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무례한 질문인가? 아니면 출연자가 당황한 나머지 보인 과잉반응인가?
한나라당 대변인이 당 대표를 전화인터뷰한 특정언론사의 시사프로 진행자를 겨냥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비판 수위를 높여 한나라당이 언론과의 제2차 전쟁을 치르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9일 오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출연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사회자인 손석희씨는 박근혜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CF에 대한 화제를 시작으로 '거여견제론', '거야심판론' 등을 질문했다.
특히 손씨는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얻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경제 회생론'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집중적으로 물었다. 박 대표가 "여당이 못한다면 야당이라도 나서서 해야되지 않느냐"고 답했지만 손씨는 "단지 그 이유뿐이냐"며 재차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손씨는 또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거대여당의 위치에 있을 때 환란이 빚어진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물었고, 당황한 박 대표는 "한쪽만의 책임은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은 새롭게 거듭나는 정당"이라고 피해갔다.
그러나 손씨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시는 것 같은데, 유권자들은 과거를 보고 판단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에 박 대표는 "저하고 싸움하시자는 거예요?"라며 발끈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프로그램이 끝난 뒤 "손석희씨가 사전 질문서에 없는 질문을 하는 등 (박 대표의) 인격모독이고 악의적이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또 "(박 대표는)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손석희씨가) 툭 '정동영 의장 발언과 관련 언론사에 사과 공문을 보냈느냐'고 물었다"며 "대표가 사전에 보고도 받지 않은 내용을 그렇게 물으면 아무리 순발력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매우 악의적이지만 대표는 누구처럼 토씨 달고 하지 않는다"며 "대표가 '싸우자는 것이냐'고 한 것은 손석희씨가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가니까 나온 말"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 대변인은 "MBC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아니고, 지금까지 참았으니 앞으로도 참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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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언론 창구단일화 조치 발표... 박 대표 직접 취재 제한 논란
이에 앞서 전 대변인은 선대위 브리핑에서 "어제(8일) 박 대표의 외신기자 클럽 기자회견은 평가가 너무 좋았다"고 운을 뗀 뒤, 언론의 직접 취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창구 단일화' 조치를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전 대변인은 "일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너무나 악의적인 질문이 많고, 사전 질문과 너무 다른,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를 상실한 유도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총선 때까지 박근혜 대표와의 인터뷰는 창구를 두 개로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창구 단일화' 조치에 따르면 앞으로 박근혜 대표에 대한 취재 및 인터뷰 요청을 할 경우 신문·인터넷 매체 등은 대변인실의 허락를 받아야만 가능하고, 방송의 경우에도 선대위 산하 미디어팀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된다.
전 대변인은 "우리당은 언론에 모두 개방돼 있지만 순수한 인내심을 최대한 시험하고 있는데 인내심을 넘어서지 않도록 해달라"며 "이는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협조를 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또 "언론에서 법률적으로 저촉되는 악의적인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참아왔는데 부당한 행위에 대해 무조건 참으면 정의가 세워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에서 "인격모독이고 악의적" "인내심에도 한계"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 상실" 등의 용어를 사용,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 전여옥 "'불륜남녀' 발언은 연습용... 악의적 보도" | | | |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9일 자신의 '불륜남녀' 발언 보도에 대해서도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대통령 탄핵관련 변호인단 답변서 제출을 앞두고 강금실 법무장관과 대통령 대리인단 간사인 문재인 전 청와대민정수석이 만난 것과 관련 논평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불륜남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전 대변인은 이에 대해 "YTN 돌발영상에서 제가 연습하던 상황을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대로 내보냈다"며 "그후 일부 언론에서 그 영상을 악의적으로 해석해 계속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또 "강금실 장관에 대한 '불륜남녀'라는 말은 내가 논평을 연습하면서만 한 말"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이후에 좋지 않은 것 같아 바꿨고, 완성된 멘트는 '부적절한 만남이다'였다"고 해명했다.
특히 전 대변인은 "내가 연습할 때 한 '불륜남녀'라는 말이 패러디 돼서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고, 그것을 또 일부 방송에서 악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내보내면서 저를 희화하고 희롱했다"며 "개인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어 "굉장히 많은 자료가 있고, 법조팀하고도 검토하고 있다"며 "언론인으로서의 공정한 잣대를 취해달라, 인내심의 한계를 넘지 않도록 해달라"고도 강조했다.
한편 당시 전 대변인은 논평을 연습하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 중년 남녀가 호텔에서, 그것도 대낮에 1시간씩이나 단 둘이 만났다는 게 참 왜 그런지 궁금합니다", "그들의 관계가 불륜남녀인지 그렇지 않다면 불순한 관계인지…" 등이라고 말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