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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코엑스에서는 2004대학보유기술전시회가 있었다. 기자는 이 전시회를 둘러보던 중 한 대학교에서 출품했던 펜 컴퓨팅 관련 부스를 눈 여겨 보고 펜 컴퓨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부터 IT업계에서는 모바일 컴퓨팅, 펜컴퓨팅이 앞으로 새로운 기술적 흐름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펜 컴퓨팅이라 함은 자판이나 마우스 대신에 펜과 유사한 모양의 장치를 사용하여 문자를 입력하거나 마우스 기능을 대신하는 컴퓨터 사용 환경을 말한다.

컴퓨터가 가정 당 1대 이상 보급되고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컴퓨터에서 문자를 입력하기 위한 타이핑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하여 마우스를 오래 사용할 때에는 손목과 팔에 무리가 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여 보다 편리한 컴퓨터 사용환경을 만드려고 하는 움직임 중 하나가 펜컴퓨팅이다. 작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많은 IT 기업에서는 펜컴퓨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제품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

해외 업체 중에서는 대형업체로는 로지텍, 와콤, 세이코 등이 펜 컴퓨팅 관련 제품을 만들며, 노키아는 자신들이 만든 핸드폰으로 블루투스(근거리에 놓여 있는 컴퓨터와 이동단말기·가전제품 등을 무선으로 연결하여 쌍방향으로 실시간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규격 중 하나)를 통해 펜으로 입력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SU-1B란 제품을 만들었다. 그 외에도 이스라엘의 페가수스 테크놀러지 등이 펜컴퓨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판매 실적을 보면 로지텍은 작년 펜컴퓨팅 관련 제품으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나비시스
국내에서도 벤처기업 핑거시스템이 처음으로 상업화에 성공했으며, 작년에는 나비시스와 펜지가 자신들의 제품을 내놓았다. 핑거시스템과 펜지는 광학 센서 방식으로 작동되며, 나비시스는 아무 종이나 도킹 스테이션에 꽂아서 쓰면 펜의 위치를 감지하여 입력이 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품을 쓰면 타이핑이 능숙하지 못하거나, 오랜 시간 마우스의 사용으로 피로할 때, 복잡한 도형이나 그림을 그릴 때, 문자 지원이 잘 안 되는 외국어를 사용할 때에 매우 편리하다. 이러한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 많이 보급되지 않은 이유는 제조업체들의 규모가 작아 홍보 및 마케팅이 미약하고, 고객들에게 가격이 다소 높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펜 컴퓨팅 제품을 지원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아직 많지 않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이다.

펜 컴퓨팅을 이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손으로 쓰는 이메일 프로그램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대표적인 업체로 미국의 펜앤인터넷 사가 있다. 이 회사는 영문필기인식 및 핸드라이팅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며, 현재 MS에서 PDA에 제공하는 필기인식엔진을 90년대 중반 개발하여 MS에게 공급한 바 있다.

펜앤인터넷사에서는 핸드라이팅 이메일 프로그램인 라이트 메일을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PDA상에서는 문자입력기나 키보드에 의한 입력 없이 핸드라이팅으로 이메일 작성이 가능하며, 데스크탑에서는 사이월드의 그림판 메일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스마트 프린팅, 형태 인식, 무한대의 필기공간, 자신의 메일 서버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몇 가지 핸드라이팅 이메일 프로그램의 사용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 영업 사원이 외근을 나갔다가 다른 영업 사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 현재 있는 위치를 약도로 그려서 보낼 수 있을 것이며, 애프터서비스 요원이 수리를 위해 고객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미처 모르는 고장 요인을 발견했다면 제품의 현재 상태를 그림으로 그려서 본사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 및 의료기관에서는 복잡한 수식이나 도표, 그림을 그려서 외국의 교수들과도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아랍이나 몽골, 러시아, 동유럽 같은 자판에 나와 있지 않는 언어를 쓰는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매우 유용할 것이다.

또한, 연인으로부터 타이핑으로 쓴 엽서보다는 손으로 쓰고 그린 엽서를 받는 것이 훨씬 더 멋진 일일 것이다. 신문사나 방송국의 사건 취재 기자들에게도 랩톱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긴급 상황을 문자와 그림을 혼합하여 표현해서 데스크로 보낼 때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이메일 프로그램과 별도로 펜컴퓨팅의 사용 가능 예를 생각해 보자. 우선 인터넷 상에 그림 그리는 사이트나 만화 배우는 사이트 등이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아바타에 손으로 그려 넣어 자신들만의 색다른 아바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며, 현재 많이 사용되는 카메라폰에서 찍은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이 부가된다면 멋지게 찍은 남자 친구의 얼굴 위에 콧수염을 그려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용자들과 상호 작용하는 인터넷 교육사이트 및 의료 사이트에서도 펜컴퓨팅의 위력은 대단할 것이다. 무엇보다 컴퓨터에 익숙치 않았던 노인들이 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더 이상 독수리 타법이라는 말도 없어질지 모른다.

대부분의 펜 컴퓨팅 제품이 컴퓨터 및 주변기기 생산업체에서 생산하는 것과는 달리, 통신단말기 업체인 노키아는 SU-1B라는 제품을 스웨덴에 위치한 한 회사의 기술을 라이센스받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의 마케팅 디렉터인 로버트 요나는 한국 내에서도 자신들의 기술을 라이센스 받아 개발하고자 하는 업체에게 기술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펜컴퓨팅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대형 무선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노키아를 모델삼아 펜컴퓨팅이 가능한 단말기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에는 펜컴퓨팅을 사용하기 유용한 많은 웹 사이트들이 있으며 많은 사용자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창의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어 가장 펜컴퓨팅 환경에 적합한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펜컴퓨팅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많이 개발되고, 펜컴퓨팅 디바이스에 들어갈 부품 가격이 낮아진다면 펜컴퓨팅의 앞날은 밝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덧붙이는 글 | 국내 펜컴퓨팅 업체 
핑거시스템 http://www.fingersystem.com 국내 핑거시스템 총판 http://www.fingersystem.co.kr 
나비시스 http://www.navisis.com 
펜지 http://www.i-penz.com 

해외관련업체 
Pen&Internet http://www.rite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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