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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눈에는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20만명의 시민이 연출한 촛불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전국적으로는 30만명이 '탄핵무효' 촛불을 들었고, 외국에 있는 교포들도 세계 각지에서 촛불을 들었다. 게다가 인터넷 상에서도 '탄핵무효' 촛불은 뜨겁게 타올랐다.

하지만 이들 세 신문은 22일자에서 20일의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아예 다루지 않거나 탄핵 찬반집회 보도에 묶는 등 애써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조중동'은 촛불문화제를 국정혼란을 부추기는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정부의 강력한 조처를 주문해왔다.

반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은 20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를 상세하게 소개하는 한편, 참여민주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했다.

▲ <조선일보> 22일자 관련 기사.
ⓒ 조선일보 PDF
'조중동'이 30만 촛불바다에 침묵하는 이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촛불문화제를 다음 날인 21일 열린 수구단체 집회와 함께 묶어 '찬반 가열'로 보도했다. 두 신문은 각각 사회면에 2천명의 탄핵찬성 집회와 20만명의 탄핵무효 집회를 동일한 보도량으로 나란히 배열했다.

특히 두 신문은 2천명과 20만명의 참석 규모를 구분할 수 없는 집회 사진을 각각 같은 크기로 실었다. 근거리에서 잡힌 두 집회 사진 역시 두 집회의 참석규모 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10면 사회면 하단에 '주말 도심 탄핵 맞불집회'라는 제목으로 사진 없이 관련보도를 내보냈다. 그나마 중앙일보 보도량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비해 절반 정도에 그쳤다.

▲ 민주당의 '열린우리당 촛불집회 조직동원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조선일보> 22일자 기사(위)와 촛불문화제를 축소보도한 <중앙일보> 관련기사(아래).
ⓒ 조선, 중앙 PDF

'조중동' 세 신문의 이같은 기사배치는 기계적 중립으로 사안의 본질을 비껴가는 전형적인 왜곡보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은 자신들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과 시청앞 일대에서 벌어진 20만의 '촛불문화제'마저 축소보도로 일관, 시민들의 참여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외면했기 때문이다.

조선, "촛불집회 불법 방치한다"며 선관위 공격

'조중동'은 또 연일 사설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촛불문화제를 폄하하던 모습과 달리, 이날 사설에서는 침묵을 지켜 대조를 이뤘다.

그런 와중에도 조선일보는 22일 사설 '탄핵 찬반은 선거법을 비켜가는가'에서 촛불문화제가 불법임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행사로 이어진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조선일보의 주장은 촛불문화제를 하지 말라는 요구와 다름 아니다. 조선일보의 속내는 "집회를 이렇게 법을 어겨가며 굳이 밤에 해야만 하는가, 야간시위나 집회를 금지한 조항이 거추장스럽다면 국회를 장악한 후에 법을 바꿔 없애면 될 일"이라는 주장에서 잘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또 연일 열리는 촛불집회와 탄핵반대 집회 등에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선관위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목소리가 큰 세력들이 '법보다 내가 옳다'는 태도를 드러내고, 법집행 기관은 비켜갈 궁리부터 하는 불법강행, 탈법 방치의 무법사회로 들어서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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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조직동원 공방은 대대적으로 부각

오히려 '조중동'은 민주당이 21일 제기한 열린우리당의 촛불집회 조직동원 의혹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촛불문화제 열기를 누그러뜨리려는 태도마저 보였다.

조선일보는 22일 '여야 '촛불집회 조직동원' 공방'이라는 제목의 2면 톱 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촛불집회에 시민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민주당의 의혹제기를 크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열린우리당 관계자의 시민동원 장면"이라며 민주당이 21일 공개한 비디오테이프의 한 장면을 사진기사로 같이 게재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도 22일자에서 민주당의 의혹제기를 크게 다룬데 비해 촛불문화제 파장은 축소했다.
ⓒ 동아일보 PDF

동아일보도 역시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공개한 비디오테이프의 장면과 핸드폰을 통한 참가독려 메시지 등을 잇따라 배치한 '촛불집회 '참가자 동원' 논란' 제하 기사를 사회면(30면) 톱으로 실었다. 이 기사 옆에는 '찬탄‥반탄‥ 쪼개진 주말'이라는 제목 아래 20일 촛불문화제를 21일 수구단체 집회와 동등한 보도량으로 배치한 기사가 나란히 놓여 있다.

<한겨레><경향> "민주의 힘 보여준 촛불축제"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사설과 칼럼, 관련기사를 통해 전국을 뒤흔든 20일 촛불문화제를 상세히 알리고 그 취지와 의미 등을 면밀히 살폈다. 두 신문은 촛불문화제 현장 스케치는 물론 다양한 시민반응, 질서정연한 집회문화의 성숙함 등에 높은 의미를 부여했다.

<한겨레>는 사설 '민주의 힘 보여준 촛불축제'에서 "전국 각지에서 35만명이 참여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최소 45만명이 동참한 촛불집회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량을 웅변으로 입증해 주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또 이날 집회의 질서정연함과 자발성을 강조했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인파가 아무런 불상사 없이 평화적으로 집회를 마친 것은 감동적"이라고 표현한 한겨레는 "집회와 시위가 '민주주의의 축제'로 자리잡아 간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어 여전히 사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야당과 일부 언론의 자각을 촉구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이고 '친노와 반노'로 사태를 왜곡한 일부 언론은 여전히 '배후세력'이나 '불법집회' 따위를 들먹이고 심지어 '여론조작'을 주장하는 세력까지 있지만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든 여론조사 결과에서 분명히 나타났다"고 한겨레는 일갈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촛불, 성숙한 민주주의 갈구'를 통해 "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인 시민의 진정한 정치참여"이자 "성숙한 민주주의의 토양"이라며 촛불문화제가 보여준 의미를 풀이했다.

경향신문은 "야당은 이를 ‘정치의 부재증명’으로 알고 부끄러워 할 일일망정, 손가락질 할 일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더 많은 이가 광장으로 나서야 정신을 차리려나"고 개탄했다.

두 신문과 <서울신문> 등은 20만의 촛불이 장관을 이룬 토요일 밤의 열기를 담아낸 사진을 각각 실어 민주주의 지키기에 나선 시민들의 열정을 성실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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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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