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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투쟁 공동기획단은 26일 고 최옥란씨 추모일에 맞춰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420 투쟁 공동기획단은 26일 고 최옥란씨 추모일에 맞춰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박신용철
진보적 장애인권단체들은 2001년부터 '420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공동기획단(이하 420투쟁 공동기획단)'을 구성하고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해왔다. 420투쟁의 시작은 3월 26일 시작된다. 이날이 고 최옥란 열사 추모일이기 때문이다.

진보적 장애운동계에서는 그녀를 '열사'라 부른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은 그녀의 삶과 죽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투쟁 없이는 쟁취 없다. 투쟁으로 쟁취하자"고 외쳤던 최옥란 열사. 그녀의 삶과 죽음에 동행해보자.

경기도 파주 미군기지촌 주변 빈민의 딸로 태어난 최옥란 열사는 태어난지 백일 무렵 열병을 앓아 뇌성마비에 걸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미군부대 인근식당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며 4남매를 키웠다.

2002년 3월 26일 한 여성장애인이 음독자살로 세상을 등졌다. 그녀는 여성이었고, 뇌성마비 1급 중증 장애인이었다. 청계천 벼룩시장에서 '1천원짜리' 좌판을 하던 노점상이었고, 장애인이란 이유로 이혼을 당해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긴 어머니였다. 또한 그녀는 김대중 정부가 제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상의 수급권자였다.

사회적 안전망인 최후보루인 기초법의 비현실성에 또다시 차별받던 그녀는 칼바람이 매섭게 불던 2002년 12월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생존권 쟁취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였다.

당시 그녀는 "추운 겨울에 텐트농성을 결심한 것은 일도 하지 못하게 하면서 최저생계비, 아니 생존자체도 보장하지 않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때문"이라며 "기초법이 시행되면서 정부는 노점과 수급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고 최옥란씨
고 최옥란씨 ⓒ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은 김대중 정부 하에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제정되었으나 정부로부터 최저생계비를 보장받기 위한 '수급권자' 선정기준이 매우 비현실적이어서 취지와 달리 최저생계를 위협하는 현실에 직면했던 것.

결국 노점을 포기하고 수급권을 선택한 고 최옥란씨는 매달 정부로부터 26만원의 생활보조비를 받았다. 그러나 아파트 관리비 16만원, 매달 들어가는 약 값만으로 26만원으로 최저생계유지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녀는 "도대체 나보고 26만원가지고 어떻게 살라는 건지, 그러면서도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것인가"라며 "도대체 약 값도 안 되는 생계비로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라고 절규했다.

그녀는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가 워낙 낮게 책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장애로 인해 추가로 지불되는 비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의료비도 비급여가 많아 저 같은 중증장애인은 치료비의 상당부분을 개인이 책임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기초법의 비현실성에 대해 복지부 장관과 국무총리에게 민원을 제기했지만 답변조차 듣지 못했다. 한겨울 명동성당에서 일주일간의 단식농성을 마친 고 최옥란씨는 2001년 12월 10일 헌법재판소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존권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위헌확인소송를 제기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2002년 3월 20일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장애인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는 현실을 거부했고, 결국 26일 새벽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차별에 저항하라"
420투쟁 공동기획단, 장애인차별철폐투쟁 선포

420투쟁 공동기획단은 26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공연장 앞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420투쟁 공동기획단은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노동권 보장 △장애인이동권 보장 △장애인교육권 보장 △장애인연금법 제정 △활동보조인 제도화 △장애인 생활권 보장 △미신고시설 문제해결 △편의시설 정책 건설교통부 이관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장애인차별철폐 정책요구안의 조속한 실천과 고건 대통령권한대행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4월 20일까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번 농성투쟁과 관련해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는 "고건 대통령권한대행과 면담이 이루어질때까지 노상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신용철 기자
장애인이동권연대, 장애인교육권연대, 최옥란 열사 추모사업회 등 진보적 장애운동단체들은 고 최옥란씨의 기일에 맞춰 420투쟁 공동기획단을 구성하고 3월 26일부터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을 전개해왔다.

420투쟁 공동기획단은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에 정부와 관변단체들이 시혜와 동정으로 치장된 각종 행사들을 진행해 왔다"며 "이러한 관변행사들은 정부에게 차별철폐 책임으로부터 면죄부를 줬고, 관변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을 팔아 정부의 떡고물로 자신의 뱃속을 채웠다"고 비판했다.

올해 구성된 420투쟁 공동기획단은 <차별에 저항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 최옥란 열사 2주기를 맞아 시혜와 동정의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26일, 선포하고 "자본의 세상에서 차이가 차별이 되는 사회구조적 모순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차별받는 민중들과의 연대투쟁을 결의했는데, 지난해 420투쟁 공동기획단에 이라크 전쟁반대와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담았고, 올해는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철폐의 목소리를 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올해는 '장애인차별철폐 1천인 선언단'을 모집해 투쟁기금을 마련하고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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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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