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MBC <100분토론> 제작진은 17일 오후7시께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프로그램 결방에 대해 공지했다.
연일 편파·왜곡방송을 문제삼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토론 프로그램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결방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납득할 수 없는 사유를 들며 생방송 당일 시청자와의 약속을 져버리는 야당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17일 오후 방송을 불과 8시간 앞두고 MBC <탄핵정국 긴급토론-여야 대표에게 듣는다>에 불참한다고 통보해왔다.

따라서 이날 밤 11시5분부터 생방송으로 방영될 예정이었던 해당 프로그램은 나가지 못하게 됐다. MBC는 이 시간에 예능국 파일럿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하기로 했다.

이같은 파행방송은 지난 14일 김경재 민주당 의원이 방송 20분 전에 출연을 거부함으로써 MBC <이슈앤이슈>가 불방된 데 이어 두번째다. 당시 김 의원은 제작진이 사전에 상대방 패널이 누구인지 민주당측에 알려줬는데도 본인이 직접 전달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최 대표 "내가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이번 긴급토론을 준비한 MBC <100분토론>팀은 "섭외와 원고전달 등에서 아무런 얘기가 없던 최병렬 대표가 방영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불분명한 사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영배 PD는 "최 대표측에서 오늘 오후 3시 구두로 불참을 통보했고, 5시쯤 공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제작진에게 보낸 공문에서 "본인은 당 대표 사퇴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어 오늘 프로그램 출연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이해바라며, 가능하다면 차기 대표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설명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프로그램 불참의 사유로 ▲질문서 내용이 섭외 당시와 달라졌고 ▲다른 채널의 축구중계로 인한 영향 등을 들었다.

임 실장은 "원래 탄핵정국을 주제로 하기로 했으나 어제(16일) 오후에 온 질문서를 보니 탄핵해법과 지지율 하락에 따른 대처, 총선대책 등이 있었다"면서 "최 대표가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해서 MBC와 조정하려고 했지만 바꾸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임 실장은 "그런 와중에 오늘 저녁 KBS에서 한국과 이란의 축구경기를 중계하는데 토론 시간대와 겹친다, 특히 탄핵의 정당성을 얘기하는 앞부분이 겹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임 실장은 "그렇게 되면 (시청자들은) 해법이나 총선대책 등을 주로 보게 되는데, 최 대표가 '그것은 차기 대표에게 기회를 줘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출연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와 관련 "최 대표가 MBC 사장에게까지 사과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안됐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소장파나 차기 대권주자들이 반대를 해서 무산된 것처럼 얘기가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제작진 "편파방송 한다며 반론권 달라고 하더니..."

그러나 제작진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영배 PD는 "섭외나 질문지를 주는 과정에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방송 당일 불참을 통보했다"면서 "당초 섭외할 때 이미 탄핵정국과 총선문제가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 PD는 "축구경기로 인한 시간조정 문제는 가능하다고 했고 열린 자세로 성사시키려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 방송 메커니즘을 모르는 분들도 아니고 생방송 몇 시간 전에 못 나오겠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PD는 "야당이 탄핵정국에서 편파방송을 문제삼으며 반론권을 요구했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야당으로서 매우 좋은 기회인데 이같은 반응이 나와서 황당했다"며 "야당이 방송을 너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최승호)는 이날 '시청자를 무시하는 거대야당 규탄한다'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잇따른 파행방송을 일으킨 야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노조는 두번씩이나 프로그램을 파행으로 몰고간 두 당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할 것을 회사측에 요구했다.

노조는 "멍석을 펴줘도 외면하는 두 당이 과연 공정방송을 얘기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한나라당은 당장 자신들의 대표 경선 생중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방송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노리개가 아니다, 야당의 정략적인 방송 흠집내기에 맞서 싸우겠다"고 노조는 다짐했다.

다음은 언론노조 MBC본부가 17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시청자를 무시하는 거대야당 규탄한다!
- '탄핵 정국 긴급 토론' 결방 사태에 즈음하여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방송에 대한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당초 오늘 밤 11시부터 방영 예정이었던 생방송 프로그램 '탄핵 정국 긴급 토론-여야 대표에게 듣는다'가 결방됐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오늘 오후 돌연 불참을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 시간에 예능국 파일럿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방송 20분 전에 돌아가는 바람에 <이슈앤이슈>가 불방된 데 이어 두번째 파행방송이다. 김경재 의원은 제작진이 민주당 당직자에게 분명히 상대방 패널이 누구인지 미리 얘기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직접 전달받지 못했다는 핑계를 내세우며 불참을 통보했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모습에서 우리는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정당의 실체를 목격한다. 아울러 방송의 공신력에 잇달아 상처를 주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엄중한 항의를 촉구한다.

<100분토론>팀은 이미 이틀전인 지난 15일 최병렬 대표에게 토론 참여를 제의했다. 최 대표는 그 날 저녁 프로그램 출연 의사를 전해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동영 대표와의 1대1 토론은 곤란하다고 밝혀 제작진은 최 대표와 세명의 패널이 묻고 대답하는 형식의 토론을 준비했다. 아울러 최 대표가 18일에는 한나라당 대표직을 사임하는 만큼 가능한 한 방송 날짜를 빨리 잡아달라고 해서 이 제안도 수용했다.

오늘 최 대표를 시작으로 내일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대표와 똑같은 포맷의 토론을 준비해왔고 사전 예고까지 내보냈던 제작진은 참으로 난감한 지경에 처했다. 최 대표의 돌연한 토론 거부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요구해온 공정방송이 그저 음흉한 속마음을 감추기 위한 허울좋은 포장이었을 뿐 실제로는 탄핵 정국에 대해 침묵해달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당의 대표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상황을 우리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불참을 통보하기 위해 제작진에게 보낸 다섯 줄 짜리 공문에서 최병렬 대표는 본인은 당대표 사퇴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어 이 프로그램 출연에 적절치 않다는 사실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최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던 마당에 이같은 해명은 참으로 궁색하다. 최 대표의 말대로라면 자신이 출연할 테니 방송 일정을 빨리 잡아달라고 했던 이틀 전의 결정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그저 의아할 뿐이다.

도토리 키재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이 한때나마 토론 참여를 검토했던 것과는 달리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처음부터 토론를 거부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부에선 이 시점에서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봐야 득 될 게 없다는 논의가 오고 갔다고 한다.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대다수 국민을 대변한다고 강조해온 거대 야당들의 수준이 정말 이것밖에 안되는지 참담한 심정조차 든다.

멍석을 펴 줘도 외면하는 두 당이 과연 공정 방송을 얘기할 자격이 있는지, 또 그들 주장대로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들의 뜻을 대신할 자격은 있는지 되묻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야에서 사라짐으로써 표적이 없어져버린 거대 야당은 방송이라는 새로운 표적을 만드는 데 급급하고 있을 뿐이다. 방송과의 대결 구도를 정략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거대 야당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경영진에도 요구한다. 회사측은 두 번씩이나 본사 프로그램을 파행으로 몰고 간 두 당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하라. 여론의 흐름이 불리해지면서 방송을 상대로 한 두 당의 장난질은 점점 기승을 부릴 것이다. 여기서 쐐기를 박지 않는다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의한 파행 방송은 되풀이 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우려이다. 한나라당은 당장 회사측에 자신들의 대표 경선 과정 생중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방송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수 있는 당신들의 노리개가 아니다. 불순한 의도 속에 이뤄지고 있는 방송 흠집내기에 맞서 문화방송 노동조합은 전체 방송 노동자와 함께 강력한 투쟁을 다짐한다.

2004. 3.15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