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여성 정책 1년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 역동적인 시기였다."
참여정부 1년 동안의 여성 정책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최근 개최된 각종 시민단체의 '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참여정부의 언론·외교·노동 정책 등이 혹평을 받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선전'을 한 셈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정현백, 이하 여연)이 지난 23일 주최한 '참여정부 여성정책 1년 평가' 토론회에서 참여정부는 △이전 어느 정부보다도 친여성적인 인사 정책 △호주제 폐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 △보육 정책의 제도적 기반 정비 △여성 폭력·여성 인권에 대한 공약 이행 등으로 비교적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각론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한계를 지적할 수 있지만 적어도 보육, 호주제, 여성 인권·여성 폭력 등의 부문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여성의 지위 향상과 참여에 호의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게 여연의 평가다.
'가난의 여성화'... 여성에게 가중되는 비정규적 노동 문제
그러나 참여정부의 노동 정책 중 △여성 노동 △가족 정책 △평화 통일 정책 부문에서는 분명한 한계와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고 여연은 지적했다.
특히 여연은 여성 노동 정책과 관련해서 "세계화가 가져오는 대량 실업 문제나 경제 위기 시에 힘 없는 여성의 희생과 그로 인한 '가난의 여성화'라는 전지구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선언적 정책밖에 제시되지 않았다"며 보다 실질적인 대책 모색을 촉구했다.
정부에서는 육아 휴직 급여의 상향 조정 등 모성 보호 및 직장 가정양립을 위한 사회적 지원 조치를 확대하고 있지만, 육아 휴직 문제나 비정규직 노동 문제 등에 있어서 해당 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여연은 지적하고 있다.
<건강가족지원법> 개정 필요... 평화 통일 정책 여성 참여 늘여야
한편 여연은 <건강가족지원법>의 입안과 제정 과정을 문제 삼으며 이 법안이 "노무현 정부가 출범 초기에 공약한 '양성평등한 관점에서의 가족 정책'에 상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족 지원 활동을 해 왔던 다양한 집단과 여성계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채 법안 제정이 추진됐고, 이로 인해 급변하는 가족 형태 및 기능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여연은 우려했다.
또 통일·평화 정책 부문에 있어서도 노무현 정부는 당초 대선 공약과는 달리 여성의 참여에 대해 소극적이었으며 그 필요성 또한 절실하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여연은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의 여성 정책이 전반적으로 일정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여전히 "성차별의 피해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소극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여연의 종합적인 평가다.
이와 같은 한계를 지적하고 노무현 정부가 남은 4년 동안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과제로 여연은 여성의 '차별 철폐'를 넘어 '차별 철폐'를 넘어 보다 적극적인 '성 주류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제언 7가지를 아래와 같이 채택했다.
- 여성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 호주제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 성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실질적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 보육 시설의 양적, 질적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 평등 가족을 실현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입안·실행하고, 한부모 가족·노인 문제·빈곤 가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 평화·통일 정책에 여성 참여를 늘리고, 성인지적 관점이 통합되어야 한다.
- 성 주류화를 위한 정부 시스템 (성인지적 통계나 성인지적 예산 등)을 갖추어야 한다.
서울 정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오후 2시부터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100여명의 참석해 참여 정부의 여성 정책 평가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남윤인순 여연 공동대표, 최상림 여연 노동위원장 등이 각 부문의 정책 평가를 담당했고, 정현백 여연 상임대표가 총괄 평가 및 정책 제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