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자다가 출마 생각 들어 사표 낼 고위급 인사 '줄줄이'
당장 '앞으로 밤에 자다가 총선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차관급 인사만도 조영동 국정홍보처장과 김광림 재경부차관 등이 거론된다. <부산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조 처장의 경우 부산진갑 출마가 거의 확정적이고, 김광림 차관은 경북 안동에서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기자들과의 문답이다.
- 국정홍보처장이나 재경부 차관은 (사퇴 입장을) 안 밝히나?
"그러니까요. 그런 분들이 또 며칠 2월 15일 이전에 마음을 결심할지 그 것은 제가 알 수 없다."
- 아직까지는 의사표시를 안한 모양이죠?
"그렇다."
또한 장관급 인사들도 줄줄이 이어져 있다. 정부는 차관급 인사에 이어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권기홍 노동부 장관, 한명숙 환경부 장관, 이영탁 국무조정실장 등 장관급 인사와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등 고위인사들에 대한 '총선용 개각'을 이 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도 "향후 청와대 인사도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당연히 장관급 인사들에 대한 '총선 출마용 인사'에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들이 "경제부총리 인선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라고 김진표 장관의 거취를 묻자 정찬용 수석은 "그동안 상당히 열심히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워낙 사방에서 '갈아야 한다'고 하니까 본인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교체시기에 대해서는 "만약 나간다면 내달 9일 임시국회가 개원되었을 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와 관련해 역할을 한 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총선 출마용' 인사가 앞으로도 산발적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 여론의 부담감을 느끼는지 정 수석도 "여러분이 지난번에 말씀하셨지만 찔끔찔끔인지는 모르겠는데 본인들이 사퇴의사를 표명하면 인사수석실에서는 사퇴표명에 따라서 인사를 하는 것이다"면서 "일괄적으로 총선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찔끔인사'의 배경은 우리당의 총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
물론 그중에는 순수한 '일신상의 사유'나 '업무평가'에 따라 사퇴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4·15 총선을 앞두고 이처럼 '찔끔인사'를 하는 것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고 우리당의 당내 경선에 따른 출마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김광림 차관처럼 김진표 장관의 거취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사가 보류되는 등의 인사의 연계성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당의 전국 단위 '과학적 여론조사'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정부의 출마용 인사가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 충북 제천·단양 출마설이 나오는 유인태 정무수석도 출마 가능성을 묻자 "아직 유동적"이라며 "과거처럼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하려면 100억원 가까운 돈이 필요한데 우리당의 경우 아직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한번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장차관들이 선거에 '징발'되는 것을 지역구 사정에 따른 '운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총선용 찔끔인사'는 "국정에 전념해야 할 인재들을 총선에 징발함으로써 국정을 내팽개친 파행 인사"라는 야당의 반발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식의 총선용 개각은 '장관을 임명하면 적어도 2년은 함께 하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번 밝힌 참여정부의 인사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오랜 기간 경륜을 쌓은 고위 공직자들이 낙향해서 고향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차관급에 이어 장관급 개각까지 맞물린 '줄줄이 고향 앞으로 갓!'이라는 구호가 그런 선의로 받아들여지지만은 않는 것 같다.
| | 차관급 인사 브리핑은 정찬용 수석의 불출마 기자회견? | | | |
| | ▲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28일 오후 6시에 정찬용 인사수석이 청와대 기자실에서 가진 차관급 인사 브리핑은 마치 정찬용 수석의 '불출마 기자회견'을 방불케 했다. 정 수석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광주 출마설이 끊이지 않아 왔다.
기자들이 "수석님 같은 경우도 총선 기사가 나올 때 보면 항상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데 총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으신지 밝혀 달라"고 묻자 "우리가 한 열한달 정도 이렇게 사귀고 살았는데 제가 국회의원 하는데 별로 안 맞는 사람인 것 같다"면서 "여러분도 동의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일부 기자가 "(국회의원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응수하자 정 수석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말하고 "사람이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제일 좋은 것인데…"라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이번에는 "수석님의 의향하고 관계없이 대통령께서 혹시 총선에 출마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권유를 했거나 그런 적은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정 수석은 "저는 사실 17대 국회가 굉장히 생산적인 국회로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그쪽에는 굉장히 전문적인 분도 참여를 하고 또 도덕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먼저 우회적으로 운을 떼었다.
그런 다음 "그런데 저는, 대통령께서 저에게는, 일반적으로도 그런 것 같고 누구에게 나가라 마라 잘 안 하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제가 아는 대로는 (노 대통령의 그런) 마음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인사수석 선거에 나가시오' 이렇게 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고도 미덥지 않은지 정 수석은 "그리고 또 하나는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나가야 하나"라고 반문하고 "저는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 뜻도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동안 우리당이 총선에서 광주를 공략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징발'하겠다고 공개 공천을 시도해온 정 수석이 차관급 '총선용 인사'를 발표하는 자리를 빌어 자연스럽게 불출마 선언을 한 셈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