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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총선시기 어떤 정당이 다수당이 되느냐 여부가 아니라 누가 집권하더라도 부패정치 청산, 시민으로부터 통제 받는 정치사회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동춘 교수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총선시기 어떤 정당이 다수당이 되느냐 여부가 아니라 누가 집권하더라도 부패정치 청산, 시민으로부터 통제 받는 정치사회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동춘 교수 ⓒ 정선미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급등하는 데에는 선거 국면과 민주화상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며, 시민들은 4월 15일 누군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총선시기 어떤 정당이 다수당이 되느냐 여부가 아니라 누가 집권하더라도 부패정치 청산, 시민으로부터 통제 받는 정치사회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25일(목) '탄핵 정국과 한국정치'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정기토론회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탄핵정국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열기를 득표율만으로 이용하려는 정당관계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한편, 국회의원의 무제한적 권력 남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17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곧바로 실현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가만히 있다가 죽을 수 없다' 위기의식 탄핵 몰고와

김동춘 교수는 탄핵 정국을 소위‘이중권력’상태를 합법적으로 돌파하려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을 “정치를 제외한 경제를 포함한 사회분야에 구 기득권 세력이 잔존하고 있는‘이중권력’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기득권 세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쿠데타 대신 ‘탄핵’이라는 합법의 틀을 빌려 이 국면을 돌파하기로 작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필리핀의 서민출신인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기득권 세력이 온갖 혐의를 대어 하야시켰는데 이후 기득권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았고, 베네수엘라 중도좌파 차베스 대통령도 축출당했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그 축출을 우파의 사회적 저항이 그것을 주도했다”며 외국에서도 선례가 있음을 설명했다.

현재 한국 외국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의 강남ㆍ서초ㆍ송파와 같은 부유한 도시 지역은 확실히 보수 여당을 지지하게 되는 현상을 보이고 지난 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면서 그들이 “김대중 정권 5년을‘버텨온’것에 이어 노무현 정권 5년을‘어떻게 견딜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이 탄핵으로 촉발된 것.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인 1월부터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탄핵발언을 했고, 지금까지 총 100회의 탄핵 관련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 것”을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호남 지지하락과 분당 상처로 민주당이 탄핵주도

김동춘 교수는 '탄핵반대운동이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된 이유에 대해 세대별로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김동춘 교수는 '탄핵반대운동이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된 이유에 대해 세대별로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 정선미
김 교수는 탄핵 정국을 주도했을 민주당 내적인 요인 역시 충분했다고 말한다.

그는 “전라도를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민주당은 한나라당 못지않게 지역주의 정당이며 최근 전라도 지역에서의 지지도 하락에 큰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민주당 분당당시 열린우리당 쪽에서 민주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붙인 데에 따른 정신적인 상처 즉 자괴감ㆍ소외감ㆍ배신감 등이 동시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김 교수는 그 상처는“노무현의 정치적 수사와 스타일이 세련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리고 민주당의 위기의식과 상처뿐만 아니라 “취임 후 낮았던 노무현 지지도 역시 그들에게 '노무현을 흔들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봤다.

전 국민의 분노, 각 세대마다 독특한 특징

김 교수는 “탄핵반대운동이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된 이유에 대해 세대별로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국민일반의 광범위한 분노, 즉 투표도 하지 않았던 정치 무관심 층이지만, 도덕적 사망 집단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삶이 탄핵당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광주 6월 항쟁을 겪었던 30-40대에게 ‘우리가 피땀 흘려 싸웠던 성과가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 번째는 민주화와 군사독재를 겪지 못했던 20대지만, 월드컵과 여중생 사망사건을 겪으면서 새로운‘광장문화‘의 경험과 마지막으로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문화, 즉 쌍방향 의사소통과 이를 통한 문제의식의 급속한 확산 등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는 것.

정치사회를 생산적인 공간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김 교수는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은 매번 선거와 연결되면서 좌절되었던 지난날의 역사가 이번에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4ㆍ19, 5ㆍ18, 6월 항쟁까지 대중들은 구세력에 대해 항거했지만, 그 결과는 특정정당이 압승하거나 전혀 예상치 않았던 구 권력이 재집권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민주화 국면과 선거 국면이 맞물리면서 시민들은 결국 누군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선거 자체가 민주화를 좌절시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이 4번째 역사전환의 시기라 규정한 김 교수는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시민 권력이 의회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면 △ 의원 특권 제한 △ 의원 소환 장치 마련 △ 선거법 개정 △ 정당민주화 등이 17대 국회가 개원되면서 곧바로 법제화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 언론의 계도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덧붙인 김 교수는 “탄핵국면, 촛불 시위들은 6∙10항쟁과 독재를 겪지 않았던 20대들에게는 훌륭한 정치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이 상황이 우리나라 민주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쌍방이 토론하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분석 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결국 언론의 역할”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사법권에 대한 민(民)의 감시·통제 필요"

▲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기 토론회
다음은 토론회 이후 이어진 질의 응답

- 한나라당은 탄핵의 기정사실화를 위해 '고건 띄우기'와 '언론사를 압박, 고건 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
"50년동안 한국에서 기득권을 장악해왔던 세력이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언론사를 상대로 '작업'을 했을 수도 있다.

지금에서 더욱더 중요한 문제는 헌법재판소 9인이다. 9인의 재판관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정 과정 재판관에 대한 정보 그들이 가진 권한의 정당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진보적인 시민단체에서 몇 번정도 문제제기를 한 것 이외에는 제대로 문제를 삼지 못했다. 사법권에 대한 민(民)의 감시·통제가 지금만큼 절실하게 필요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통과된다면 계엄이 선포될 수도 있는 혼란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번 탄핵국면에서의 미국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미국이 다른 나라, 특히 제3세계의 정치에 간섭하는 유형은 대체로 베트남·이라크처럼 직접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 CIA 등의 기구를 이용,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정권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정국에 관여한다면 기존 방식보다는 '경제'를 무기로 삼거나 친미 엘리트들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미국은 이런 방법을 통해 한국을 자신들의 영역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다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린우리당도 미국에게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 분석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 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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