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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가 공원이 많은 도시를 표방하며 나무심기 정책에 치중해 왔으나 최근 '부천시민의 숲'(일명 나무고아원)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100여 그루가 넘는 나무가 고사된 채 잘려지는 등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 김정온
더욱이 나무고아원은 부천시가 자랑하는 영상문화단지 내에 조성됐으며, 이제는 폐쇄된 나무고아원 주변에는 잘려진 나무들이 무더기로 방치돼 있어 잔혹한 풍경(?)이 시민들 눈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태다.

시는 지난 2002년부터 원미구 상동 529-2번지(영상문화단지 내 서울외곽순환도로 옆) 2만㎡(6500여평)에 연장 2170m, 폭 10m 규모의 부천시민의 숲을 조성하고, 최근까지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숲은 도로개설이나 아파트 밀식목, 주택재건축 등으로 발생한 대형수목 및 희귀수목을 재활용하고자 이식함으로서 '부족한 녹지공간 확충과 시민휴식처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조성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부천시의 '나무심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숲이 방치돼 오다가 소리 없이 폐쇄되는 과정에서 다량의 수목이 고사된 채 뽑혀져 있거나 잘려진 상태로 버려져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 현장확인 결과 100여 그루의 나무가 뽑혀지거나 잘려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기자는 취재 도중 시민의 숲 일대가 진흙으로 뒤덮여 발목까지 빠지는 등 나무가 제대로 생육할 수 있는 토질의 상태가 아님이 확인됐다.

현재 시민의 숲은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잘려진 나무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 '나무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으며, 해당 부서인 녹지공원과는 아직도 뒤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 10일 현장취재 전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나무고아원은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며, 수목의 경우 상동호수공원 및 타 공원 등에 옮겨 심어졌으나 일부 도저히 활용이 불가능한 수목에 대해서는 이식이 안돼 부득이 자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취재 후인 지난 11일 "나무고아원 자리가 배수불량 등으로 인해 생육이 불가능한 지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 "육안으로 봐도 잘려진 나무가 몇 십 그루가 아닌 100여 그루에 해당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물음에 대해 관계공무원은 '배수불량'을 일정 정도 시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지역 일부가 배수불량 지역으로 수목 식재 시 원활한 배수를 유도하는 공법을 사용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목이 고사돼 부득이하게 시민의 숲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자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천시가 '공원이 많은 도시'를 지향하며 나무심기 정책을 펴왔던 만큼, 소리 없이 폐쇄된 나무고아원은 '정책적 실패'라는 오점을 남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증 받은 나무라 할지라도 이식 및 보식을 위해 쓰여진 인건비 등의 예산을 고려할 때 '예산낭비'라는 이중의 문제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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