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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행사 장면
1부 행사 장면 ⓒ 지요하
나도 가족과 함께 그 행사에 참석했다. 우리 성당에 사순절 특강을 하러 오신 전임 주임신부님 점심 대접 행사가 걸려 있었지만 신부님께 양해를 구하고 교중미사 후에 곧바로 두야리로 달려갔다. 행사를 주최하는 '퇴뫼산살리기대책위원회'로부터 격려사를 부탁받은 터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 행사에 참석했을 것이다.

흥면 두야리는 내 9대조부터 선대까지 250년 이상 뿌리를 내려온 곳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개발의 무분별한 탐욕과 난동 앞에서 자연과 환경을 지켜내는 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명제이기에 그만큼 비장한 마음도 컸다.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1시 훨씬 전부터 두야2리 마을회관 마당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300명 이상은 족히 돼 보였다. 고향을 지키고 사는 마을 주민 전체와 다수의 출향인들이 가족을 동반하고 참석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외 지역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와 '서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언론매체 종사자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퇴뫼산살리기대책위원회' 최기중 사무국장은 '개회사'에 이어 '경과보고'를 했다. 태안군 당국이 근흥면 정죽리 안흥항 해안에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20리 거리인 두야리 퇴뫼산을 훼손하기로 결정한 행정 오류와 함께 벌목 작업에 놀란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다각적인 방법으로 저항해온 그간의 활동 사항들을 세세하게 보고했다.

현재 문화재청의 역사유적 지표조사와 관련하여 일시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긴장 속에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대책위원회 최기성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퇴뫼산을 지키는 일은 조상님들의 얼과 마을의 정기를 지켜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퇴뫼산을 지키는 일은 우리 후손들의 당연한 도리요 의무"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주민들의 일치단결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격려사는 필자와 서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남현우 변호사, 태안참여연대 공동의장 강희권씨가 차례로 했다.

나는 우선 퇴뫼산의 산신령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과거 마을 잔칫날이 되곤 했던 시골 초등학교의 가을 대운동회를 제외하고는 근흥면 두야리 유사 이래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날, 한 자리에 모이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모든 마을 주민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수많은 혈육과 인연지기들을 불러모아 새롭게 정을 나누게 하고 한 마음, 한 뜻이 되게 해주고 있으니 퇴뫼산은 과연 두야리의 영산이라 할 만했다.

뿐만 아니라,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한데 모여 자연훼손과 환경파괴의 위험 앞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자각하게 하고 자연보호 의지를 새롭게 다지게 해주신 퇴뫼산의 산신령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행사의 명칭은 '퇴뫼산을 지키기 위한 나무심기 주민 한마당'이지만, 이들에게 퇴뫼산은 '고향'의 다른 이름이다. 비단 하나의 산이 아니라 두야리 사람들에게는 고향 자체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이날의 행사는 모름지기 '고향을 지키기 위한' 대축제라 불릴 만했다.

2부 행사 '음식 함께 나누기'의 한 장면
2부 행사 '음식 함께 나누기'의 한 장면 ⓒ 지요하
이날의 행사를 처음 기획하고 논의한 지난달 14일의 일부 대책위원 모임에도 나는 참석을 했었다. 두야2리 마을회관에서 주민총회를 마친 다음 일부 대책위원과 출향인들이 함께 한 그 자리에서 나는 이날 행사가 다른 지역에 귀감이 되고, 참고가 될 수 있는 행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또 태안군 근흥면 두야리의 퇴뫼산 경우와 같은 '고향 파괴' 현상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근흥면 두야리의 고향 지키기 행사, 즉 고향을 지키려는 투쟁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서산환경연합 공동의장 남현우 변호사는 골프장의 부정적인 속성, 어장 피해와 바다 오염을 막기 위해 해안에는 절대로 골프장 건설 허가를 내주지 않는 일본의 예, 자연 상태를 그대로 보존 유지하면서 그것을 레저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설명했다.

태안참여연대 강희권 공동의장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예로 들며, 환경정책과 관련해 과거 정부와 많이 다를 줄 알았던 노무현 정부마저도 환경 철학의 부재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입으로는 환경과 주민 의사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너무도 손쉽게 그것을 무시해버리는 지방자치 시대 개발실적위주의 행정을 개탄했다.

서울에서 교정 공무원으로 생활하는 두야리 출신 최기훈 시인의 시 '퇴뫼산, 그 이름' 낭송은 모든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또 성남시에서 '상형문자'라는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최근에 홍세화씨가 번역한 필리프 사시에의 <왜 똘레랑스인가>를 출간한 출향인 최광용씨가 절규하듯 낭독한 결의문은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절절히 울리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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