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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문광위 소속 의원 10명이 전원 참석해 법 개정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문광위 소속 의원 10명이 전원 참석해 법 개정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 신미희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 시도가 또다시 무산됐다.

국회 문화관광위는 19일 오후 전제회의를 열어 TV수신료 분리징수안 표결 처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으나 당별간 합의를 거치지 못해 결국 산회됐다. 문광위는 지난 16일에도 TV수신료 분리징수안 상정을 놓고 격론을 벌이다 회의를 자동 유회시켰다.

한나라당은 이날도 소속 의원 10명이 전원 참석해 법 개정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자민련 등은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했고 참석했던 민주당 간사 심재원 의원 역시 퇴장했다. '나홀로' 참석한 김성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한나라당의 표결처리 강행을 저지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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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수신료 분리징수안은 KBS 길들이기"

한나라당은 전체회의가 열릴 때까지 신영균, 김일윤 의원이 도착하지 않자 긴급히 연락을 취해 두 의원을 뒤늦게 합류시키기도 했다. '비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소속의 배기선 위원장과 김성호 의원, 단 두 명이 참석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숫자에서 '10:2'의 압도적 우세였지만, 각계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표결처리를 강행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언론사의 한 기자는 "단독으로 밀고나갈 명분이 없으니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 명분 없는 싸움은 반드시 지게 돼 있다"고 촌평했다.

"명분 없는 싸움은 반드시 지게 돼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도 수신료 분리징수를 재차 주장하면서 방송법 개정안 표결처리를 요구했고, 배기선 위원장은 각 당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표결처리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수신료 분리징수를 통해 KBS가 각성하고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면 국민들 사이에서 '수신료 거부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창 한나라당 의원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함께 내느냐, 영국의 BBC 등 모두 시청료를 분리징수하는데 우리만 통합징수하는 게 옳으냐"고 비판했다.

배 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라 해도 우리 나라에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통합징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배 위원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방송·언론계의 상당한 지도자들이 염려하고 있으며 언론·시민단체와 야당, 당사자들이 반대하고 있다"면서 "문광위에서 강제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배 위원장은 "특별 소위 등을 만들어 각 당 의견을 규합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한나라당에서 양해해 준다면 다음주 초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김성호 의원도 "위원장 제안대로 'KBS공정성강화특위'를 만들어 수신료 문제와 보도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방송법 개정안 표결처리를 계속 요구하자 "당간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고 한나라당 간사인 고흥길 의원은 "당간 합의가 결렬될 경우 전체의원의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 임시국회는 23일 폐회한다, 그럼 내년 2월에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것도 불확실하다"면서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배 위원장, "'KBS공정성강화특위'를 만들어 방안 논의"

하지만 배 위원장은 "일방적인 숫자를 통해 의결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고흥길 의원은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하고 나간 것은 진행을 포기한 것이다, 위원장이 사회를 포기하면 관련 조항에 따라 다수당 간사가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배 위원장은 " 한나라당의 폭거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1시간여 동안 정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회의장 안밖에서 소속 의원끼리는 물론 당직자,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의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 위원장이 속개를 하기 위해 다시 들어오자 10명의 한나라당 의원은 대기실에서 별도의 전체회의를 가진 뒤 재입장했다.

배 위원장은 "'KBS공영성강화특위'를 구성해 수신료 문제를 포함해 한나라당의 주장이 수용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안에 결론내자"며 "오는 22일 간사회의를 통해 상임위 일정을 잡고 합의점을 찾겠다"고 밝힌 뒤 산회를 선포했다.

이에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이 "합의 안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재차 물었고 배 위원장은 "반드시 합의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안을 월요일까지 제시하겠다"고 답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위원장의 약속을 믿겠다"면서 지루한 설전은 막을 내렸다.

한편, 지난 1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표결기권을 선언했던 KBS 뉴스앵커 출신의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자리만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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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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