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수위 관계없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탈세범이라는 진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사법부가 14일 조세포탈과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시민·언론단체 등이 '특혜 판결'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 | | 조선일보 상고 갈 듯 | | | 집행유예 배경 명시한 판결문 "이례적이다" | | | | 조선일보는 이번 판결에 대해 큰 반발을 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이다. 방상훈 사장을 비롯해 14일 공판에 참여한 조선일보측 인사들은 선고 직후 조용하게 법정을 빠져나갔다.
공판에 참여했던 일부 시민들이 "조세포탈범 방상훈을 즉각 구속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누구는 도둑질하고도 감옥 안가서 좋겠다"고 야유를 보냈지만 조선일보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방 사장 역시 서울고법 1층에서 소감을 묻는 취재기자들에게 "법원 판결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추운데 고생해요"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취재진을 가로막는 조선일보측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긴 했으나 다른 충돌은 없었다.
앞으로 대응에 대해 조선일보측은 아직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태수 조선일보 변호사는 "당연히 상고로 가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으나 "회사에서 별도의 논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특혜성'으로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 "사건이라는 게 액수만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사건의 배경과 실체를 안다면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도 "시간이 있으므로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기획실의 관계자는 "여러 가지가 얽혀 있으므로 판결에 대한 의견이 사람마다 각자 다를 수 있다"며 "그래도 상당히 괜찮게 나온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방 사장을) 수감하는 것보다 계속 조선일보사를 경영하면서 회사와 계열사의 회계를 투명화하고 우리나라 언론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게 낫다'고 공표한 대목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 내용이 사실이긴 하지만 판결문에까지 명시된 것을 보고 좀 놀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14일 인터넷판을 통해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고 검찰측 입장을 보도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담당 검사인 서울고검 공판부장에게 확인을 시도했으나 오후 7시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 신미희 기자 | | | | |
이들은 이날 선고 직후 법정 주변에서 "사법부 판결이 형평을 벗어났다"며 방 사장의 법정 구속을 촉구하는 약식 시위를 벌였다. 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과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상임대표 김동민 외)는 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사법부의 '집행유예' 선고를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방 사장이 법정구속되지 않은 결과를 사법부의 '이중잣대'로 규정했다. 특히 지난 9일 '배임혐의를 시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정구속된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판결에 비유하면서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1월 방 사장의 최후진술을 예로 들고 "여전히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보며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풀이했다. 방 사장은 당시 "이번 재판의 본질은 정치권력에 의한 세무조사"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언론노조는 최근 현역 국회의원 8명이 동시 구속된 경우를 강조하고 "사법정의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분위기에서 이번 판결은 언론사주가 아직도 특권층임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조반연 역시 '평등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규탄했다.
조반연은 "단 돈 몇 천원을 훔치고도 쇠고랑을 차고, 몇 십만원 몇 백만원 뇌물수수만으로 옥살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 증여세 55억원과 법인세 7억7천만원을 탈세하고 회사공금 45억원을 횡령한 방 사장은 상급심으로 갈수록 형량도 깎이고 벌금도 줄고, 구속은커녕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방 사장의 탈세·횡령으로 주주나 채권자가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법부 입장에 대해 "족벌신문 조선일보에서 탈세·횡령으로 피해 입을 주주는 처음부터 없다, 세금 도둑질로 방 사장 등 일가친척이 함께 재미를 봤을 것이며 그들 모두 공범이다"고 일갈했다.
조반연은 "있는 자에게 한없이 강하고, 없는 자에게 가혹한 부조리한 법 현실을 확인해줬다"며 사법부의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반연은 "언론-사법 권력의 유착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대법원에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려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가 14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물정 모르는 사법부의 사오정 판결 - <조선> 방상훈 사장 집유선고를 규탄한다
상급심은 죄를 줄여주는 곳이 아니다. 3심제도를 두는 것은 인간이 만든 법을 적용함에 있어 좀더 신중하고 엄밀하게 함으로써 벌을 내리는데 피의자나 원고 모두 억울함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조대현 부장판사)은 1심에서 조세포탈 및 회사돈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을 지켜보고 있자니 '국민'은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검찰의 공소권은 국민이 위임한 것으므로, 이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 모두가 원고다.
죄는 짓지 않아야 하지만, 단 돈 몇천원을 훔치고도 쇠고랑을 차고, 몇 십만원 몇 백만원의 뇌물 수수만으로도 옥살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 국가에 낼 증여세 55억원과 법인세 7억7천만원을 탈세하고 회사공금 45억을 횡령한 방상훈 사장은 상급심으로 갈 수록 형량도 깍이고 벌금도 줄고, 구속은 커녕 버젓이 자유롭게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이래놓고 놓고 도대체 누구더러 감히 법을 지키라고 할 것이며, 누구한테 감히 우리 사회는 법앞의 평등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판결문의 내용은 한술 더 뜬다. 재판부는 증여세 23억여원과 회삿돈 25억여원을 횡령한 부분은 유죄가 인정되지만 방 사장이 최고책임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있고 주주나 채권자의피해가 없으며 회사경영을 계속하면서 바람직한 언론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방상훈을 비롯한 친인척들이 거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고 있고, 경영도 일가친척이 나눠 맡는 족벌신문 조선일보에서 탈세와 횡령으로 피해를 입을 주주는 처음부터 없다. 오히려 세금 도둑질로 모두가 재미를 봤을 것이며, 엄밀하게 말하면 그들은 모두 공범들이다. 판사가 이 사실을 몰랐다면 바보고, 알고도 그랬다면 그는 국민을 바보로 알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바람직한 언론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것이 낫다"는 대목에 이르면 그 무식함과 사회에 대한 무관심에 치가 떨릴 지경이다. 우아하게 법복 있고 앉아 고상하게 읽어내린 이 문구가 실은 조선일보더러 지금처럼 수구기득권의 머리와 입이 되어 악의적인 오보와 왜곡을 계속하라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제 시대라고 친다면 조선일보더러 친일로 근대화에 기여하라고 하는 것과 진배 없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다.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논리와 궤변으로 가득한 이번 판결은 결국 있는자에게는 한 없이 강하고 없는 자에게는 무지막지하게 가혹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법 현실을 다시한번 확인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언론권력과 사법권력, 몇 십년을 공공연하게 이어온 권력끼리의 냄새나는 유착을 의심하게 한다. 우리가 개혁할 대상에서 사법부도 예외가 아님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에 경고한다. 아직 대법원 최종심판이 남아 있음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무서운 것은 물정모르는 사법부의 판결이 아니라 국민과 역사의 심판이다. 처벌 수위와 관계없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탈세범이고, 조선일보가 거짓말 하는 신문이라는 진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는 국민과 함께 양의 탈을 쓴 조선일보의 진실을 알리는데 게으르지 않을 것이며, 대법원에서 다시한번 제대로된 사법부의 판결이 내려지도록 국민과 함께 촉구해 나갈 것이다.
2004년 1월 14일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