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조선일보> 6일자 사설.
ⓒ 조선일보 PDF
언론이 야당의 근거없는 대통령 탄핵발의에 대해 용기있게 비판하고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받았다.

특히 대부분 언론이 조순형 민주당 대표와 한나라당 일부 동조로 발의된 대통령 탄핵발의를 정치공세로 비판하고 있는 반면, <조선일보>는 유독 '탄핵소추' 당위를 언급하며 야당편을 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민언련)은 6일 논평을 통해 "조선일보는 왜 탄핵발의가 지나치다고 용기있게 지적하지 못하는가"라고 묻고 "편파·왜곡보도로 사태를 호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먼저 이번 사건을 '헌정의 위기'로 규정한 조선일보는 두 야당의 탄핵 주장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선은 6일자 사설 '국민이 탄핵론에 망설이는 진짜 이유'에서 선관위 결정에 대한 청와대의 문제제기를 "중앙선관위 결정을 무시하고 나선 것"으로 비판하고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뒤흔들 만한 중대 사태"라고 비난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앞으로도 법을 준수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면, 우리 법체계상 이를 제어할 유일한 장치는 국회의 탄핵소추밖에 없다"며 두 야당의 '탄핵'주장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했다면' 이라는 가정법으로 대통령이 '앞으로 법을 준수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한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선관위의 '경고' 조처에 대해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나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국민들이 탄핵을 망설이는 이유를 "나라가 나라꼴이 아닌데 이 마당에 탄핵까지 들먹거리게 되면 지붕이 아예 송두리째 내려앉아 버릴까를 두려워해서"라고 해석했다.

또 두 야당의 '탄핵'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무시한 채 "청와대가 국민이 인내하는 이런 이유를 안다면, 당장 태도부터 공순(恭順)해질 일"이라고 훈계했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국민 일반의 정서를 앞세워 '대통령 길들이기' 의사를 분명히 드러낸 것에 다름아니다"고 비판했다.

동아 "총선 의식한 카드라면 국민 비난 피하게 어렵다"

반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 등 대부분 신문은 야당의 탄핵주장과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6일자 사설 '대통령 사과로 탄핵 논란 끝내라'에서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고 야당은 탄핵을 거둬들여야 한다"며 "시시비비는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에 맡기자"고 밝혔다. 동아는 두 야당에 대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이 과연 탄핵 발의, 자진사퇴의 첫 단추가 될 만큼 중하고 무거운 것인가"라며 "행여 총선을 의식하고 꺼낸 카드라면 국민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역시 5일자 사설 '막다른 길로 들어설 셈인가'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려는 사상 초유의 움직임이 보이는데 과연 대통령이 탄핵당할 정도의 실정이 있었는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6일자 사설 '노 대통령의 선택을 주목한다'에서 "야당이 자신들의 비리와 내분을 호도하기 위해 대통령 탄핵을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이 짙다"고 비판한 뒤 "국민들의 정국안정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을 사과하고 선거 중립을 선언, 막힌 정국을 푸는 길"을 선택해달라고 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한겨레신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주장을 가장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6일자 사설 '무슨 자격으로 나라를 흔드나'에서 "무엇보다 탄핵의 명분과 요건이 충분하거나 절실하지 않은데도 3분의2를 훨씬 넘는 다수의 오만으로 탄핵몰이를 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라고 질타했다.

한겨레는 또 "이는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대통령의 국민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일로 큰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지금 국회는 불법과 특권, 무능으로 점철돼 신뢰를 잃은 지 오래이다, 대통령 탄핵에 나서기 전에 총선에서 심판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힐난했다.

민언련은 두 야당이 탄핵을 주장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민언련은 특히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겸 편집장이 지난 12월3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노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순형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하자'고 주장한 점을 주목했다.

민언련은 "이같은 주장이 나온 뒤 조 대표 입에서 '탄핵' 발언이 자주 나왔다"면서 "급기야 청와대가 선관위 경고에 부분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자 대통령 탄핵안 발의가 구체화된 것 아니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 민언련은 "국회 마지막 회기까지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던 두 당은 대통령 탄핵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고 못박았다.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 팽팽
<중앙> 여론조사...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과해야" 61%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5일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7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야당의 대통령 탄핵 추진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8%로 나왔다. 반면 '공감한다'는 응답은 46%로 다소 낮았지만, 차이는 오차범위 이내로 팽팽하게 맞섰다.

탄핵 추진에 대해 '공감한다'가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보다 더 높게 나온 연령층은 40대와 50대 이상이었다.

또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중앙선관위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61%로 높게 나왔다. '야당 정치공세이므로 그럴 필요없다'는 의견은 37%였다.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는 응답자 중 '사과와 약속이 있더라도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23%에 그쳤으며 '굳이 탄핵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은 76%로 압도적이었다.

중앙일보가 전화로 실시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6%포인트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