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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긴장을 많이 하고 살아가는 편인가 보다. 내 학위논문이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에 관한 것이고, 직업상 스트레스에 관해 많이 이야기를 하고 살아가면서도 정작 나 자신의 스트레스는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난 변을 잘 보지 못한다. 만성변비의 가장 흔한 원인은 스트레스가 신체적으로 표현되는 경우이다.

나는 토요일 오후에 변을 보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내가 발견해낸 내 몸의 규칙적인 리듬은 그 후에 반복적인 관찰에서도 계속적으로 확인이 되었다. 주말이 시작되는 토요일 오후, 나는 집에 돌아온 후 얼마되지 않아서 화장실로 달려가게 된다. 그러면 1주일 내내 고생을 해도 볼 수가 없었던 변이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온 가족이 내 몸의 특이한 규칙성을 다 알기에, 화장실에서 나오는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아빠 시원해?” 라고 아이들이 묻는다. 나는 자랑스럽고 만족한 얼굴로 위엄있게 대답한다.
“응!”
그러면 이제 제법 잔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일부러 손가락으로 코를 막는 시늉을 한다.
“아유- 아빠 냄새는 지독해. 아빠 피자 사줘.”

아빠의 냄새가 지독한 것과 맥도날드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만 나는 순순히 대답한다.
“그래. 가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다 이야기 해봐.”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오랜만에 선심을 쓴다. 토요일 오후는 내가 제일 관대해 지는 날이다.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평일은 퇴근을 해도 낮동안의 긴장이 쉬 풀어지지가 않고, 또 내일의 일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긴장이 풀어지지 않는다.

또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해 날카롭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좀처럼 쉬지를 못한다. 런닝 머신을 하면서도 뉴스를 들으면서 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신문을 보면서 먹는다. 낮 근무시간에는 신문을 보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나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밥 먹을 때.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걸을 때. 흔들리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만 본다. 때문에 길을 나설 때 내 손에는 항상 무언가가 들려있기 마련이다.

토요일.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도 나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혹시 무언가 빠뜨린 것이 없는지 체크를 하고 월요일의 업무를 위해 부족한 것이 없는지 알아보아야만 주말동안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그것이 신체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바로 집에 도착하지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긴장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서 만족을 얻는다. 한 주간 정성을 다해서 힘들게 일하고 맞는 주말이기에 더욱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는 어지간해서는 약속을 만들지 않는다. 주말은 오직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아이들과 함께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고 아이들이 유별나게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사먹기도 하는 날이다. 평소에는 엄격하기 그지없는 아빠를 다소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주말만은 전혀 스스럼없이 잘 따른다. 아빠의 무서움은 주중에만 작용한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 내내 자상할 수 있는 아빠가 되지 못하는 것이 조금 미안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나의 오랜 습관이고, 이미 내 삶의 방법으로 굳어져 버렸다. 나는 노력한다. 만족하기 위해서. 하루의 밥을 벌기위한 하루의 노동에 충실하기 위해서. 그것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소득의 크기를 떠나서 내가 이번 한주간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나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힘든 한 주간의 삶이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한 주간을 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바로 내 만족의 이유이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을 나오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한 주간 동안의 내 긴장은 끝이 난 것이다. 나는 다음 월요일까지는 자유이다. 그리고 이젠 그 만족을 내 가족들과 함께 만끽할 시간이다. 그 사이에 외출할 준비를 끝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면서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우리 오늘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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