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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법무부장관.
강금실 법무부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로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즉시 정지되어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하는 국정운영의 비상한 상황을 맞이하여 헌법과 법률에 기한 질서유지를 담당해야 하는 법무부장관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럽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24일 오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한 '의견서' 서론 부분에 이 같이 밝히면서 탄핵소추사유에 대해 헌법적, 법률적 평가만에 중점을 두고 의견을 개진했다.

우선 강 장관은 '탄핵소추의 경위와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의 활동범위에 관해 어떤 기준이나 관행을 마련하고 정착시켜 축적해 놓은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범위까지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가는 과제를 던지는 가운데 '정치적 중립 여부'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강 장관은 헌재가 이번 탄핵심판을 해 나아가는 데 있어 "정치적 역사적 배경은 전제로 인식하되 소추의 헌법적합성에 대한 심판은 '법률외의 정치적 합목적성 등 일체의 고려없이' 엄격한 사법작용으로 접근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의견서에는 ▲우리나라 탄핵소추제도의 특질적 차별성-권한행사정지의 효력 ▲법치주의와 적법절차원리에 비춰본 절차적 정당성 문제 ▲탄핵소추사유의 헌법상 요건과 해석원리 등에 대한 상세한 의견이 담겼다.

강 법무 "대통령 행위 및 발언, 선거중립의무에 위반되지 않는다"

특히 강 장관은 이번 탄핵사건의 쟁점이 되는 3가지 탄핵사유에 대해 '탄핵소추의 실체적 요건에 대한 판단'으로 구분했으며, 각각의 사안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검토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헌재에 제시했다.

의견을 제시하기 앞서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과 관련해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부분은 "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조항(제9조 제1항)은 최고규범인 헌법에 기초해 국가공무원법상 정치활동에 관한 규정과 통일적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헌법상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 원칙과 법치주의 원칙에 기초할 경우 선거법은 다른 구체적인 금지규정과는 달리 선언적 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단순한 선언적 조항으로 해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공무원이 그 지위나 권한을 남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하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의미로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탄핵소추의결서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대통령의 행위 또는 발언은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권한을 남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선거중립의무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에 대해 "기자의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이뤄진 일반적인 의견개진에 불과하다"며 "이미 중앙선관위가 밝힌 바와 같이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밖에 다른 대통령의 부정선거운동 및 사전선거운동 조항 등에 대해서도 "선거법 조항을 위반하지도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정당보호의무 위반, 선거의 자유침해, 헌법수호의무 위반 등은 탄핵소추사유가 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정치영역에서 법치주의 정착·실현될 중요한 사법 기준이 제시될 것"

24일 오후 법무부 직원들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한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24일 오후 법무부 직원들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한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강 법무장관은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무집행에 있어서'라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사실관계 여부나 피청구인의 관련성 여부 등은 쟁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탄핵사안인 경제파탄 등 실정 관련 부분은 "일반적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의 정책적 실패는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학계 및 외국 헌법학계의 일치된 견해"라며 "탄핵소추요건을 인정키 어렵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강 장관은 결론적으로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탄핵심판절차가 대통령의 공백으로 인한 정치 및 국정수행 정지상태를 해소시키는 절차"라며 "법현실차원의 정치영역에서 헌법의 실질적 법치주의가 정착하고 실현될 수 있는 중요한 사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사회적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의 논의수준을 합헌적 법리를 바탕으로 한 이성적인 통합과정으로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통한 공백상태를 조속히 해소하고 국가 경제의 동력을 원활히 움직이도록 하는 절차로서 의미를 부여했다.

강 법무 "새로운 의혹·의문 제기, 확인·조사 시도 허용될 수 없다" 주장

특히 강 장관은 "이번 탄핵심판을 통해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정치적 활동내지 선거활동의 기준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점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는 신속이, 신중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강 장관은 "탄핵심판절차의 진행과정이 정쟁의 장소나 국민들을 상대로한 정파간의 홍보전을 치루는 장소가 되서는 안된다"며 "심판과정에서 피청구인에 대한 새로운 의혹과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탄핵심판절차를 이용해 확인하거나 조사하려는 시도는 허용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날 헌재에 제출된 강 법무장관의 의견서는 A4용지 100여쪽 분량으로 헌재가 요구한 15부를 정병두 법무부 송무과장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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