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책 중에 하나가 댄 브라운(Dan Brown)이라는 작가가 쓴 <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라는 소설이다. 일 년 가까이 베스트 셀러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고 500만 부 가까이 팔렸다고 한다.
그 내용은 흔히 창녀로 알려진 성경 속의 인물, 막달라 마리아가 사실은 예수님의 부인으로서 그의 아이까지 낳았고, 그 후손이 프랑스에 살고 있다는 상황 설정 하에 그에 대한 증거를 없애려는 세력과 지키려는 사람들의 얘기를 흥미 있게 그린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이야기인데, 꽤 그럴듯하게 쓰여져 있어 소설 내용의 일부가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다빈치의 유명한 '최후의 만찬' 이라는 벽화에서 예수님의 왼쪽에 앉아 있는 인물은 열두 제자의 한 사람인 요한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여자처럼 보인다. 이는 막달라 마리아의 비밀을 아는 다빈치가 교묘하게 그 비밀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그렇게 그렸다는 것이다. 그 벽화의 배경 자체가 커다란 M 자의 형상을 띠고있는데 그것도 또 다른 비밀 '코드' 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에 대하여 단순히 허구적 얘기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이 아닐까 라는 생각하자 미국의 3대 주간지라고 할 수 있는 타임(Time), 뉴스위크(Newsweek) 그리고 U.S. News & World Report 모두 표지 기사로 이 책의 내용에 대하여 다루었고, 미국 3대 방송국의 하나인 ABC TV 에서도 특집으로 한시간 동안 다루었다.
사실 같은 주제를 다룬 Holy Blood Holy Grail (Baigent, Lincoln, & Leigh) 이라는 책 (논픽션) 이 20년 전에 출판되었었는데, 오히려 소설인 '다빈치 코드'가 더 설득력 있게 쓰여진 것 같다.
이 책이 요새 미국 사회에서 큰 화제를 일으키는 이유 중에 하나는 많은 미국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한 애증 섞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기독교에 대하여 한편으로는 절대적인 신의 존재를 믿고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성적으로 믿기 어려운 여러 가지 기독교의 교리에 대한 심리적 갈등이 미국인들 마음속에서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교회 (성당) 나 성직자에 대한 불신의 증가나 기독교 교리에 대한 전통 (또는 보수) 적인 해석에 대한 회의가 ‘믿고 싶은데 믿기 어려운’ 심리적 갈등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대다수의 미국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다른 종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도 그러한 갈등의 배경이 될 수 있겠다.
이 책에 대한 여러 가지 기사나 자료를 종합해 보면 다른 내용이 다 허구라고 해도 막달라 마리아라는 성경 속의 인물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억울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 대하여서는 별 이견이 없는 듯하다. 성경에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라는 한 구절은 없다고 한다.
그녀가 부도덕한 인물로 알려진 이유는 6세기 말 로마 교황(그레고리) 이 설교 중에 막달라 마리아를 그렇게 묘사했기 때문인데 이는 성경 속에 나오는 다른 인물과 혼동했거나 아니면 일부러 막달라 마리아를 격하시키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1969년에 로마 교황청에서도 막달라 마리아와 베다니의 마리아 (몸파는 여성으로 묘사된 Mary of Bethany)는 다른 인물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막달라 마리아는 창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성경에 의하면 끝까지 예수 곁을 떠나지 않은 사람 중에 하나가 막달라 마리아이고, 부활한 뒤에 처음 목격한 사람도 그녀이며, 현재의 신약성경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마리아 복음' (Gospel of Mary) 도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막달라 마리아가 베드로에 비교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예수님의 제자이자 사도로서 초기 교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한다.
얼마 전에 한국의 어느 목사님이 여성이 성직자가 되는 문제에 대하여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택도 없다.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디 강단에 올라와!" 라고 했다고 해서 뉴스가 된 적이 있는데, 마리아가 정말 베드로나 바울 같은 사도이었다면 교회나 성당에서 여성이 성직자가 되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여러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 책은 교회 내에서의 여권 신장운동의 계기도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뉴욕 중앙일보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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