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잡이로 유명한 부산 기장군 대변항으로 가다 보면 토암 도자기 공원이란 큰 입간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대변항, 오른쪽으로 가면 해동 용궁사로 갈라지는 길목에 서있는 입간판이 왠지 낯설다.
공원이라면 제일 먼저 넓은 부지에 조경이 잘 된 곳이 떠오르나 좁다면 좁은 바닷가 도로에 공원이라니 어색할 만도 하다.
약간 비탈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토암 도자기공원에 닿는다. 본채로 올라가는 길 옆에 놓여 있는 토우들의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하나같이 입을 벌리고, 귀는 온데간데 없다. 긴 장대에 매달아 놓은 도자기 풍경(風磬)도 보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 도자기 풍경에서는 산사(山寺)의 그것과는 다른, 둔탁한 듯하면서도 청아한 소리를 낸다.
흔히 생각하던 공원과는 다르다. 나지막한 산에 자리잡은 토암 도자기공원은 가볍게 걷기 좋은 등산로를 따라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빼곡이 들어선 소나무가 기분 좋은 공기를 뿜어내고 있고, 부드러운 흙 길의 감촉도 좋다.
무엇보다 공원을 가득 메우다시피 한 2002개의 토우(土偶)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곳의 주인인 도예가 토암 서타원 선생이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며 만들었다는 2002개의 토우들은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다.
차림새를 보면 어린이도 있고, 댕기머리 총각도 있고, 넥타이를 매고 안경을 낀 아저씨도 있고, 노인도 있다. 휴대폰을 들고 있는 토우도 있으며, 양팔을 번쩍 들고‘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악마들도 있다.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의 성공을 비는 시민의 합창’이라는 푯말이 썩 어울린다. 월드컵이 한창일 때 이 토우들의 소리 없는 함성과 응원이 4강 신화를 이룩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토암선생이 이 공원을 만든 지 올해로 6년이 됐다. 그동안 크게 떠들며 광고하지는 않았지만,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에 의해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2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멸치회로 유명한 대변항이 지척이고 해동 용궁사도 가까워 한번쯤 둘러 볼 만하다.
덧붙이는 글 | <찾아 가는 길>
-부산방향 :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울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대변항 사거리에서 우회전. 200미터쯤 가다 보면 해동용궁사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이 길 맞은편에 토암공원이라는 커다란 입간판이 보인다.
-울산방향 : 송정해수욕장, 부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역시 대변항 사거리에서 좌회전. 해동 용궁사로 가는길 맞은편에 입간판이 보인다.
-토암 도자기 공원 : 051)721-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