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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시민 80여명이 7일 오전 정동영 의장의 발언에 공감을 표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7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노풍(老風) 파문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표심잡기 행보에 나섰다.

노풍의 여진이 수도권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이 가장 먼저 달려간 지역은 인천. 인천은 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의 완승이 예상되는 곳으로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들은 7일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 인천 지역 곳곳에서 지원유세를 펼치며 민심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인천지역이 노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음을 확인하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지도부는 이날 낮 12시20분 동인천역을 찾아 자당 소속 출마자인 한광원 후보의 지지유세에 나섰다. 정 의장은 가두유세에서 "우리당은 싸우지 않을 것이고 싸우는 정치를 마감하겠다"며 '정쟁중단'을 가장 비중있는 공약으로 내세웠다.

아울러 60∼70대 노년층 유권자 폄하발언과 관련해 "나의 본뜻은 어른신들이 투표 당일 쉬시더라도 젊은이들은 투표를 하러가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는데 한 부분만 알려졌다"며 거듭 용서를 빌었다.

동인천역전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권자들은 정 의장의 발언에 대체로 공감을 표시한 뒤 열린우리당을 향한 우호적인 견해도 함께 피력했다. 발언대 인근에서 정 의장을 지켜보던 60대의 한 여성은 정 의장의 노인층 유권자 폄하발언에 대한 소감을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본뜻이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며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 의장에 대해서는 "잘 생겼고 역시 말을 잘 한다"며 호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 7일 저녁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앞에서 정동영 의장과 우상호 후보가 유권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풍(老風) 여파 인천지역엔 크지 않은 듯

70대의 한 남성도 "잘 모르겠지만 그것(노인 폄하발언)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거나 정당을 바꿀 마음은 없다"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전하면서 "여기서는 열린우리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전에 모여있던 다수의 노년층 유권자들도 정 의장의 발언에 간간이 박수로 화답하면서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중년층 여성들은 악수를 청하며 다가선 박영선 대변인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나타내기도 했다.

인천 연수구 옥련시장 유세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계속됐다. 재래시장육성 특별법을 17대 국회 개원 뒤 추진하겠다는 정동영 의장의 약속에 시장을 찾은 주부들은 관심 어린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특히 식품위생을 강화하고 학교급식법을 개정하겠다는 정 의장의 발언에 일부 주부들은 한두 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유세발언을 마친 뒤 정동영 의장과 지도부들이 시장으로 들어서자 상인들은 환한 표정으로 이들을 맞이했고, 일부 상인들은 "왜 나는 악수를 해 주지 않느냐"며 싫지 않은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옥련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40대의 한 남성은 '노인 폄훼 발언 뒤 열린우리당에 대한 시각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언 파동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는 열린우리당에 좋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열린우리당에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라는 것을 확인한 당 지도부들은 연신 환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만족해했다.

▲ 7일 저녁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앞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들과 함께 연단에 오른 정동영 의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후보자 이름 아세요" 질문에 "글쎄, 잘 모르는데…" 무관심 여전

하지만 이날 정동영 의장의 유세발언을 관심있게 지켜봤던 유권자들은 정작 지역 출마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반응을 보여 17대 총선에 대한 무관심이 의외로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케 했다.

동인천역전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연단 위에 올라온 이 지역 후보의 이름을 아느냐는 물음에 "글쎄, 나는 잘 모르는데…"라고 말했다. 유세차량에 붙어있는 후보자의 이력을 정동영 의장의 발언 이후에나 확인하는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인천 연수구 옥련시장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의 이름을 아느냐'는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답변했고, 다른 한 40대 여성은 "000씨가 열린우리당이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인물보다는 정당 위주의 투표 경향이 두드러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탓인지 정동영 의장은 자당 소속 출마자의 이력을 소개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민주화 운동의 경력을 강조하거나,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경력을 힘주어 말하며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말을 함부로 하면서 그렇게 떠드냐"
완전히 가시지 않은 노풍(老風)

노풍(老風)의 여파가 100% 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장은 7일 지지유세 현장에서도 한두 차례 돌발상황과 맞닥뜨려야 했다.

정동영 의장의 동인천역 지지유세 도중 한 7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말을 함부로 하면서 그런식으로 떠드냐"고 고함을 지르며 강력히 항의하다 열린우리당 관계자의 제지를 받았다.

인천투어가 끝난 뒤 서울 서대문을 박상철 열린우리당 후보의 지지유세를 위해 정동영 의장이 홍제역으로 온다는 소식을 접한 70대의 한 남성도 "정동영이가 얼마나 잘났기에 그런식으로 말하느냐"고 박 후보 유세장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다른 남성은 지나가는 말로 "X같은 XX들"이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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