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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 설치된 간이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서희씨
ⓒ 김진석
여당 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
좌익 우익 해방때부터 아직까지 싸운다.
… …
참교육과 공교육은 나 몰라라 싸우고
어린 청춘 사교육에 시들어 간다.

대한민국 아름다운 나라 정말 좋은 우리나라
오천년의 찬란한 역사 제발 제발 더럽히지마
제발 제발 싸우지들마. (후렴)


사각의 링에서 여, 야를 대표하는 두 복서가 코피 터지도록 싸워도 좀처럼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시위하는 온갖 풍경들이 지나가면 기저귀 찬 아기가 소주를 마시다 술병을 붙잡고 결국 쓰러지고 만다. 최근 화제를 모은 노래 '대한민국 싸우지 마!'(이하 대싸송) 의 플래시 애니메이션(lettee.com) 내용이다. ☞'대싸송' 노래듣기

가수 서희는?

동인천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서씨는 인천 토박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락부장을 도맡으며 통기타 그룹 활동을 펼쳤던 서씨는 레크레이션 MC로 더 유명하다. 1980년대 말부터 젊음의 행진, 야! 일요일이다, 청춘데이트, 파란마음 하얀마음, 가족오락관 등 각종 TV 교양·오락 프로그램에 단골 출연했다.

또 그는 경인여대, 인하대 사회 교육원, 교통 연수원 등에 레크레이션 강사로 출강하며 <레크레이션 가이드> ,<탤런트 레크레이션> 이라는 저서도 출판했다. 1990년엔 작사가 박인호씨와의 인연으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이란 아동곡을 발표했다.

그 후 두 개의 음반이 잇따랐다. 1집엔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는 '비틀비틀' 과 '사랑을 가르쳐 준 사람' 이, 2집은 '다시 한번 널' '월미도' 등이 담겨있고 이들 곡은 모두 노래방에 깔려 있다. / 김은성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정치계의 비리 등으로 이를 풍자한 인터넷 패러디물이 눈길을 끌고 있다. ‘파병과 태풍’, ‘백억송’ 등 정치 및 사회 세태를 풍자해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레떼’(lettee.com)를 선두로 정치판 패러디 만화를 선보이는 ‘라이브이즈’(liveis.com), 엽기송 카페 (cafe.daum.net/ekdrmssoro)등 다양한 인터넷 창작물이 화제를 낳고 있다.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비교적 호의적이다. 그 중 레떼에서는 ‘조폭들이 형님하고 정치인한테 수그리겠네!', ‘싸움질하는 국회의원, 비리공무원들 색출해 이라크로 보냅시다!’, ‘우리나라 국회위원들이 하루만이라도 인간답게 살면 좋겠다’, ‘제2의 애국가로 합시다’ 등 ‘대싸송’ 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호응이 줄을 잇는다.

이는 온라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하철 예술무대에서 가수 서희(본명 서선택·45)가 대싸송을 부르자 지나가는 이들의 반응 또한 온라인 못지않게 뜨거웠다.

"솔직히 말해 (정치권의) 꼴이 꼴같지도 않다! 오죽하면 저런 노래까지 다 나왔겠는가? 요즘은 화가 나서 TV도 보기 싫다. 정말 더러워서 신물이 난다. 솔직히 국민들 말고 정치인들이 저 노래를 들어야 한다. 내가 속이 다 시원하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대싸송을 들었던 이아무개(60)씨의 말이다. 정치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때마다 몹시 인상을 찡그린 이씨는 “(정치권 비리를) 생각하면 할수록 욕밖에 안 나온다”며 대싸송을 열렬히 지지했다.

@ADTOP@
개그맨 출신 무명 가수 서희씨가 부른 대싸송은 ‘독도는 우리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을 만든 박인호씨가 작사·작곡 했다. ‘작은 김구’가 별명인 서희씨는 대싸송으로 무명 가수 생활 13년 만에 각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 김진석
조용필씨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대한민국에 보탬이 되는 가수가 되고 싶어 이름도 고려시대 강동6주를 개척한 ‘서희’ 로 바꿨다. 서씨는 “이 노래의 주인공은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이다” 라며 “남의 탓을 하기 보다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자”고 운을 뗐다.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 관철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싸움, 정치인들의 소모적인 싸움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해요. 그렇다고 무조건 싸우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에요.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은 생산적인 싸움을 해서 반드시 이겨내야죠!”

처음 ‘대싸송’ 은 힘이 없어 싸우지도 못하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노래였다. 하지만 서씨는 “이젠 정치인과 나랏님이 이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며 "대싸송이 싸움을 말리는 전령사가 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정작 노래를 듣고 불러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어요.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조건 싸우려고만 해요. 생산적인 비판도 서로의 말도 전혀 들어 보지 않은 채 그저 막무가내에요. 노래를 불러 스스로에게 싸움 하지 않는 자기최면면을 걸었으면 해요.”

서씨는 미국 LA 교포 라디오 방송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 등 각종 언론 매체의 쏟아지는 관심에 적잖은 당황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음반이 나오기 전 시범용으로 인터넷에 잠깐 올린 ‘대싸송’ 이 사흘 만에 팬 카페(http://cafe.daum.net/seoheefan)까지 생긴 것이다.

그는 “솔직히 인터넷으로 이미 많은 네티즌들이 음악을 들어 정작 음반이 나오면 누가 사겠냐?” 며 기분 좋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서씨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잘 모르는 정치얘기를 하느라 매번 논술을 치르는 기분이다” 며 “나처럼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이 정치 얘기를 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솔직히 제가 대싸송을 부르긴 하지만, 이젠 이런 노래가 또 다시 나와서도 , 불려져서도 안 되죠. 조금만 덜 먹고, ‘국민을 위한’ 다며 국민을 볼모로 잡지 말고, 정말 국민을 위해 정치해 달라는 말을 당부 하고 싶어요.”

한국적인, 한국을 위한 노래를 부르며 의식 있는 가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서씨. 그는 현재 그의 팬들과 함께 다음 팬카페에서 '대한민국 싸우지마 네티즌 100만인 서명운동' 을 하고 있다. 100만인 서명명단은 '갈등·대립 조장에 관한 처벌법' 을 입법해 달라는 청원서와 함께 국회에 보내질 예정이다.

"'대싸송'은 한국 신문 보다 만든 것"
[이메일인터뷰]'독도는 우리땅' 작사·작곡가 박인호씨

ⓒ김진석
-그동안 미국에서 어떻게 지내셨나요?
"영어와 경영학에 대해 공부하려고 2000년 초 이민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이곳 댈러스에서 도넛숍을 경영, 하루14시간씩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일하고 공부합니다."

-가수 서희씨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요?
"제가 KBS에서 PD 로 재직할 때 공개방송 MC로 일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15년 전의 일이죠. 그 후 가수가 되겠다고해 곡을 써주었습니다."

-선생님이 아는 서희는 어떤 가수인가요?
"술, 담배, 화투를 전혀 모르는 이상한 한국인입니다. 너무 정직해서 한국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천연기념물 같은 희귀종입니다. 과연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노래 실력은 현재 중급 정도지만 앞으로 크게 대성할 대기만성형의 성인가수입니다."

- '대싸송' 은 어떤 계기로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가수 서희씨가 밤마다 곡을 써달라고 졸랐습니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을 뒤적이다 보니 저절로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슬픈 일입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온 지 3년이 되었건만 한국은 점점 싸움으로 썩어만 가는 것 같군요."

- 노래를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이 싸우는 이유는 썩은 고기를 서로 많이 먹겠다고 다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 국민이 이민을 가고 싶어 할 정도로 한국사회가 썩었다면 누군가 그걸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깨끗하게 정치하고 서로 싸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 노래의 존재 이유입니다.

-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소감이 어떤지요?
"인기를 얻어 기분은 좋으나 한편으로는 씁쓸합니다. 이 노래가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방송 PR비가 없어 그저 약간 정도만 알려질 거라 예상했을 뿐입니다. 이곳 댈러스 지역 신문에도 대문짝만하게 보도가 되었고 이곳의 한국 사람들도 모두 저를 알아봅니다. 뉴욕과 샌호세의 방송에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 혹시 미국에서도 인터넷 다음 카페에서 벌이는 서희씨의 백만인 서명 운동같은 것이 펼쳐지고 있는지요?
"이곳의 한국 신문사를 통해 대한민국 싸우지마에 대한 의견을 쓴 교포들이 서명 운동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결과는 모릅니다."

- 가수 이정현씨 노래의 '바꿔' 와 많이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좋게 생각합니다. 이정현씨 팬입니다"

-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 세 가지가 있다면?
"싸우지마, 돈받지마, 속이지마. 국회 회훈으로 어떨는지. 선서 대신에 말이죠."

- 후속으로 준비하는 노래가 있다면?
"하나 준비 중입니다. 38선, 45정으로 표현되는 한국 현실을 박차고 뛰어오르자는 뜨거운 정열을 가진 노래를 코믹하게 표현해 발표하겠습니다 ' 서태지와 아이들' 이상의 '서희와 어른들'이 될 것입니다(개봉박두 기대하시라!) 노래가 재미없으면 환불이 아니라 배상해 드립니다. 서희는 노래하고 쓰러져가는 노인 두 분께서 백댄서를 할 것입니다." (그 이상은 비밀)

- 앞으로 만들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는 노래, 서로 마음으로 통하며 공감하는 노래를 써왔고 앞으로도 계속 쓸 것입니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칼럼을 쓰고 싶습니다. 항상 눈뜨고 살아 움직이며 경각심을 갖고 우리 사회가 새롭게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공부가 끝나면 귀국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 김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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