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런 잡동사니들은 어딘가에 혼자 담아 두면 대개 잊어버리기 일쑤여서, 항아리나 서랍에 몰아 넣어 두고 필요할 때면 그것을 뒤집어 털어 그 안의 보물(?)들을 되만나게 됩니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아내는 내가 애써 모은 보물들을 구질구질하다며 내다버리려 하지만 나의 강력한 검문에 걸려 몇 번인가 쓰레기통으로 가는 길을 제지당하기도 했지요.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모아둔 물건들을 늘 머리에 두고 쓸모를 생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개미처럼 잡동사니만 보면 물어다가 일단 모아두고 보는 것이지요.
전에도 우표며, 헌책이며 무언가를 주워 모으는 버릇이 있긴 했습니다만 무언가 눈에 띄는 대로 헐고,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꾸지 못해 조바심을 내던 도시 살이에 비하면 나도 모르게 바뀐 버릇이지요.
그런데 얼마 전, 주워 모으기만 하던 그 버릇 덕을 보게 되었습니다.
변기의 손잡이가 고장이 나서 물이 내려오지 않아 저수조를 들여다보니 물마개에 연결된 끈이 끊어졌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고무로 된 물마개에 꽂힌 쇠고리가 부식이 되어 끊어진 것입니다.
당장 용변은 보아야 하고, 날은 저물어 막연하기만 했습니다. 일 센티도 안되는 고리를 만들 철사만 있으면 되는데 그걸 사자고 늦은 시각에 한 시간이나 걸리는 읍내의 철물점까지 나가기도 망설여지는 일이지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물창고인 항아리를 털어 보았더니 가지런히 사려 놓은 철사 줄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날, 물마개 고리를 만들어 시원하게 쏟아지는 변기를 가리키며 나는 그동안 잡동사니 모아 놓는다고 싫은 소리하던 아내에게 모처럼 큰소리를 치게 되었지요.
시골살이에는 작고, 사소한 것일수록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벽돌 몇 장, 나무 도막 몇 개 따위는 어느 철물점에서도 배달을 해 주려 하지 않으니. 필요를 넘는 분량을 사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어디선가 버리는 벽돌은 오며가며 차에 몇 장씩 실어 나르고, 자투리 나무 도막도 가져오면 개장이나 닭장을 고칠 때도 요긴하게 쓰이게 됩니다.
돌아가신 조부께서 마당의 마사 한 올도 비에 쓸리지 않도록 비질도 살살하시고, 차곡차곡 두드려 두는 걸 볼 때면 참 답답하기만 했는데 어느 덧, 그런 조부의 모습을 내가 닮아 갑니다.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쓸모를 깨닫는 것.
나는 그것이 시골살이가 주는 또다른 즐거움이고, 소중한 지혜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