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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내기 환영 잔치를 하며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다.
ⓒ 정일관
3월 2일 개학을 하면서 100일 새벽 기도를 결제하였습니다. 100일 기도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두 행복해지기를 기원하고 풍요롭게 발전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매년 학기 별로 두 차례 100일간 정성을 올리는 저희들의 소중한 발원입니다.

사택에서 주무시는 교장 선생님과 기숙사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다시피 하는 교감 선생님과 몇몇 선생님, 그리고 기도를 주관하는 저를 포함해서 대여섯 명이 고정적인 멤버이고 간혹 학생들이 참석하기도 합니다.

▲ 이미경 교사가 담임 환영의 글을 낭독하고 있다.
ⓒ 정일관
3월 2일, 개학하고 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난 저는 몸을 씻고, 마음과 정신을 재계하고 법당 문을 열고는 청수(淸水)를 떠다놓고, 고요히 앉았습니다. 일곱 명의 선생님들이 기도에 참석했습니다. 기원문을 올리고 독경하고 법문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2, 3학년 재학생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맞이하였습니다.

3월 3일, 입학식이 있는 날에도 정성껏 기도를 올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진리께서 저희 학교에 안겨준 신입생들이 학교에 잘 안착하여 행복해져서 마침내 성숙하고 진급하여 졸업할 수 있도록 기원 올렸습니다.

전날부터 쌀쌀해지더니 날도 흐려서 곧 눈이 올 것 같은 태세였습니다. 신입생들은 하나둘씩 모이고 학교는 입학 기대와 낯선 곳을 대하는 긴장감이 가득찬 듯 했습니다. 입학식은 오후 2시에 시작되었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다짐과 축하가 이어졌습니다.

▲ 금관 5중주단의 축하 연주
ⓒ 정일관
새내기 훈련 때 찍은 사진을 영상으로 보면서 함께 깔깔거리기도 하고, 담임 선생님은 새내기 맞이가 마치 첫사랑의 떨림같다는 환영의 글을 낭독하기도 하고, 학생회장이 재학생 대표로 나와 환영 인사말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경남대학교 금관 5중주단의 축하 연주로 한껏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장은수 신입생은 소감문에서 자신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에게 감사한다며, 원경고등학교에서 반드시 성공하여 당당히 졸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입학식이 끝나자 눈발이 마구 날려 천지에 가득 찼고, 황정리 벌판 위를 하얗게 휘날렸습니다.

▲ 새내기 장은수 학생이 입학 소감문을 발표하고 있다
ⓒ 정일관
저녁에는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신입생 환영 잔치를 열기 위해서입니다. 어색하지만 자기 소개를 하고 서로 자기 알리기 게임을 하며 재미있는 밤을 보냈습니다. 다과를 먹는 소리, 웃음소리가 기숙사에 울려 퍼졌습니다.

다음날에도 학생회가 주관한 신입생 환영 잔치는 계속되었습니다. 강당에서 단어 전달하기, 엉덩이 싸움 놀이, 닭싸움, 애인 찾기, 게걸음 릴레이 등을 하며 선후배가 함께 몸을 부딪쳤으며, 오후에는 남학생은 축구를, 여학생은 피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 하나둘 서로 알아가며 이해하기 시작하는 기운들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 새내기 환영 잔치에서 집단 엉덩이 싸움 놀이를 하고 있다.
ⓒ 정일관
밤 10시 점호를 하는데 2학년 승훈이가 웃으며 투덜댑니다. 자기들이 1학년일 때, 그렇게 많이 챙겨주시더니, 신입생들이 들어오니까 자기들은 이제 뒷전이라고 말입니다. 2학년이 되더니, 머리로는 상황을 알고 있지만, 마음에는 서운함과 질투가 생겨나는 것을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꾸했습니다. "그래, 사랑도 내리 사랑이란다."

피곤했는지 일찍 잠이 든 아이들을 둘러보면서 이 새내기들로 인해 저희 학교가 가족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정이 넘쳐날 수 있도록, 기쁨이 많은 학교가 되어지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였습니다.

오늘 하루도 새벽에 일어나 학교 뒤의 어둡고 그윽한 미타산과 아직 남아있는 새벽 별을 보며 법당 문을 엽니다. 법당 문을 열면서 대안학교의 하루가 열립니다. 스치는 바람이 차갑지만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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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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