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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미술 여행' 표지
ⓒ 보림출판사
'자연 미술가는 자연물을 사용할 뿐, 이것이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은 전적으로 자연에 달려 있다. 자연 미술은 자연에서 시작하고 자연이 완성하는 것이다.'(머리글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이란 하얀 캔버스 안에 그려진 그림이나 손으로 빚은 조각 같은 것들이다. 자연미술이 무엇인지 가늠 할 길이 없던 나는 좋은 책을 발견했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재미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자연 미술 여행'이다.

이 책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어린이는 '한박자', '뚱이'로 불리는 몸집이 좀 있는 여자 어린이이다. 그리고 뚱이의 이모, 저자 '김해심'이 한박자와 대화하며 이야기를 엮어 가고 있다.

네 단락인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분류되어 '뚱이'의 여행에서 만나는 자연 미술은 예술에 바탕이 되는 감성과 자연에 대한 신비감이 잘 그려져 있다.

엉뚱한 상상력에서부터 어린이의 비상한 호기심까지 문학적인 섬세한 서정성이 곳곳에 배어 있다.

하늘을 보니 주변의 나무들이 나를 향해 몸을 기울여 인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나뭇잎 하나가 천천히 날아와서 내 몸 위에 내려앉습니다. 나뭇잎 사이에 파묻힌 나도 나뭇잎이 된 것 같습니다. (본문 중에서)

'성 프란체스코'는 햇빛과 새들과 대화를 했듯 자연의 모든 대상이 친구였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어르신도 화가 날 때나 마음이 울적할 때 산에 올라가 나무와 대화를 한다. 사람에게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자연에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예이다. 인간의 다정한 벗이 되어 주는 자연과 함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은 새로운 의미가 태어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인식하는 것들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나도 자연 미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자가 어느 때 길고 짧은지, 밀물과 썰물의 생성 원리 등 감각적으로 체득된 자연에서 좀 더 심화된 과학적 이론을 펼칠 수 있다면 자연을 이용한 재미있는 작품들을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가지게 된 것. 어릴적 흘러가는 개울물에 나뭇잎들 띄우던 일, 개미집을 만들 때 그 주위에 작고 예쁜 돌로 원을 그려 주던 일이 자연 미술의 예가 되지 않을까.

이렇듯 자연미술이란 본래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자연 친화력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생활의 영역에서 인공미를 거부하고 자연을 우위에 두는 가치에서 비롯된다.

더불어 자연 미술이란 야외 전시에 국한 되어 즉흥적 현장성의 작업 형태로 일회적인 작품, 소유할 수 없는 작품일 수밖에 없는 한계성을 지닌다. 그래서 그 순간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 전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작품의 아우라가 한꺼풀 빠져 버린 상태가 아닐까.

자연은 사계절 늘 같은 순환을 하는 듯하지만 모든 자연 상황은 단 한순간도 동일하지 않다. 어제 보았던 나뭇가지들은 오늘 또 달라 있고 그것을 보는 사람의 심상의 눈 또한 순간 순간 달라진다. 순간적인 포착에서 인간의 표현 의지는 곧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화 되기 위한 최종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주위에 활동하고 있는 추상화가에게 자연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의외로 그에 대한 지식의 부재에 의아해 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친환경, 생태등의 용어가 익숙한 자리에 '자연 미술' 또한 열린 세계에 확고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손 모양에 따라 물이 변하는 거 보이지?"
"중력 때문에 내가 아무리 방해해도 물은 계속 아래로 흘러가 버리잖아"<물은 낮은 곳에 머무른다, 김해심 작>

유리창 밑에 흙덩어리가 흘러내리면서 저절로 그려진 황토색 선 '흙덩이가 그린 그림' <흙덩이 그림, 김해심 작>

벌레가 뚫은 잎의 구멍으로 햇빛을 통과시켜 나뭇잎이 벌레의 먹이가 되는 생태 순환을 강조함.<펀치, 김해심 작>

예술가와 함께 하는 자연미술 여행

김해심 지음, 보림(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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