는 성공적인 정계진출의 정류장'이라는 말을 확인시켜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는 잡음을 일으키면서 비리 의혹 대상에 오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96년 15대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가 하면, 선거기간 중 부인 신은경씨 대필서신 유포혐의로 고발됐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벽시계를 돌린 그의 지구당 간부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97년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로비 사건이 터졌을 때 '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그는 결국 한보측으로부터 지구당 운영비 명목의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3월에는 국회 통신과학기술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감사 대상인 한국통신이 지원한 미국 여행을 떠나 '외유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KBS노보는 "이밖에도 한나라당이 불법으로 선거자금을 모은 '세풍 자금' 일부를 집 수리비 등으로 유용했다는 설(99년)과 함께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비리와 관련한 '타이거풀스 리스트'(2002년)에도 거명됐다"고 전했다. 그는 KBS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하던 91년 2월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출장비를 부당 정산한 사실 역시 뒤늦게 밝혀졌다.

"KBS의 부끄러운 역사는 그 자신의 역사"

'땡전·땡노뉴스' 주역으로 신군부를 미화하고 그 대가로 정계에 진출했으며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됐던 박성범 전 의원은 돌연 지난달 KBS를 향해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연주 사장, 스스로 사퇴를'이란 조선일보 기고로 'KBS 흔들기' 저격수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기고에서 "KBS는 80년대 중반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편파방송으로 시청료 거부라는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쳤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면서 "또다시 KBS는 권력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시청자들로부터 받기 시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KBS노보는 "그 '부끄러운 역사'는 바로 박 전 의원 자신의 역사"라고 일갈했다. 또 "자신의 손과 자신의 세치 혓바닥으로 얼룩지게 했던 KBS의 과거사에 대해, KBS를 떠났다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받은 양 결코 반성하지 않는다"고 그의 처사를 비난했다.

더불어 그의 아내인 신은경(전 KBS 아나운서)씨가 'KBS 사장 선임'을 다룬 비슷한 내용의 글을 이미 같은 신문에 투고했던 전력을 제기하면서 "이들 부부의 행보가 'KBS 사장' 직함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KBS노보는 마지막으로 "KBS에 몸담아서는 국민보다 정권을 위해 일했고,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또다시 국민보다 본인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매진했던 박성범씨의 모든 것을 낱낱이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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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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