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경을 헤매는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4)의 아버지 김상영(91)옹을 진료하고 있는 에덴요양병원(병원장 박종기) 담당 의사는 “언제 운명할지 모를 위중한 상태”라고 병세를 전했다.
에덴요양병원 박종기 원장은 4일(수) 저녁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뇌졸중과 심장병(불안정협심증)이 악화된 김옹의 치료를 위해 “혈전의 생성을 막기 위한 중풍 예방약과 심장 안정제를 투약하고 있으나 언제 또다시 나빠질지 모른다”고 전했다. 김옹은 이전에도 심근경색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수술이나 여타의 치료법을 취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폐렴증세까지 나타난다면 앞으로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특히 “김 옹이 지금까지 생명을 지탱하는 것도 아들을 보기 위한 열망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며 로버트 김과의 상봉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원했다.
의식마저 희미한 김옹은 현재 정상적인 의사소통은 물론 식사도 제대로 못해 호스에 미음을 넣어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지난 99년 옥중에 있는 아들을 면회한 후 지병인 심장병에 뇌졸중이 겹쳐 병석에 누운 김옹은 그간에도 이미 10여 차례나 쓰러져 가족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지난 달에는 폐렴증세까지 겹쳐 위독했으나 서울의 한 병원에서 겨우 위기를 넘긴 바 있다.
김옹은 이날 부인 황태남(83) 여사의 목소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오후에는 지인이 방문했지만 겨우 눈만 마주칠 뿐 급격히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황 여사는 “(남편이) 이제 더욱 쇠약해진 상태”라며 “돌아가시기 전에 부디 채곤이가 사면되어 아버지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게 했으면 좋겠다”며 인생의 마지막 소원을 되뇌었다.
한편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그간 김 씨의 구명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의 태도를 질타하고 로버트 김의 조속한 사면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네티즌 이혁씨는 “요즘 친일을 논하고 반 역사성을 논하면서도 진정 조국을 위해 애쓰신 분들에 대한 호의는커녕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듯 보인다”며 정부의 무성의를 지적했다.
이정표씨도 “조국을 위해 애쓴 애국자를 구출 운동은커녕 부모의 임종까지도 보지 못하게 하는 불효의 한을 심어주려 하느냐”며 김옹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 아들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 로버트 김 어머니 황태남 여사 인터뷰 / 김범태 기자 |
| | 로버트 김 부친, 김상영 옹은? | | | 한국은행 부총재 등 경제계 원로 ... 병세 악화돼 사경일로 | | | |
| | | ▲ 로버트 김의 아버지 김상영 옹. | | 미국 국방기밀을 한국정부에 누설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복역 중인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의 부친 김상영(91) 옹은 1914년 11월 26일 전남 여수 출생으로 부산상고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33년 조선은행 행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이후 한국은행 부총재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부회장, 한국산업정책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낸 경제계와 금융계의 원로다. 8,9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선공후사(先公後私)라는 가훈 아래 근면, 성실, 노력을 생활신조로 가족들에게는 늘 정직한 삶을 살 것을 강조해 왔다.
1921년 9월 7일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부인 황태남 여사와의 사이에 장남 채곤씨를 비롯해 4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저서로는 <미래의 찬가> <민족의 수레> 이외 여러 권의 번역본이 있으며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받기도 했다.
3년 전 로버트 김을 면회갔다 충격으로 쓰러져 휠체어로 귀국한 후 뇌졸중과 지병인 심장병이 겹치며 수차례 사경에 처해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아들을 그리며 초인적 투병의지로 생명의 끈을 이어왔다. / 김범태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