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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당해 입원중인 노숙자 빈모씨
사고를 당해 입원중인 노숙자 빈모씨 ⓒ 정연우
공사현장 부근을 지나던 한 노숙자가 근처에 놓여있던 공사 자재에 의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관련, 노숙자측은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건설자재를 쌓아두었으니 건설회사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건설회사측은 “만취된 상태에서 노숙자들이 싸움을 벌이다 사고가 발생했으니 건설회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사고현장에 있던 노숙자들에 따르면 2월 2일 오후 4시 30분경 동료 노숙자와 함께 부산역 앞 고속철도 착발역 역사 확장 공사장 앞을 지나던 노숙자 빈모씨가 미끄러지면서 공사 자재 위로 넘어졌고 날카로운 금속 기둥 주둥이 부분에 손목이 크게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빈모씨는 지나가던 행인의 119 신고로 출동한 구급차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당시 공사현장 밖에 나와있는  건축자재물
사고당시 공사현장 밖에 나와있는 건축자재물 ⓒ 이호준씨 제공
노숙자들은 “현장에는 공사 관계자들도 있었으나 사고 이후 119에 신고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사고 직후 공사 관계자들이 공사장 근처에 나와 있는 문제의 공사자재를 급히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고현장은 사고 발생 이후 주변 청소까지 해놓아 사고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공사현장 밖에 쌓여있던 자재와 사고 혈흔 등이 또다른 목격자에 의해 사진촬영돼 사고당시의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노숙자 빈모씨는 중구 초량동에 있는 성분도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상태이며 2월 3일 수술을 받았다. 치료를 맡고 있는 성분도병원 성형외과 의사 이찬우씨는 빈씨의 오른쪽 손목부분이 깊은 열상(피부가 찢어진 상처)을 입어 인대가 끊어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빈씨의 입원은 부산역 거리음악가 이호준(여섯줄 사랑회)씨가 입원비를 급히 마련해 이뤄졌으며, 수술 보증금만 지불됐을 뿐 아직 수술비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입원 수속과 간호를 하고 있는 이호준씨는 "공사관계자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 분통이 터진다“며 수술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노숙자 동료들도 이번 사고로 다친 빈모씨의 상태가 걱정된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혈흔이 묻어있는 자재물
사고 당시 혈흔이 묻어있는 자재물 ⓒ 이호준씨 제공
반면, 부산역 앞 고속철도 착발역 역사 확장 공사를 맡고 있는 K건설 현장관계자 조모씨는 “일반인의 보행과 관계없는 공사현장 출입구 옆에 공사자재물이 놓여있었는데 만취된 상태의 노숙자 2명이 현장안에서 몸싸움을 했다”며 “현장안전담당이 노숙자들을 밖으로 보냈는데 그들이 싸움중에 자재물에 뒹굴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씨는 또 "사고가 나서 최선의 응급조치를 하려고 했고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119 구급차에 실어보냈다“며 ”사고는 노숙자의 부주의이므로 보상계획은 없고 이 사고는 본사측에 보고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사고당사자 빈모씨는 “술을 좀 마시긴 했지만 만취상태는 아니었으며 공사현장 안에는 들어가지도 않았고, 싸움을 한 적도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동료 노숙자들도 “현장에서 싸움은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한편 부산역측은 "부산역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이번 사고처리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덧붙이는 글 | 노숙자 빈모씨를 간호하고 있는 이호준씨는 현재 부산역 광장에서 노숙자를 위해 수제비 배식을 하고 있는 거리의 음악가이자 사회운동가입니다. 이호준씨는 자신의 자비를 털어 입원비를 마련했지만 수술비는 아직 마련 못했다고 합니다. 

이호준씨는 사고를 당한 빈모씨뿐만 아니라 부산역 노숙자 모두가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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