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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야경
프라하의 야경 ⓒ 배을선
혹시나 배가 고플지 몰라 말그대로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소시지를 하나 사먹었다. 열차 시간이 다가와 급하게 먹은 게 탈이었다. 소시지 기름이 재킷위로 줄줄 떨어졌다. 냅킨으로 대강 닦아냈으나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을 태세다. 소시지 기름 얼룩이 프라하의 마지막 추억거리가 되다니!

열차에 올랐다. 남자 2명이 이미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헝가리인으로 보이는 한 명과 국적불명의 영어를 잘하는 젊은 남자다. 다행히 사오리와 나는 가장 낮은 침대를 사용하게 되었으나 40cm 위로 이름도 모르는 남자가 누워있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그래도‘치한’으로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다.

곧이어 열차가 출발했고 내 위로 누워있는 남자가 불을 껐다. 사오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사오리의 눈 흰자만 쳐다봤다. 사오리 역시 잠이 오지 않는지 뒤척일 틈도 없는 침대 위에서 요령껏 뒤척이는 모습이 쳐다만 봐도 재미있다.

슬슬 잠이 들려는 차, 프라하에서 나온 이민국 직원이 여권을 확인했다. 한번 확인했으면 문 밖에 표시를 하던가 할 것이지, 한 30분이 지나니 또 여권을 확인하려는 이민국 직원이 들이닥쳤다.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흔들리는 기차소리에 적응이 되려는 무렵, 헝가리 남자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진퇴양난! 더욱이 실내 온도는 왜 이리 더운지 사오리와 나는 소리없이 재킷을 벗고 스웨터를 벗고 셔츠를 벗었다.

잠이 들었다 깼다를 몇 번씩 반복했을까? 동이 아직 트지도 않았는데 헝가리 이민국 직원이 들이닥쳤다. 마침내 헝가리 국경인가보다. 어설프게 잠을 잤는지 머리도 무겁고 몸도 피곤했지만 슬슬 아침이 밝아와 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부다페스트 여행 책자를 꺼내 이틀동안의 주어진 여행기간동안 어디를 돌아다닐 수 있을까 확인했다.

부다페스트는‘크레이프'(Crepe)로 유명한 곳이고, 터키의 지배를 받았던 지라 '터키탕' 또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터키탕'은 매춘이 더해진 목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터키식 공중 온천목욕탕은 공중목욕탕이 없는 유럽사람들에게는 전통적이고 독창적인 필수 관광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국립박물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국립박물관 ⓒ 배을선
드디어 역에 도착했다. 침대 시트와 베개를 옆방의 관리인에게 돌려주니 열차 티켓을 되돌려 주었다. 열차 티켓이 말하자면 침대시트 사용증 정도 되는가보다. 열차에 내려 부다페스트의 공기를‘흠’하고 맛보려는 순간이었다.

“아 유 코리안?”

부다페스트에서 그 유명하다는 노란아줌마를 만났다.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을 상대했으면‘척하면 삼천리’로 알아 맞출까.

예약한 호텔이 따로 있다는 데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이 노란 아줌마. 왜 노란 아줌마냐고? 금발머리에 하얀 피부를 빼면 상체 하체 모두 노란색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룻밤에 10유로(2600포린트), 아침식사를 헝가리안 굴라슈나 라면으로 공기밥 포함하여 제공 등 한국어로 쓰여진 복사물을 보여주면서 “우리 집은 한국사람들이 찾는 정말 좋은 곳”이라며 자찬을 멈추지 않는다.

노란아줌마는 사오리에게도 한국어로 된 복사물을 건네주었는데, 일본인이라는 나의 말에 일본어로 된 복사물을 다시 건네주었다. 그리곤 “우리집은 일본사람들도 찾는 정말 좋은 곳”이라는 부연설명이 계속되었다.

맘씨도 좋아 보이고 워낙 유명한 노란아줌마를 어떻게 떼어 놀 수가 없어서 사오리와 나는 예약한 호텔을 포기하고 노란아줌마를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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