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들의 정치적 취향은 다양할수록 좋은 것이고, 선택은 자유다. 같은 범주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건, 비난하건 자유다. 내 선택이 존중받고 싶은 바로 그만큼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조선닷컴에서 맹활약하며 반노의 기치를 높이 든 전여옥에 대해 관대하려 노력했다. 사실 무시하려 애써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녀는 최병렬 대표 이전부터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대표적 인사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3월 11일 조선닷컴에 기고한 칼럼 <국민이 조삼모사의 원숭인가?>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그냥 넘어가려 해도 넘어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전여옥은 죽음까지 소재로 삼아 노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태도는 반인륜적이며 비도덕적이란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관련 기사- 국민이 朝三暮四의 원숭인가?

2004년 3월 11일. 노무현 대통령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가졌다.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에 의해 탄핵안이 발의된 상태였고, 이미 야당은 필요한 의석수 181석을 자신하고 있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즉시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고 180일 이내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9명 중 6명만 찬성하면 그는 졸지에 '전직 대통령'이 되는 신세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문일답에 앞서 노 대통령은 측근비리, 불법정치자금, 그리고 노건평·민경찬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례까지 공개하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의 마지막 입장 표명이 될 수도 있었다. 탄핵안은 언제 국회에서 통과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노건평씨 3천만원 수수건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견의 전체적인 분위기상 자신의 형에게 로비를 해봤자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특권과 부정, 반칙과 부패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평소 소신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전여옥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나 보다. 전여옥은 조선칼럼에 기고한 글에서

“언제까지 국민들은 '형님이 사업이 안 되고 딸은 시집갔고 아들은 일자리가 없다'는 대통령의 눈물겨운 집안사정을 들어야 할까.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이 대한민국에 사업 안되고 딸 시집갔고 일자리 없는 집이 어디 형님댁 뿐이란 말인가?"

라며 대통령의 친인척 관련 발언을 '투정' 정도로 폄하했다.

이어 그녀는

"노무현 대통령은 좀 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했다. 이름까지 거명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인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왜 시골에 있는 별 볼 일없는 대통령 형님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을 줄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는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며 왜 한강에 투신자살을 했는지를 그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라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전여옥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별 볼 일없는 대통령 형님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을 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원인이 노 대통령에게 있단 말인가? 아무리 노 대통령을 비판하기로 작심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묻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닌가.

그쯤에서 끝낼 전여옥이 아니다. 남 전 사장의 로비를 언급했던 노 대통령을 비난한 전 여옥은

"대통령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꼭 집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

고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의견은 자유일 수 있지만, 거짓까지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더욱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단어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남 전 사장이 자살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그러나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죽음의 동기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니가 죽였지?"하는 식으로 규정짓는 사람의 정신 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남 전 사장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단정한 전여옥은 그 발언에 언젠가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쯤에서 끝낼 전여옥이 아니다.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 찾아가 머리 조아리고 돈 주는 일 없었으면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어떻게 "못 배우고 성공하지 못하고 별 볼일 없는 수많은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 역시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해석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정도로 발언을 이해할 능력이 없으면 글을 쓰지 말고,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 악담을 퍼붓는 것이라면 역시 글을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탄핵반대 여론도 '악담의 근거?'

전여옥의 글에서 보면 모든 게 대통령의 책임이다. 사과하러 나온 줄 알았는데 말을 너무 많이 한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고, 그것도 감성적인 말투로 1시간 20분 동안 토크쇼를 한 대통령이 말을 잘 못한 것도 그의 책임이다. 정치는 토크쇼가 아닌데, 도박이 아닌데 노 대통령이 총선과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한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다.

이렇게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정치 칼럼을 쓰고 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정치는 '원맨쇼'가 아닐진대,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닐진대 전여옥은 상대에 대한 비판, 비난은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를 빌미로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을 시도하는 야당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 한 마디도 없다. 무조건 대통령이 사과해서 해결할 줄 알았단다.

또 전여옥은 야대여소를 견디지 못하는 노 대통령을 비난하며

"왜 야대여소가 문제란 말인가? 이것은 이 지구상의 많은 나라 국민들이 '힘의 균형'을 위해 고의적으로 만든 구도이다. 오늘날, 미국 정치에서 야대여소는 상식이다. 여대야소야말로 희귀한 정치상황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야대여소를 참지 못한다면서 노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여옥은 현재 미국 의회의 의석 분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가? 미국은 전여옥의 말처럼 야대여소인가? 아니다. 2002년 11월에 실시된 미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둬 하원, 상원에서 다수당이 됐다. 여대야소인 것이다. 사실 미 의회가 여대야소인 게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나 적어도 사실을 왜곡해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중단돼야 할 것이다. 그러고도 칼럼니스트라 할 수 있는가.

미국이 야대여소라는 식의 잘못된 주장을 펴는 전여옥은 더 치고 나간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생각했다면 이것은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스스로 표현했듯 '대통령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이다"

라며 모든 게 대통령 책임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민주당이 공동발의로 제출한 탄핵안에 대해서 국민들의 6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이 60%를 읽는 전여옥의 시각은 역시 변함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겸손하고 냉정하게 읽어야 한다. 탄핵을 반대한다고 해서 결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60% 이상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고, 시민단체에서는 탄핵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해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서도 대외 신인도를 우려해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탄핵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한나라당-민주당의 태도는 전혀 문제가 없고 모든 게 노 대통령의 문제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을 원하는 국민이 30%가 넘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여옥의 눈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60% 이상의 국민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전여옥의 눈에는 60%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거대 야당의 '대통령 흔들기' 횡포라고 해도 탄핵발의까지 갔다는 건 이미 '온전한 대통령 노무현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따름이다. 거대 야당이 의회권력을 이용해 탄핵안을 발의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 거의 대부분 외신들은 총선을 앞둔 야당의 정략적 발의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의 정략적인 탄핵발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온전한 대통령 노무현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한나라당-민주당의 탄핵발의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고 '탄핵발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실, 미국의 의석분포가 '야대여소'라고 왜곡되게 주장하며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실, 60% 이상의 국민들은 탄핵발의에 비판적인데 30%가 지지한다며 그 의미를 되새기라며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실, 대우건설 전 사장의 죽음을 '니 탓이야'라고 죽음까지 소재로 삼아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실 등등으로 인해 많은 네티즌들은 그녀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누가 밉고, 싫어도 죽음까지 소재로 비판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고 싶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