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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그의 사면을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해 달라.”
96년 미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이후 9년째 복역하고 있는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의 구명을 위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민간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이번에는 대통령을 향해 공개서한을 보내, 적극적 대응을 요구했다.
로버트 김 후원회(회장 이웅진)는 17일 “이제라도 정부가 관심과 해결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서한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고, 정부의 진취적이고 성의 있는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이웅진 회장은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결국 부시 대통령에게 로버트 김의 사면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인터뷰 후 3일 만에 로버트 김의 부친 김상영옹이 아들과의 재회를 이루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둬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께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공개서한에서 후원회측은 “아무런 대가없이 순수한 모국애로 조국을 도왔는데, 그로 인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정작 조국은 그를 외면했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전처럼 로버트 김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 내정간섭의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으며,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미국 정부에 선처를 호소해왔다는 설명도 구체적인 결과가 없기에 무의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5개월 후 로버트 김이 출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를 위해 이뤄진 게 없다”면서 “출소 후 3년간의 보호관찰 사면을 위해 정부가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시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아들과 함께 입국한 로버트 김의 부인 장명희(61)씨도 15일 영결식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호관찰 3년이 남편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면서 조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남편이 보호관찰이라는 제약 때문에 또다시 상처받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4일 그토록 애절하게 그리워하던 아들을 보지 못하고 고인이 된 김상영옹의 빈소에 화환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제껏 애써 외면해 온 로버트 김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앞으로 어떠한 의지로 발걸음을 옮겨갈 것인지, 그의 석방을 꼭 160일 앞두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 "노무현 대통령님께 올립니다" | | | 로버트 김 후원회 공개서한 전문 | | | | 노무현 대통령님께 올립니다.
저희는 로버트 김 후원회입니다.
국정을 살피시느라 바쁘신 줄 알고 있으나, 부득이 이런 서한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 13일, 로버트 김의 부친 김상영 옹이 끝내 별세하셨습니다. 아들을 면회한 후 쓰러져 5년 동안 아들과의 재회를 기다리다 생애 마지막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말입니다. 아버지의 부음을 들은 아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교도소에서나마 조국이 있는 서쪽을 향해 두 번 절을 올렸습니다.
이들 두 부자는 우리 현대사의 또 하나의 비극입니다.
아무런 대가없이 순수한 모국애로 조국을 도왔는데, 그로 인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정작 그 조국은 그를 외면했습니다. 이를 외교상의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고 이해하더라도 로버트 김 혼자 감수해야 하는 큰 희생을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서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난 정부의 무책임을 탓하기보다는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과 해결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5개월 후면 로버트 김이 출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를 위해 이뤄진 게 없습니다. 현재 로버트 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보호관찰 사면입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을 억울하게 교도소에서 보낸 그를 다시 3년 동안 감시와 통제를 받게 할 수는 없습니다.
보호관찰 사면은 미국 대통령이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기에 민간이 나서서 후원활동을 해왔지만, 미국 정부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더 이상은 방관하지 말고,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전 정부처럼 로버트 김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 내정간섭의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미국 정부에 선처를 호소해왔다는 설명도 구체적인 결과가 없기에 무의미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로버트 김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고,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로버트 김은 자기 안위를 위해 죄를 범한 일개 범법자가 아닙니다. 그는 우리의 얼굴이며, 그의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입니다. 조국을 도운 사람을 그 조국이 외면한다면 앞으로 조국이 원할 때 기꺼이 손내밀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로버트 김과 그 가족이 빼앗긴 행복과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해주기 위해서, 나아가 국민은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 또한 국민을 품에 안는, 아름다운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통령님과 정부의 관심과 해결의지를 당부 드리는 바입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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