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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2일자 '강천석 칼럼'.
ⓒ 조선일보 PDF

"애처러운 것은 광화문 거리에 주저앉아 있던 대학생, 엄마 손을 붙잡고 나온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그 아이들 미래입니다‥이 덫에 걸린 나라에 태어난 것도 죄가 되는 걸까요. 그 애들의 죄없는 얼굴에 그 애들의 미래를 차마 어떻게 그릴 수 있겠습니까. 그건 악몽입니다."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주간이 부모와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아이들을 보며 태산같은 걱정을 쏟아냈다. 강 주간은 22일자 '덫에 걸린 대한민국' 제하의 기명 칼럼을 통해 20일 촛불문화제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강천석은 누구인가
DJ정부 시절 편집국장 지낸 논설주간

강 주간은 48년 광주 출생으로 광주 제일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74년 조선일보에 입사, 언론계에 입문했으며 사회부, 정치부 기자를 거쳐 도쿄 특파원, 사회부장, 정치부장, 국제부장, 편집국 부국장,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가 편집국장을 맡은 때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99년이다. 이후 2001년 이사대우 논설위원, 논설위원실장을 거쳐 현재 논설주간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세계가 뛰고 있다>, <지방경영시대>, <한국인이 뛰고 있다> 등이 있으며 200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 신미희 기자
그러나 20만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촛불바다를 직접 지켜본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 뜻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덫에 걸린 나라에 태어난 젊은이들과 아이들의 미래가 애처롭다"는 기우뿐이었다. 그리고 이같은 현실을 "악몽"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 나라 앞에 닥친 덫으로 "400만명의 신용불량자, 50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집안에 취직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250만 가구의 무직자 가정, 실업자 두 사람 중 한 명이 청년"을 내밀었다. 결국 '참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는 다른 언론의 평가와 달리 그는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4.19 이래 최대의 여당 폭풍이 불고 있다"는 걱정만 가득 안고 돌아왔다.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무엇을 봤는가

그가 촛불문화제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여부는 자치하고라도, 현장을 묘사한 대목만 봐도 그의 시각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지 잘 나타난다. 그는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뭔가 조직화된 행동으로, 또 경찰의 엄정 대처를 협조적인 자세로, 방송의 사실보도를 일종의 선동적인 태도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20일 오후 2시 무렵부터 광화문 일대에 하나 둘씩 모여드는 인파를 상세히 관찰한 듯하다. 그는 "대부분이 대학생 차림이었고, 간혹 아이들 손을 잡은 젊은 부부 모습도 섞여 있긴 했다"며 "잘 조직된 모임인 듯했다"고 적었다. 또 "수백명의 학생들이 오가는 사람에게 종이컵으로 만든 촛불을 건넸다, 이곳 저곳에 '국민의 힘'이 발행한 신문 공격 팸플릿이 작은 집채만한 크기로 쌓여 있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국민의 힘'에 대해 '노사모' 핵심멤버가 결성한 단체로 소개한 뒤 "그만한 물량을 깨끗한 비닐로 포장해 저렇게 신속하게 운반하려면 벙어리 저금통을 털어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야당 등 일부에서 제기하는 배후지원설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어 그는 "6시가 가까워지자 군중들은 '평화적으로' '질서있게' 차도를 점검했다, 기동경찰은 인도로 물러나 자리를 비켜주었다"면서 "경찰과도 척척 손발이 들어맞는 듯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평화적으로' '질서있게'라는 대목에서는 "요즘 방송들이 촛불시위를 보도하면서 절대 빠뜨리지 않는 단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서울 복판의 교통은 마비됐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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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군사정권 때도 정권의 상비군"

그는 최근 열린우리당 강세와 함께 한나라당·민주당 지지율 급감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4.19혁명으로 인한 자유당 정권 몰락 뒤 민주당이 국회의석의 90% 이상을 휩쓴 60년대에 비견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격차가 31%인데다 탄핵에 공조한 한나라·민주·자민련의 지지도를 합해도 열린우리당 수준의 절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원인은 간단하다, 60.8%가 선거법 위반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53.9%가 탄핵을 반대했다, 국민의 뜻을 잘못 읽은 탓"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그렇다고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는 결론은 "국정을 잘못 수행하고, 선거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응징하는 회초리를 잘못 골랐다"며 "여기에는 회초리를 든 너희들은 뭐가 그리 잘 났느냐, 차떼기를 한 게 누구였느냐 하는 국민의 깔려 있다, 딱히 방송 탓만 할 것도 아니다"고 일갈했다.

또 그는 방송의 공정성 시비를 또 끄집어냈다. "불씨가 있었기에 부채질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고, 잔불이 남았기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방송이 어디 이번만 그랬는가, 군사정권 때도 그들은 정권의 상비군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여당의 월등한 우위를 놓고 "국민들의 몫은 20%대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국회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휘두르는 정치를 온몸으로 살아보는 것"이라고까지 단정했다. 하지만 그가 진짜로 강변하고 싶은 말은 "이제는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저마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때"라는 주장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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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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