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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숙
“선거 때만 되면 문화는 도마 위에 올라가는데 다듬어지지도 않고, 요리도 안되고 그러다가 그냥 내려놔 버리는 게 문화에 대한 정치인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3일. 익산 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익산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이도현씨는 정치에 관심 없다고 난색이 표하더니 이내 진지해졌다. 아니 누구보다도 정치에 대한, 정치 속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희망하는 눈치였다.

극단 작은소동의 10주년 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오십페이지 셋째줄’이라는 연극준비에 한창 바쁜 모습이었다.

그는 익산의 문화수준에 70점을 준 반면, 우리나라 정치에는 50점을 매겼다.

“정치인에게 문화는 단순히 끼워 넣기 식으로 큰 공연이나 축제 때에 단순히 얼굴을 내비치고 지원하는 정도”라며, 정책에 있어서 큰 청사진만 제시했지 세심하게 공유하거나 예술인에게 가장 절실한 부분은 외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경제 등 큰 문제에만 관심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어느 신문을 보니 예술인의 한달 월급이 20만원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빈익빈 부익부가 심한 곳이 예술계이기도 하지요. 막말로 세상이 경제로만 돌아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삭막하겠지요. 문화는 삭막함에 던지는 인간의 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라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는 것은 도시마다 비슷하지만 지역의 문화 수준은 차이가 크죠. 문화는 보여지지는 않지만 내적으로 차곡차곡 쟁여주는, 그래서 좀 더 인간다운 면모를 다듬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얼마 전 누군가가 관객이 없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희들 또한 시민들과 공유하는 적극적인 공연형태를 띄지 못하고 많은 공연을 올리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작은 단체들이 꿋꿋하게 버틸 수 있도록 얼마만큼 조건을 만들어줬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일례로 이번에 올리는 공연은 대략 30여명의 식구들이 두 달 동안 준비하며 무대에 올려집니다. 이 식구들이 밥 먹고 무대 장치 하고 홍보하고, 가장 기본적인 부분만 체크해도 최소 1000만원은 족히 들어갑니다. 개런티를 제외하고라도 말입니다.

솔직히 지역에서 문화단체를 꾸린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재정적인 지원과 제대로 된 문화공간 확보 등이 절실하지요. 정치인에게 직접적으로 후원해 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죠. 기업이나 후원자와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만이라도 해달라는 얘기입니다. 정치인이 외면하는 문화. 시민도 외면합니다.”

ⓒ 모형숙
그래서 그는 정치인은 시민과 함께 갈 수 있는 동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툭 까놓고 얘기해서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에는 거의 내려오지 않은 게 현실 아닙니까. 물론 국정에 바쁘다 보니 이해는 하지만 보좌관이 왜 있습니까. 또한 당원은 얼마나 많습니까. 당원들 전부 문화를 접하고 삽니다. 당원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취합해서 공유하는 마음, 그래서 시민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겸허한 자세. 이런 것이 진정한 정치가 아닐까요.”

그는 어떤 인물이 익산을 이끌어야 하냐는 질문에 “일단 붙고 보자, 눈치보기식으로 여기 붙고, 저기 붙는 식의 풍토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자기 소신껏 이끌고 밀어붙이고 또한 시민들의 목소리들 경청할 줄 아는, 그래서 유기적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인물이 익산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뒷간에 갈 때와 나올 때 틀린 것을 정치인에 비유하게 만든 게 정치인인 만큼 앞으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또 여성 전용 선거구제에 대해 자존심이 상한다고 일축했다. 여성에게 특권을 줘야할 만큼 남성 중심적 정치 구도 속에서 이것도 결국, 사탕 발린 소리로 끝을 맺어 씁쓸하다고도 토로했다.

앞으로는 여성들의 의식이 바뀌어서 당연히 여성도 같은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여성의 자존심은 남성이 존중해 줄 때 올바로 세워지는 것처럼, 들러리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도현씨가 말하는 <오십페이지 셋째줄>
어한 마을 배경으로 한 독도 이야기

무조건 연극이 좋아서 15년을 연극과 살아온 서른 여덟 살 노처녀. 이도현씨.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아직도 연극이 좋아서다. 그에게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해맑은 웃음만큼이나 주위사람들을 편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익산지역에 '작은 소동'이라는 연극단체를 꾸리며 올해 10주년 기념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오십페이지 셋째줄>. 10주년 기념으로 오는 4월 7일과 8일, 무대에 오르는 작품 제목이다.
어딘지 귀에 익는 제목.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 가사의 2절 내용에 적혀있는 글귀이다.

“매스컴에서 얘기하면 달아오르다가도 조용해지면 덩달아 잠잠해지는 게 독도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소리 높여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크게 이슈화하기보다는 연극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지요. 즉 의식적인 부분을 돌출해 내고 당연히 우리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 마땅히 지켜야 된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것이죠.”

독도이야기를 다룬 <오십페이지 셋째줄>은 '어한 마을'을 배경으로 돌(독도)이와 죽돌이(일본), 어한 마을 사람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이도현씨는 강한 무게 감보다 우리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으로 편향된 문화보다 합창, 관악, 국악, 연극, 미술 등 골고루 분포된 시립예술공연단체가 꾸려져 준비하고 연구하고 무대에 올려져 지속적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모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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