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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이동권과 관련한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투쟁으로 인해 서울 도심의 지하철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느라 정신이 없다. 소량이기는 하지만 저상버스와 서울시의 장애인 콜택시가 도입되었고 지난 9월 30일부터는 굴절버스가 시범운행 중이다.

▲ 대전광역시 청사
ⓒ 이철용
그러나 장애인의 이동과 관련한 문제는 교통 수단의 문제 만이 아니다. 장애인들의 삶의 터전인 주택과 그들이 생활속에서 만나는 시설의 접근성도 대중교통시설 못지 않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단체들의 투쟁이 대중교통과 관련한 것에 집중하다보니 생활속의 편의시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물론 '장애인·노인·임산부등 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이 1998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끊임없이 개정논란이 있었고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이하 편의연대)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는 편의증진법의 개정만으로는 이동권을 완전하게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교통수단이용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고 제정운동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법률의 제·개정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도 국회와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그렇다고 정부당국이 그나마 마련되어 있는 편의증진법을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는지 의심스럽다.

편의시설관련 "누가 누구를 감독할 수 있는가?"

편의시설에 대한 문제점은 민간시설에도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사도 문제점이 많이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어떻게 민간시설을 관리감독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2000년 건립된 대전광역시(시장 염홍철) 청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사중 최첨단 시설로 꼽히고 있다. 20층의 청사와 넓은 녹지공간은 타 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청사에 설치되어 있는 편의시설의 설치와 운용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 대전광역시 청사의 편의시설 - 바닦의 유도불럭, 대강당의 휠체어장애인석 난간, 장애인용 화장실 등 곳곳에 문제가 있다.
ⓒ 이철용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이 대전시청을 방문할 때 처음 만나는 난관은 출입문이다. 첨단시설답게 출입구 중앙에는 회전문이 설치되어 있다. 물론 회전문 좌우에 여닫을 수 있는 문이 있지만 손잡이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 혼자서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벨도 찾기 힘들다. 대전시청은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하기 위해 예산확보까지 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공사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청사의 모든 바닥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블럭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 유도블럭은 일반 대리석과 어울리게 하기 위해 같은 색상과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전맹의 경우는 문제가 없겠지만 시력이 약한 저시력인의 경우 색상이나 명도 차이로 구분을 하는데 이러한 시설은 무용지물이다. 편의증진법에서도 일반 바닥과 유도블럭의 명도를 다르게 해서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청사 3층 대강당의 경우 강당 1층의 뒤편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자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설치된 난간의 높이와 굵기로 인해 장애인이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없도록 설치되어 있다. 물론 단상에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도 문제점을 갖고 있다.

▲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휠체어 장애인 관람석
ⓒ 편의연대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해 연주홀과 공연장의 경우 장애인만 한 곳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좌석을 일부 제거하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추세인데도 이런 고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휠체어 장애인이 도우미와 동행할 경우 서로 다른 곳에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도 장애인 사용자 중심이 아닌 법규정을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화장실 내에서 휠체어를 돌리는 것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일반 화장실과는 달리 장애인 화장실은 저녁시간이 되어도 전등이 켜있지 않다. 장애인이 버튼을 찾아서 불을 켜야 하는데 어두운 공간에서 버튼의 위치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찾는다고 하더라도 높이로 인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버튼을 누르는 것은 힘들다. 관리에 있어서도 화분 등을 넣어두어 장애인이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대전시 담당부서도 "문제점 몰랐다" 주장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청사관리를 담당하는 청사관리계 김동욱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청사 건립시 장애인단체의 대표들과 협의를 했고 그 이후 문제점에 대해서 특별한 이의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복지과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문제들을 지역의 장애인들과 신문기자들이 지적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으나 정작 편의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과의 이규원씨는 위에서 지적한 내용에 대해 "처음 듣는 사실"이라며 "휠체어 장애인의 좌석 자체가 부족한 것에 대한 의견은 있지만 시설의 문제제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대전시의 장애인복지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도 자체의 문제인식이나 현실파악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민간시설의 편의시설에 대한 지도 감독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모순을 갖고 있는 대전시가 과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단속과 지도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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