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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형님들! 나 좀 건져주오!"

물에 빠진 혹 땡추는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사마귀 사내가 혹 땡추를 건지려 손을 뻗었지만 과하게 허우적 거리는 탓에 쉽게 잡지 못하자 욕설을 내뱉었다.

"야 이놈의 자식아! 가만히 있지 못해! 확 머리끄덩이를 잡아 건져놔야 하는데 이 놈이 중대가리니 그럴 수도 없네."

옴 땡추는 뒤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귓전으로 흘리며 소매를 둘둘 말아 걷어붙인 후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뱃사공들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세곡선(稅穀船)을 얻어 탈 때 일이었지…. 바다 위의 물살은 강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어. 그런데 난데없이 수적(水賊)이 나타나 세곡선 후미에 따라붙더라고. 선원들은 나 살려라 아우성칠 때 난 몽둥이 하나를 들고 이렇게 서 있었지."

겨우 뱃전에 기어올라온 혹 땡추가 내가 빠지면 되겠냐는 듯 헐떡이며 기어코 한 마디를 보태었다.

"세곡선 털어먹는 간 큰 수적이 어디 있다고 거짓부렁을 중얼거리시나?"

옴 땡추는 혹 땡추를 한 번 흘겨보더니 코앞까지 다다른 배에 날쌔게 뛰어 올랐다. 어느 틈인가 그의 손에는 굵은 몽둥이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긴 장대를 든 뱃사공들이 놀랄 새도 없이 옴 땡추의 몽둥이는 춤을 추며 뱃사공들을 후려갈겼다.

"으악!"

한 척의 배에 타고 있던 뱃사공 세 명이 순식간에 나가 떨어졌고 옴 땡추는 비호같이 다음 배로 옮겨 타 몽둥이를 휘둘렀다. 뒤에서 보던 뱃사공들은 그 광경을 보고 기가 질린 나머지 접근할 엄두도 못낸 채 입을 벌리며 뱃전에 서 있을 따름이었다.

"정 따라오고 싶거들랑 배를 돌려 받을 한 놈만 따라오너라!"

옴 땡추의 선심 쓰는 듯한 말에도 불구하고 뱃사공들은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고, 정신을 차린 혹 땡추가 겨우겨우 모는 조각배는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힘겹게 맞은 편 강변에 다다랐다.

"에이! 한양 한 번 오기 힘드네!"

혹 땡추의 말에 다른 이들도 동감한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서 한 사내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는 광경이 옴 땡추의 눈에 들어왔다.

"금강산에서 오시는 길이옵니까?"

그 사내는 숨이 턱까지 차 말했고 옴 땡추는 그를 곁 눈길로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루터에서 기다리다가 배가 밑으로 흘러가기에 마구 뛰어 왔습죠. 절 따라오십시오."

옴 땡추와 그 일행은 거만한 태도로 사내를 따라나섰다. 사방은 이미 어두컴컴해졌으나 앞서가는 사내나 옴 땡추 일행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한참을 걸어가던 옴 땡추일행은 손초롱을 든 채 소의문(昭義門)에서 기다리는 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매우 늦었사옵니다."

"오는 길에 좀 말썽이 있었다네. 세자 저하는 강녕하신가? 강별감?"

"아무럼요. 누가 모시고 있는데…. 자, 이리로 드시죠."

이미 꽁꽁 닫혀 있어야 마땅할 소의문은 약간 비스듬히 열려 있었으며 지키는 자도 보이지 않았다.

"문지기들에게는 이미 손을 써놓아 자리를 비키라 일렀으나 중의 복색으로 사대문안을 오래 나다니면 곤란하오니 어서 처소로 드십시다."

"뭐, 밤인데 별일 있겠는가? 그런데 초롱불이 너무 밝구먼…."

옴 땡추는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 말뜻을 안 강별감은 웃으며 재빨리 손초롱을 끄고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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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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