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안 핵폐기장 유치를 사실상 재검토하기로 발표한 10일 오후 5시30분경, 서울 방배동의 한 횟집에서는 부안 향우회 회원 30여명이 모여 핵폐기장 유치를 위한 준비모임을 가졌다.
특히 이 자리에는 김종규 부안군수와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도 참여해 모임의 성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개인적인 입장을 떠나 중립적으로 핵폐기장 유치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해야 할 부안군수가 찬성 모임에 참여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군수는 이날 모임이 시작되자 곧바로 일어서 "진심으로 고향 어르신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김 군수는 "가족들,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부안에게 (핵폐기장 유치) 기회를 확실히 주었으면 좋겠다"며 핵폐기장 유치활동 참여를 당부했다.
김 군수는 "경제활성화에 대한 비전이 없으면 농촌이 쇠락한다는 고민을 했는데 (핵폐기장 유치시 지원되는) 양성자가속기 사업이 탐이 나더라, 위도를 관광지로 만들면 스쳐가는 부안도 혜택이 온다"며 핵폐기장 유치의 경제적 이익을 강조했다.
김 군수는 또한 이날 오전 산업자원부의 정부방안 발표에 대해 "(다른 지역과) 선의의 경쟁을 하자, 풍랑을 헤치고 가야 풍어를 얻을 수 있다"며 "주민투표 시기가 총선 전후 언제가 될지는 대화로 정해지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잠시 공개됐다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김종규 군수는 저녁 7시30분경 자리를 빠져나갔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김 군수에게 다가가 "어떻게 모임에 참석했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부안군 관계자들이 달려들어 기자를 막았고 김 군수는 조용히 차를 타고 사라졌다. 모임 측은 김종규 군수의 참여에 대해 "김 군수가 마침 일이 있어 서울에 와 있었는데, 향우회에서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홍보물을 나누어주고 향우회원들 질문에 아는 대로 답변했다"며 "앞으로도 모임에서 요청할 경우 교류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해가 있을지도 몰라 향우회원들과의 질의응답 외에는 별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면서 "한수원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날 오전 산자부의 정부안 발표에 대해 "기자회견 10분 전에야 알았다, 솔직히 당혹스럽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종규 군수 "가족들, 친척들에게 전화 좀 해달라" 당부
이날 모임은 핵폐기장 유치를 위한 준비모임이며, 수도권에 살고있는 부안향우회 중 핵폐기장 유치에 찬성하는 회원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아직 모임의 정식 명칭이나 회칙, 회장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후 12월중에 정식 발기인 모임을 갖고 사업승인을 받아 5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임은 핵폐기장 찬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회를 맡은 민모씨는 "자기 의견을 만들기에는 서울이 자유스럽다, 재경 향우들이 (핵폐기장 유치를) 설득하는 단체를 만들자"고 강조하며 "모임 성격 자체가 찬성이니까 만에 하나라도 반대라면 식사만 하시고 가라"고 강조했다.
위도지킴이 "유치신청 원천무효" 주장에 몸싸움 벌어져
그러나 사회자의 당부와 달리 이날 모임을 방문한 위도지킴이 재경지부 회원 5∼6명은 '식사만 하고' 가지 않았다.
백종범 재경지부장은 발언권을 신청한 뒤 "위도에서는 엄청난 공동체 파괴현상이 있다, 주민들이 보상에 의해 찬성했으니 유치신청은 원천무효"라고 강조했다. 이에 부안 향우회원들은 "핵심적인 이야기만 해라", "반대 이야기는 다른 장소에서 하라"며 말을 가로막았다.
향우회원들의 저지 속에서도 백 지부장이 설명을 이어나가자 향우회원들은 "당신은 초청한 사람이 아니잖아"라고 소리를 질렀고, 한 위도지킴이 회원이 "당신 당신 하지 마라"고 말하면서 급기야 부안향우회원과 위도지킴이 회원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양측은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며 싸움을 벌여 방안은 아수라장이 됐고, 이 소동은 부안향우회가 경찰을 부르고 위도지킴이 측과 기자들을 방 바깥으로 내보내면서 끝났다.
위도지킴이 측는 이후 바깥쪽 마루에 앉아 모임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김 군수가 나오자 "김종규씨, 나 좀 봅시다, 할 말 있습니다"라며 말을 걸었다. 김 군수가 이에 답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자 닫힌 차문을 발로 차기도 했다.
기자들이 나간 뒤에도 모임은 밤 8시20분까지 진행됐으며, 방 안에서는 간간이 박수나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회자였던 민씨는 "오늘 모임에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준비모임으로 가진 것 뿐"이라며 "부안향우회 전체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모임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