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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 비자 쟁취"를 외치며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 전민성
지난 22일 오후 2시 반 서울 혜화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약 10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과 비정규노동자, 학생,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강제 연행된 이주노동자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날은 명동성당 이주노동자 농성투쟁단과 안산 농성투쟁단이 농성 100일째를 맞는 날이기도 했다.

▲ 한 집회 참가자가 지난 2월 14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일터'를 부르짖으며 분신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비정규노동자 박일수(50세)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 전민성
2월 14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비정규노동자 박일수(50)씨가 "비정규직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일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지 8일째인 이 날, 서울대 간병인노조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지회장도 이주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민주노총 지도부가 강금실 법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주노동자 요구에 대한 정례적인 대화통로를 만들기로 약속해 놓고, 출입국은 다음날 오후 혜화동에서 샤멀 타파 이주노동자 투쟁단 대표를 연행했다"며,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 문제를 민주노총의 최우선 과제로 안고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비정규연대회의 박대규 부의장은 “100일 전 처음 명동성당에 함께 천막을 치던 때가 기억난다"며, "한국인 노동자들이 하기 힘든 일을 지금껏 해오고 있는데, 연수제도와 고용허가제의 이름으로 이주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 땅의 800만 비정규노동자들은 숨소리 한 번 못 내고 일해왔고, 이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죽어가고 있다”며, "무책임한 정부는 비정규직의 임금저하와 비정규직 확대를 떠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들이 차떼기로 넘긴 200억, 300억의 천문학적인 돈이 어디서 왔겠냐, 노무현 정부는 자본가와 결탁해 이 땅의 자본가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을 비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 부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전민성
이 날 오후 정부는 2월 말까지 자진출국을 거부하고, 사회단체들과 연대해 투쟁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모두 강제 검거해 강제퇴거하고, 다음달 1일부터는 모든 업종에 취업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강력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주노동자 후원회의 한 회원은 지지연설에서 “이는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노동자 투쟁단의 ‘전태일’ 마임단의 <철의 노동자> 공연이 있었다. ‘전태일’ 마임단을 대표해 구만(네팔)씨는 “목숨을 담보해도 차별이 철폐되지 않는 나라, 스스로 노력해도 노동권을 얻을 수 없는 나라, 우리 노동자의 힘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게 죄인가,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인간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며,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이 땅의 밑바닥에서 일 해 온 우리가 강제추방 때문에 9명이 목숨을 잃어, 우리는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절규했다.

▲ 이 날 마로니에 공원 집회에는 약 천 여명의 이주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 학생, 시민이 모였다.
ⓒ 전민성
이어 아노와르 농성투쟁단 대표직무대행은 “농성이 한 달, 두 달 지나며, 농성을 하는 친구들이 힘들어했지만, 우리들이 함께 해냈습니다. 의정부, 안산, 김포, 안양, 수원에서 그 동안 노예처럼 일만 하던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이 곳으로 오고 있습니다”라며 이주노동자 집회에 대한 감격을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쓰레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인간입니다. 우리가 노동비자 쟁취하기 위해 일어선 것은 지금까지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이 땅에서 흘린 피와 잘려나간 손가락들에 대한 정당한 요구”라고 말했다.

“하루 13시간, 14시간 일하고, 오버타임 일하고, 작은 월급에 시키는 데로 일만 일하고 싶지 않아 일어선 인간입니다. 지금까지 4명의 동지들이 잡혀갔지만, 노동자가 단결해서 투쟁하는 길만이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 철의 노동자가 되어 고용허가제를 박살내고, 40만 이주노동자의 권리 쟁취하자’고 외쳤다.

▲ 명동성당 이주노동자 투쟁단의 '전태일' 마임팀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전민성
이어서 네팔 투쟁단의 헤미니씨가 경과보고를 하면서 “지난 2월 15일 다시 출입국 사무소가 샤멀 타파 대표를 연행하고, 집회를 하던 동지들을 폭행, 굽타 동지를 연행해 갔지만, 우리는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산의 이주노동자 대표로 참석한 재키씨는 “고향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100일을 기념한다며, 100일 된 이주노동자 투쟁단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힘있게 투쟁하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어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해 온 그룹 'ZEN'의 공연에 이주노동자 참석자들은 즐거워하기도 했다.

▲ 명동성당 투쟁단의 대표 직무대행 아노와르씨가 투쟁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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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에서 지난 2월 17일 이후 단식농성에 들어간 4명의 이주노동자를 대표하여, 마문(방글라데시)씨의 발언이 있고, 멀리 여수 외국인 보호소에서 6일 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샤멀 타파 대표가 전화로 연결되었다.

그는 “3월부터 자진출국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단속을 시작하겠다고 해,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단속추방으로 더 이상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라고 한국정부의 안일함을 비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대표와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해 정부와 대화의 길을 열기로 약속했다”며,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하루속히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어서 집회 참석자들은 두 개의 흰 긴 천을 높이 들고, 참가자들이 함께 이 천을 가르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며 농성투쟁을 시작한 지 100일을 맞은 안산 이주노동자 투쟁단의 재키씨가 투쟁사를 하고 있다.
ⓒ 전민성
이 날 집회에는 안산, 수원, 인천, 부천, 김포, 마석, 수지, 일산 등에서 버스를 대절해 8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참가했다. 두 시간 동안의 집회를 마치고 이주노동자들과 집회 참가자들은 대학로를 출발해 종로5가를 거쳐 종묘공원까지 거리행진을 한 후 정리집회를 갖고 6시 반쯤 해산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2월 15일 샤멀 타파 대표의 강제 연행 이후 17일부터 샤멀 대표를 포함한 10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여수와 화성외국인 보호소, 명동성당에서 단식투쟁을 해 오고 있으며, 21일부터는 화성보호소에 있는 3명의 몽골 이주노동자들이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투쟁단과 이주노동자 후원회는 3월 6일 오후 3시 고려대 학생식장에서 ‘이주노동자 연대와 후원의 밤'행사를 갖는다.

▲ 네팔 투쟁단의 라디카씨가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전민성
▲ '사업장 이동의 자유는 인권이다'라는 안내판을 들고 '연수생, 고용허가제 철폐' '구속동지 석방'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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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6일 째를 맞은 명동성당 단식투쟁단의 마문, 라디카, 까지만, 마쑴 씨. (왼쪽부터)
ⓒ전민성

여수 외국인 보호소(2명)

샤멀 타파(Samar Thapa) - 31세. 네팔출신. 명동성당농성투쟁단 대표
안드레이(Andrey) - 러시아 . 샤말동지와 함께 단식투쟁 진행중

화성 외국인 보호소(7명)

깨비(Yakha Kul Bahadur) - 1971.2.23. 네팔 출생. 명동성당투쟁단
굽다(Grunng Gupta Bahhadur) - 1975.12.25.네팔 출생 명동성당투쟁단
헉(MD Enamul Haq) - 1966.6.8. 방글라데시 출생. 명동성당투쟁단
바라쉬(Byambajav Baraash) - 1971.2.23. 몽골 출생.
다아(Dolodonchuluun Dayaa) - 1981.7.8. 몽골 출생.
초거(Tsogt Erdene Gandinjid) - 1974.7.20. 몽골 출생.
엘띠나(Munkh Erdene Gadinjid) - 1970.8.12. 몽골 출생. 명동성당투쟁단

명동성당 (4명)

까지만 (Kajiman Subba) - 1965. 3. 11. 네팔 출생
라디카 (Radhika Subba) - 1971. 3.25. 네팔 출생
마쑴 (Moniruzzaman Masum) - 1968. 11. 30. 방글라데시 출생
마문 (Al Mamun) - 1977. 8. 22. 방글라데시 출생 / 전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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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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